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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커피를 안전하게 나르는 방법

낙관적 시선의 힘

by 장동혁

머그잔에 가득 담긴 커피를 2층까지 쏟지 않고 나르려면?


처음엔 쟁반에 두고 두 손으로 조심스레 옮겼다. 혹시라도 넘칠까 봐 숨까지 참아가며. 그럼에도 커피는 멈추지 않고 찰랑거렸다. “쏟아지는 거 아냐?” 하다 보면 커피는 어김없이 잔을 넘었다. 불안한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했다는 듯.


한 번은 손으로 머그잔을 들고 올라가 봤다. 의외로 안정적이다. 주의할 점은 컵에 신경 쓰지 않는 거다. 아예 바라보지 않아도 좋다. 그러다 곁눈질이라도 하는 순간 커피는 찰랑이기 시작했다. 관찰이 물질 상태에 영향을 주는 양자 세계라도 되는 듯.


한편으로 멀쩡하던 관계도 자꾸 신경 쓰다 보면 불편하고 어색해질 때가 있다. 불안한 마음이 관계를 비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의 귀가시간이 늦어지자 부모가 생각한다. “못된 녀석과 어울리는 거 아냐?”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더 불안해진다. 그러다 결국 결심한다. "이 녀석 좀 더 단속해야겠어!"


하지만 이런 스토리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는 점 점 더 멀어지고 다툼만 늘어갈 것이다. 튜브를 강하게 당길수록 버티는 힘도 커지는 것과 같다.


반대로 “아직 어려서 그렇지 철들면 괜찮아질 거야”라며, 어지간한 일에는 눈감아 주며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는 부모도 있다. 이 경우 아이 스스로 부모가 원치 않는 행동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하버드대의 행복한 노화연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태리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불우한 유년을 보내고도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그들은 자녀가 마리화나를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한 번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는 집에서만큼은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았다. 여자 친구와 동거하겠다고 했을 때도 비난이나 잔소리 대신 우려되는 점 몇 가지를 알려준 뒤 아이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연구원의 질문에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일 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지요”라고 답했다. 결국 자녀는 잘 자라 안정된 가정을 이뤘고,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부모를 찾았다. 자녀에 대한 낙관적 시선이 선순환을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선이 그냥 생기지는 않는다. 자녀를 돌볼 뿐만 아니라 자녀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하는 건강한 상호작용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이는 자녀를 향한 시선이 미성숙한 현재 모습에 머물지 않고 잠재력을 꽃피울 미래까지 확장된다는 뜻이다.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관계, 자녀를 향한 시선을 바꾸지 않고선 들어서기 힘들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찰랑거리는 커피가 넘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지는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



요즘 혹시 가족 중 누군가 밖으로 나돌아 속을 끓이고 있는가? 그렇다면 의미 없는 잔소리 대신, 남은 가족끼리 근사한 외식을 하거나 멋진 공연을 관람해 보라. 그리고 돌아와서 즐거웠던 경험담을 나누는 거다. 몇 번 그렇게 소외되다 보면 위기를 느껴 제발 관심 좀 가져 달라고 요청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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