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으로 이어지는 여유 그리고 열린 마음
엘리베이터 안.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어떤 손가락은 이미 ‘닫힘’ 버튼 위에 가 있다. 마치 닿기만 해도 옮겨질까 두려운 무언가를 밀어내기라도 하듯.
문이 열리자마자 누군가는 내몰리듯 내리고, 누군가의 손가락은 연거푸 닫힘 버튼을 누른다. 그 정도면 충분히 견뎌줬다는 듯.
대부분의 경우, 별일 없이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다시 움직인다. 하지만 순간의 성급함이, 때로 크고 작은 충돌과 상처를 남긴다. 작지만 날카로운 단절의 흔적들.
성급한 단절은 사람 사이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된다.
누군가의 말투가, 반응이, 기대와 어긋나는 순간, 우리는 마음속 ‘닫힘 버튼’을 매몰차게 누른다.
말을 멈추고, 마음을 닫고, 거리를 둔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 사람은 늘 이렇다니까.”
짧은 생각에서 내려진 마음속 셔터는, 그 사람만이 아니라 관계 자체에 내려지기도 한다.
특히 소개팅이나 연애 초기에 닫힘 버튼을 향하는 손놀림은 더욱 현란하다.
눈에 들어온 결함 하나가 그 사람 전체로 보이고, 그 순간, 모든 가능성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장점은 축소되고, 단점은 확대된다.
관계의 문은 그렇게, 손쉽게 닫힌다.
왜일까.
어쩌면,
“알면 사랑하게 될까 봐서.”
그래서 쉽게 아니라고 단정 짓고, 무의식은 알아서 닫힘 버튼을 누른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이고,
거기에는 에너지가 들고, 내 일부를 내어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마음을 찔러대는 결함을 가진 사람을 서서히 알게 될까봐 두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리기 전, 얼른 선을 그어버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건, 손쉬운 단절이지 연결로 향하는 열린 마음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무의식이 애써 외면하고 밀어내려 한 그 부분이 또 다른 나, 새로운 나를 만날 기회였다면?
하지만 우리는 내면을 찔러대는 무언가에 놀라 황급히 물러선다. 그리고 급하게 닫힘 버튼을 누른다.
사실 단점으로 보이는 상대의 행동은 어쩌면 결핍으로 인해 생겨난 내 문제일지도 모른다. 뜻밖에 만난 누군가에 의해 그 부분이 드러난 것은 아닐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 2~3초는 공연히 소모되는 시간이 아니다. 사람들이 안팎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배려한 설계다.
절연의 충동과 열림의 여유 사이,
그 틈이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도록 만들고, 나를 넘어서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때로 나를 깨우는 것으로부터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고 떠나보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말없이 잠시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도 한다.
조급함은 오해와 충돌을 낳지만, 여유는 관계를 더 자연스럽고 단단하게 정돈한다.
그게 관계의 힘이다.
닫는 건 어렵지 않다. 버튼 하나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매몰찬 무관심의 속도는 한 사람이 가진 가능성을 지우고, 삶의 방향을 바꿔줄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그때,
조금만 더 머물렀더라면,
내 삶의 결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지도 모른다.
관계는 ‘닫힘의 속도’가 아니라,
‘열림의 여백과 여유’로 유지되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는 열린 마음. 그 여유가 우리를 더 깊게, 더 어른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언젠가,
그 여유가 생각지도 않은 문 하나를
조용히 열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