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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피로사회의 인간관계를 위한 조언

by 장동혁

우리는 살아가며 마음속에 '수준'이라고 하는 기준선 하나를 그어둔다. 그리고는 그 기준으로 타인을 재고, 자신을 평가하며 서열을 매기기 시작한다.


어떤 자리에서는 그 기준을 웃도는 것 같아 편안하지만, 어떤 자리에서는 뒤처진 듯해 불안하고 스스로 작아진다.

이 조용한 줄 세우기는 인간관계를 피로하게 만들고, 마음이 위축되게 만든다.


가까운 친구와 비교하는가 하면, 가족 간에도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이 파고들어 틈이 벌어지게 한다. 심지어 누군가 나에게 잘해주는 순간조차 ‘나는 왜 저만큼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그 사람의 진심보다 내 위치에 더 민감해지곤 한다.


이런 비교의 굴레를 벗어나게 해주는 한 문장이 있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한 교수님께 들었던 말이다. 이 말은 빛 좋은 개살구 같음 위로도 체념도 아니다.

그보다는 끊임없는 비교로 지쳐버림 마음에 위안을 주는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스펙이나 말투, 배경이나 취향은 제각각이지만, 우리는 하나 같이 불안과 외로움, 욕망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사람도 속으로는 흔들리고,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 역시 내면의 기둥이 부실한 건 매한가지다.


내가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사실은 나처럼 애를 쓰며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이다.


비교는 대체로 존재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다.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나는 이 관계에서 존중받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타인의 기준에 기대어 자신을 증명하려 든다.

그 순간부터 관계는 자연스러움을 잃고 ‘누가 더 나은가’를 두고 연출하는 연극 무대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 연극이 길어질수록 관계는 멀어지고, 마음은 지쳐간다.


미국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 연극에서 내려오기로 결심한다.

그는 문명이 만든 장난감을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삶의 본질을 마주하고자 했다.


“삶이란 너무 소중한 것이기에, 진짜 삶이 아니라면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삶의 정수를 직면하며 살아보고자 했다.”


그곳에서 그는 깨닫는다.

지위나 교양, 물질은 사람을 구별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껍질들을 벗겨내면 결국 우리 모두는 비슷한 존재라는 것을.


외면은 그럴싸해 보여도, 안에는 비슷한 불안과, 고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그런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면 관계의 긴장도 조금씩 풀어진다.

‘나보다 나은 사람’, ‘내가 뒤처진 사람’이라는 생각 대신,

‘같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제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고, 관계는 더 이상 경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된다.


관계 회복을 위한 작은 질문


누군가를 보며 괜히 초조해지거나 위축될 때, 이렇게 되뇌어보라.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러니 나도 괜찮고, 당신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보라.

“나는 이 관계에서 나를 증명하려 애쓰고 있는가, 아니면 다 거기서 거기인 사람끼리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연결되려 하는가?


이 짧은 물음이, 비교에서 비롯된 관계의 피로를 부드럽게 녹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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