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씨'라는 아이 달래기

실수에 관대해지는 법

by 장동혁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말 하나로, 그 사람을 알 수 있을까?


가끔 작은 실수에서 나오는 나의 반응을 통해 나는 내 깊은 곳의 나를 만난다.


커피를 흘리거나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

그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한마디.


“에이씨.”


그 짧은 말 안에는 단순한 감정 이상이 담겨 있다.


"짜증, 자기 비난, 완벽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책망과 외면, 그리고 부끄러움“


마치 작은 실수 하나가 '부적격자'라는 꼬리표라도 되는 듯,

그렇게 나는 나를 벌한다.



돌이켜보면, 이 반응은 나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어릴 적, 실수할 때면 나는 부모님 표정부터 읽고는 했다.


“에이... 왜 또 그랬어?”, “그것 하나 못 해?” 같은 말들이 공기처럼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나는 실수보다 그로 인한 평가와 반응을 더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오늘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되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내면화(internalization)’라고 한다.

타인의 시선과 판단이 내 안으로 들어와 생각의 회로나 행동 방식이 되어버리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실수를 곧 잘못으로 여기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비난하는 태도-응보적 정의 사고-가 내 안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나는 그 짧은 탄식이 튀어나오는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그 순간, 멈춰서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실수해도 돼. 그게 사람이야.”


이 짧은 다독임 하나가,

편협한 시야로 나를 책망하고.

타인을 주시하며 평가하곤 하는 나를,

수용하고 공감해 주는 따뜻한 심장으로 바꿔가고 있다.


그 시작은,

순간적인 실수에 놀라 튀어나오는 아이,

“에이씨”를 안고 달래주는것에서부터다.


“괜찮아. 실수해도 돼.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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