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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Jan 11. 2023

관계에 관하여

관계에 대한 단상

 부부관계, 교우관계, 가족관계, 상관관계, 친구관계, 거래관계, 주종관계, 상하관계, 연인관계, 성관계, 삼각관계, 채무관계, 남녀관계, 애증관계, 인간관계, 사제관계, 국제관계, 대인관계, 원한관계, 언약관계, 치정관계.


 관계(關係)가 들어간 단어들을 적어보았다. 한 페이지 가득 채울 줄 알았는데 세 줄을 넘기지 못한다. 대개 사람이 축이 되지만 국제관계나 상관관계처럼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연결된 관계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대개는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도 있다.




 '관계란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또는 그런 현상'으로 정의된다. ‘당기다’, ‘관계하다’란 뜻을 가진 관(關)과 매다, 묶다, ‘이어 매다’라는 뜻의 계(係)가 결합되어 있다. 어감이 특출 나 보이지는 않지만 만만해 보이지도 않는다. 쉬는 시간 모두가 응축된 끼와 에너지를 발산할 때, 교실 한 구석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조용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왠지 우리 인간 존재나 숙명과도 관계있어 보인다.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피부처럼 와닿기도 한다.


  진정 중요한 건 인상적이지 않은 법이다. 그리고 어릴 땐 그걸 잘 모른다. 삶의 종착역에 가까워지며 그 존재감이 드러난다. 관계가 그렇다.


  살아가며 관계가 중요하다는 거, 웬만큼 살아본 사람은 다 안다. 돈 그리고 건강과 함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라는 것도. 생각해 보면 최근 나를 잠 못 들게 한 것도 바로 관계다. 그런데도 요물 같은 돈이나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몸처럼 애지중지 돌보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 중요한 걸 따로 배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해나간다. 그럴 필요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배우지 않아도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미 배웠는지도 모른다. 내가 나고 자란 집에서 부모형제로부터. 그렇게 배운 걸 밑천으로 우리는 관계를 맺어간다. 자라며 인정보다는 부정을 그리고 비난을 많이 받아 불안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관계에 있어 인색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정은 학교다. 관계를 배우는. 그리고 부모는 관계 맺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고.


  부모가 된다는 건 다른 게 아니다. 관계를 맺는 일이다. 그렇게 자녀가 살아가며 맺게 될 관계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일이다. 그 외 것은 그다음 일이고 부차적이며 누구라도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다. 과거 노예들이 했던. 희한한 건 부모들만 그 비밀을 모른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건 내박쳐 둔 채 그옛날 노예들이 담당했던 일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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