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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Feb 07. 2023

살아있는 것들만의 만유의 법칙

살아 존재하기 위한 몸부림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한 무리의 사슴이 한가로이 나뭇잎을 뜯고 있다. 기척을 느끼고 뭔가를 응시하는 눈망울이 흑진주처럼 영롱하다.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이 동물이 다른 동물을 습격하거나 목을 물어 숨통을 끊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건 포악한 육식 동물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슴이 180도 돌변할 때가 있다. 뿔과 뿔이 부딪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가 하면 최대한 굽힌 무릎으로 소중한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 상대 갈비뼈를 부러뜨리기도 한다. 번식 기회를 두고 벌이는 수컷들의 혈전이다.

  싸움에서 승리한 개체는 수십 마리 암컷을 거느리며 후손을 남길 가능성을 높이지만, 패배한 개체는 구역에서 쫓겨나 번식 기회를 잃고 늙어가다가 나중에 가서 뿔 위로 사뿐히 내려앉은 나비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하찮은 미물이라도 기를 쓰고 싸우는 이유이자 별 쓸모 없어 보이는 뿔이나 날개 치장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다.




  생존(生存), 즉 살아서 존재하는 것은 생명을 가지 것들의 궁극적 존재 이유이자 또 다른 살아 있는 것들을 세상에 남기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진화적 차원에서 한 개체의 성공은 살아서 얼마나 많은 자손을 남겼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식물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필수 자원인 물이나 광선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멈춰서는 일이 없다. 그곳이 어두운 숲 속이든 탁한 연못이든 간에. 하루에 수 센티미터씩 줄기를 뻗어 다른 개체를 밀어내는가 하면 다른 식물의 줄기를 옥죄어 죽이기도 한다.

  우리를 근심에 빠뜨리고 불면의 밤으로 초대하는 '갈등' 이야기도 여기서 시작된다. 신의 사랑과 지성으로 빚어졌다고 하는 인간들의 관계가 선한 양심과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 같지만 그 밑바닥에는 살아 있는 것이라면 예외가 없는 생존 본능과 투쟁의 원리가 흐르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에는 대화나 관계를 장악해 조금이라도 생존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동기가 숨어 있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 갈등과 인간관계 관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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