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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Feb 08. 2023

관계의 세가지 색깔

Harmony, Peace and Conflict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건강과 돈 그리고 관계다. 건강이나 돈이 중요한 건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몸에 좋은 음식을 찾고 숨어 있는 이율 0.3%를 찾아 발품을 판다. 

  다이어트와 재테크는 초미의 관심사지만 관계에 관심 갖고 관리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최근 나를 잠 못 들게 한 건 관계지 돈이나 건강이 아니었다.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게 만드는 주범은 주로 관계였다. 또한 돈이나 건강과 달리 관계는 남녀노소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어린이집 아이들도 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관계란 무엇일까. 관계가 중요한 건 다 알지만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란 말 꺼내지 않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막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관계를 잘 모른다. 한 번도 그걸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관계를 맺어간다.

  그런데 뭔가를 관리하려면 볼 수 있어야 한다. 볼 수 없는 건 관리할 수도 없다. 근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출근계를 작성해야 하고, 다이어트를 하려면 체중을 재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관계를 관리하려면 볼 수 있어야 한다. 막연한 느낌만으로는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나는 상대를 무척 사랑한다고 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관계를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끈이나 열차 레일을 떠올리면 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무언가다. 그리고 그 선을 통해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는다. 원하는 걸 제 때 잘 주고받으려면 레일을 잘 관리해야 한다. 레일이 파손되면 원하는 걸 주고받을 수 없다. 용량을 초과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즉시 복구해야 한다. 그래야 큰 사고를 막는다. 신호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멈춤 신호가 떴는데도 무시하고 달렸다간 사고 날 수가 있다.


  관계의 상태에는 세 가지가 있다. 조화(harmony), 평화(peace), 불화(conflict, 갈등)이다. 새깔로 말하자면 연한 보라나 분홍, 파랑, 빨강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원하는 걸 주고받으려면 관계를 최소한 평화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국제 관계도 마찬가지다. 지금 남북한이 평화와 불화 사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확실한 불화 상태다. 불화가 관리되지 않고 고조되면 전쟁이 난다. 서로 주고받기는커녕 손실뿐이다. 갈등관리란 관계를 최소한 평화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조화란 무지개다. 이상적인 상태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남녀 간 섬을 탈 때가 그렇다. 상대의 어떤 행동도 이해가 되고 좋게 보인다. 오랜 기간 합을 맞춘 전문 댄서와 같다. 뭘 제안해도 오케이다. 심지어 별 한 개 반 짜리 식당을 가도 물개 박수다.

  평화란. 서로 폭력을 쓰지 않고 소통하는. 상태다. 비둘기가 월계수 잎을 물고 날갯짓하는 환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우리는 지향해야 할 관계 상태다. 불화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조화상태를 바라는 것도 좋지 않다. 무조건 상대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관계가 너무 조심스럽고 피상적이 될 수 있다.

  불화란 소통하는 데 강압이나 폭력이 동반되는 상태다. 현실에서는 불화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방치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 늦기 전에 복구하는 게 좋다. 너무 자주 일어나서도 안된다. 불화가 위험한 건 갈수록 서로 멀어지기 때문이다. 연락하기 꺼려지고, 눈 마주치기도 힘들다. 그러다 보면 소통이 줄어든다. 서로에 대한 기대나 소중함도 사라진다. 관계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나중에 가서는 당사자들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간다. 대리인을 대동해 다투기도 한다. 심지어 그러다 관계가 끊어지기도 한다.


우리 관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가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너무 이상적인 조화 상태로 가려 애쓰는 건 아닌지도. 갈등은 관계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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