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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Jul 03. 2023

module 4 : 갈등의 역사

모든 갈등에는 '좌절의 순간'이 있다

 돈까지 써가며 상대를 파멸로 몰아가는 법정 분쟁도 시작은 작은 언행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중대한 이해관계나 고귀한 가치 싸움으로 시작하는건 아니란 말이다.


 모든 갈등은 눈과 귀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갈등을 불러오는 사건의 발단은 뜻밖의 상황을 인지하면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module 3의 커피 한잔이 가져온 비극에서도, 자기 커피만 사서 들고 오는 지인을 보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고, 나는 그 감정에 따라 행동했다. 당시 내가 선택한 방법은 회피였다. 아무렇지 않은 채 했고,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길을 택했다.




 모든 갈등에는 역사가 있다. 좌절의 순간이 있다는 말이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불씨가 된 그 순간을 찾아서 다루는 게 중요하다. 갈등이 오래 지속되었다면 수많은 공방으로 인해 그 에피소드는 묻혀있을 수도 있다.


 바로 그 불씨가 된 에피소드를 찾아서 분석해 보는 일이 갈등 규명의 시작이다. 이를 에피소드 쪼개기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 그 일이 발생했는지. 당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어떤 상태였는지. 혹시 그 상황에 함께 있었던 사람은 없는지 등. 갈등을 해결하는 데 그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갈등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구조나 환경, 맥락도 갈등 발생이나 고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이 담임선생님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우리 행동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갈등의 불씨를 찾아 분석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과 완고함에 가려져 있던 부분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조각들은 당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개 상대방은 나에게 피해를 줄 의도가 없다. 만일 있었다면 그건 갈등이 아니라 범죄의 영역이 된다.


 어쩌면 나를 자극했던 상대방 행동이 오히려 나를 배려해서 한 행동이란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 나의 어떤 욕구(기대, 기준 등)가 좌절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걸 이해관계(interest 또는 concern)라고 하는 데 이는 갈등 해소와 관계 회복으로 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과정을 통해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다음은 앞으로 어떻게 그 관심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함께 찾아가면 된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상대방이 머릿속에 그리는 기대뿐만 아니라 내심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대까지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기대로는 반드시 준수해야만 하는 기준(should) 등이 있다. "남자친구라면 내 전화를 받아야만 한다" "방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강사는 옷을 단정히 입고 올 것이다" "강사는 제시간에 강의를 마칠 것이다" 등. 


 그게 충족되지 않고 좌절될 때 갈등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론 상대방의 모든 기대와 기준을 알 수도, 맞춰줄 수도 없다. 하지만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기대 좌절의 양이 충족의 양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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