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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Jul 02. 2023

module 3 : 갈등의 탄생

갈등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우리 인간은 함께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피할 수 없는 게 관계로 인한 괴로움 즉 갈등이다. 먼 옛날 동굴서 생활하던 조상들은 지금에 비해 보다 쉽게 고통을 주는 것들을 피해왔다. 달아나거나(fly) 공격해서(fight) 제거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훨씬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갈등으로 인한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는 갈등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수년 전의 일이다. 내가 일하던 회사에 파견 나와 2-3달 정도 함께 일한 지인이 있었다. 일이 끝난 뒤 그는 자기 회사로 복귀했다. 그로부터 1년쯤 지나 나는 광주의 모 대학에 프로젝트가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때마침 지인이 떠올라 지인에게 그 일감을 소개해 주기로 했다. 

 

 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던 중 휴게소에 들렀다. 마침 그 일 관련 전화가 와서 나는 차 안에서 통화를 했고, 지인 혼자 휴게소로 향했다. 한참 통화를 하던 중 차를 향해 오고 있는 지인을 발견하고서 나는 깜짝 놀랐다. 지인이 자기 커피만 사서 마시며 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려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내적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도 그날 이후로 지인과는 다시 만날 일은 없었다. 만일 그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지인의 차를 또 이용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아니 그에게 일을 소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지인에 대해 물어온다면 좋은 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 원래 그래!" "알고 보니 혈액형이 B형이더라고"


* Practice 3 : 지인에게 문제가 있는가? 아니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가? 무엇 때문에 갈등이 일어났나?


갈등은 다음 네 가지 조건에서 탄생한다.

 

1. 상호의존적 관계

 갈등은 의미 있는 것을 주고받는 관계로 상대를 다른 대상으로 쉽게 대체하기 힘든 사이에서 주로 일어난다. 가족이 대표적이다. 동네 세탁소 주인과는 갈등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 필요한 걸 주고받긴 하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언제든 대체가 가능하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을 이용해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라면 그러기 쉽지 않다. 절교할 게 아니라면 갈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2. 차이

 둘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 위의 예에서 나는 서로 챙겨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지인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3. 피해 

 그 차이로 인해 기대가 좌절되거나 누군가의 영역이 침해당한다. 그 결과 피해가 발생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나의 기대가 좌절되었고, 서로 챙겨주는 사이라고 생각했던 내 기준이 침해당했다. 그로 인해 목적지까지 가는 좁은 차 안에서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해야 했다. 감정적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4. 상대 탓 

 그때 만일 내가 문제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 돌렸다면 갈등이 아니다. 속 좁음을 탓하며 수양 부족으로 돌렸다면 그건 갈등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피해의 탓을 상대에게 돌렸다. 


 그날 나는 지인에게 문제 가 있다고 생각했다. 서운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누구 때문에 내가  내려가는 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지인도 나도 아닌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치는 대부분의 문제는 주관적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다행히도 그날 이후로 그를 볼일은 없었다. 그런데 만일 그가 직장동료나 부하직원이었다면? 갈등은 살아남아 또 다른 불씨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법원에서 법적 다툼을 벌이는 사람 중 대다수가 원래는 서로 밥값 내겠다고 싸우던 사이였다.

 

 * Practice 4 : 지금 갈등 중에 있다면 다음을 살펴보자

 - 나(그리고 상대방)의 어떤 기대, 기준, 욕구가 좌절되었고, 그로 인해 무슨 피해가 발생했나

 - 나와 상대방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 나 또는 상대방은 그 피해를 인정했나?


그러고 나서도 상대방과 계속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더 늦기 전에 갈등을 관리하는 게 좋다. 그는 아마도 나와 의미 있는 걸 주고받는 소중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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