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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Jul 05. 2023

module 7 : 갈등 고조 9단계

긴장에서 공멸까지

 갈등은 토네이도와 닮았다. 언제 어디서 불거질지 알 수 없고 나선형으로 상승하며 피해를 준다. 정해진 진행방향이 없다는 점도 같다.


 Glasl은 갈등이 진행되는 양상을 9단계로 구분한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이 갈등 고조 단계를 알면 갈등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갈등 고조 9단계


1단계, 긴장: 서로의 입장이 강해지며 긴장이 조성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생각이나 말을 바뀌기도 한다. 김장감으로 굳어진다. 따져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당장 합의는 어렵다. 그럼에도 잘만 대화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2단계, 양극화와 말다툼: 더욱 단호해진다. 자기주장만 앞세우고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설득하려 든다. 생각과 감정, 의지가 극단적이 되고 자신의 입장을 지지해 줄 누군가를 찾는다. 흑백논리를 마치 합리적인 것처럼 주장한다. 서로 의견이 갈리며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입씨름한다


3단계, 말 대신 행동: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 행동으로 보여주려 한다. 공감능력이 약해지고 상대에 대한 오해가 커진다. 상대방을 희화하하고 약점을 찾아내 드러나게 한다. 시비조 말투와 신경전이 본격화된다.


4단계, 편짜기: 갈등이 문제에서 관계로 옮겨간다. 해결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골몰한다. 자신의 행동은 미화하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적대적 이미지를 갖는다. 갈등과 관계없는 타인에게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며 자기 세력화한다.


5단계, 체면 손상: 상대는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약점을 폭로해 체면을 깎는다. 적이 돼버린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보복, 반칙, 피장파장식 행동을 한다. 모욕, 좌절, 고립의 정도가 급속히 증가한다.


6단계, 협박: 문제 해결을 떠나 남은 건 협박뿐이다. 올가미에 사로잡힌 듯 자신이 만들어 낸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다.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고 감정을 제멋대로 표현한다. 물리적 힘을 과시, 사용하고, 자제력을 잃고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갈등은 통제불가하고 자체 힘으로 움직인다. 갈등은 생활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7단계, 신체적 상해: 상대방은 나를 지키기 위한 공격 목표물에 불가하다. 상대방을 이길 수 없더라도, 생존에 타격을 줄 만큼의 피해를 주는 것이 목표가 된다. 더 이상 대화는 없고, 통보만 있다.


8단계, 제거: 상대방 제거에 사력을 다한다. 상대방을 지원하는 것들 모두가 공격 대상이 된다. 주의를 의식하지 않으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상대방을 제거하려 한다. 윤리와 도덕을 상관하지 않는 동물적 본성이 강해지지만 자신의 생존만은 유지하려 한다.


9단계, 공멸: 상대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도 바치는 전면전을 편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상대방이 함께 죽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1-3단계는 외부 도움 없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win-win)

4-6단계는 상대 희생을 담보로 한 제로섬 게임만 가능하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훈련받은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win-lose)

7-9단계는 적이 되어버린 상대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단계로 모두 패배할 뿐이며 공적인 힘의 개입이 필요하다(lose-lose)


 초기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갈등은 마치 내리막길에 제동을 걸어두지 않은 채 세워둔 차처럼 아래로 돌진한다. 각 단계마다 존재하는 과속방지턱을 통과하면 갈등진행은 가속되고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반드시 정해진 단계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몇 단계를 건너뛰기도 하고 특정 단계에 고착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4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거다. 편짜기에 들어갈 경우 갈등 당사자 수는 늘고 폭력성은 증가하며 해결 가능성은 낮아진다. 갈등이 당사자 손을 떠나 자율적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 지경이 되면 안타깝지만 공적 개입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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