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이상이 왔을 때 질병이라고 하듯 관계에 이상이 오는 걸 갈등이라고 한다. 마음이 불편하고 눈 마주치기가 힘들어진다. 그렇게 달콤하던 눈 빛도 예리한 통증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관계도 우리 몸처럼실체가 있을까?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수많은 사건들을 만들어 내는 걸 보면 어떤 힘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관계는 물리적 실체는 아니지만 분명히 에너지가 존재한다. 그건 심리적 에너지다.
에너지란 운동이나 위치, 열, 전기처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날아가는 티슈는 운동에너지를 가졌다. 그렇다고 볼 때 관계도 분명 에너지다. 사랑하는 반려견이 물에 빠졌을 때 즉시 물로 뛰어 들어가지 않을 주인이 있을까. 누군가를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도록 만드는 힘. 아이가 치명적인 미소를 지으며 엄마 품을 향해 기어가는 것도, 정신없이 놀다가도 자기를 부르는 엄마 목소리에 냉큼 집으로 뛰어들어가는 것도, 보슬비 내리는 화요일 밤 신사역에서 꽃다발을 사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단체 사진에서 불편한 사람과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도 다 에너지의 작용이다.
관계는 종류에 따라 운동력도 다르다. 소소한 이익에도 쉽게 말을 바꾸는 거래 관계는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피로 맺어진 관계는 목숨마저 기꺼이 내놓게 한다. 국가나 스포츠팀 팬덤처럼 연대감으로 묶인 관계는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을 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핵 연쇄 반응처럼 파괴적이다.
관계가 좋아지면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알아서 하게 되고, 그의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관계가 나빠지면? 그 반대로 움직인다.
관계는 극성을 띄기도 한다. 또래 친구가 생긴 아이는 멀리서 친구들이 다가오는 것만 봐도 엄마 손을 슬며시 놓는다. 새로운 여자를 몰래 만나는 남자는 여자친구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간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밀어낸다.
이런 현상들을 관계의 물리학이라고 해도 좋다. 관계의 구조와 힘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관계를 관리하고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