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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Jul 25. 2023

module 6: 내 마음속 프리즘

현실은 어떻게 재구성되는가

 우리는 종종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을 한다. 무슨 뜻일까. 감당하기 힘들어 고개를 돌리거나 곁눈질하게 되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뜻일 거다. '현타'라는 말도 있다. 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이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평소 보이지 않던 현실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걸 뜻한다.


 사전적 의미로 '현실'은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를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을 온전히 경험하는 게 가능할까?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마음속에는 지각한 현실을 재구성하는 프리즘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마을을 만들어보자고 주민들이 모여 모임을 만든 적이 있다. 2년 간의 활동을 마친 뒤 투표를 통해 새롭게 임원진을. 구성했다. 얼마 안 있어 첫 번째 정기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그때 새로 구성된 임원진이 느닷없이 조직 개편안을 들고 와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그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협력해서 잘해보자고 임원을 뽑았는데 그렇게 중요한 일을 위원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추진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즉시 반발했다. 위원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개편안은 무효다. 재작업이 필요하다. 그때 나는 모든 위원들이 같은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당시 내 눈에 들어온 현실은 몹시 부조리했고 임원진은 독재자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위원이 나와 같은 현실 가운데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일이 덜어져 다행스러워했고, 다른 이는 임원진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혼란에 빠졌고, 이 같이 비민주적인 행태에 대해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보내는 신호를 수집한다. 그런데 그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인지한다. 선택적으로 수집된 정보는 주관적 필터에 의해 걸러지며 의미부여가 일어난다. 여기서 왜곡이 일어나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우리가 말하는 현실이다. 같은 상황에서 개별적 현실이 생기는 거다.


 그날 우리는 몇몇의 인간이 조직 개편안을 들고 와 발표하는 현실을 마주했다. 그 순간 나는 그들의 메시지를 수집했고, '참여의 가치'라고 하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 결과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이며 비민주적인 행태라고 하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임원진의 깊은 고뇌를 수집했고, 연민과 충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기꺼이 따르겠다는 '팔로워 십' 또는 '효율성'의 필터를 사용한 것이다. 그 결과 나에게는 무척 당혹스럽고, 화가 나는 현실이 누군가에는 감사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에는 누가 옳은지를 두고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에 가서는 위원 몇 명이 사임했다.


 일찍이 그런 인간의 심리를 두고 카이사르는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특히 정치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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