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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joou Nov 24. 2022

세 번째 사건 기록; 누구나 죽는다는 것

나에게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 기록하기

살면서 비슷한 나이 또래의 친구 또는 지인과 죽음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가? 나는 딱히 없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논하기에 나도 부모님도 아직 젊다는 이유가 있었을 테고, 뉴스에 도배되는 큰 사건들을 접할 때도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먼 이야기라 회피하며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


나를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늘 사랑을 느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슬프고 마음이 아팠지만 생각보다 의연했다. 나에게는 나이가 들어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비교적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일어나서는 안될 특히 어린아이들의 예상치 못한 죽음에 있어서는 참담한 심경이지만 기본적으로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라고 줄곧 생각했다.


그렇기에 죽음을 대하는 마음가짐에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사랑, 미움, 갈등, 존중 등에도 연습이 필요하듯이.


태어나 내가 경험한 첫 죽음은 7살 때였다. 언젠가부터 학교에서 돌아오면 거실에 누워 계신 아빠가 날 맞이해주셨다. 아빠의 도움으로 학교 숙제를 하곤 했는데, 철없게도 아빠가 덮고 계시던 흰색과 옅은 초록색 줄무늬의 구스 이불이 좋아 보였다. 그런 나의 의중을 아셨는지 나중에 크면 이 이불을 주겠다 말씀하셨다. 아빠가 없이 그 이불을 덮고 싶던 게 아니었는데, 이미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상태였기에 그런 말을 하셨던 거겠지.


병원을 유독 싫어하셨던 아빠의 장례식 또한 누워계시던 우리 집 거실에서 했다. 사람들이 눈감고 있는 아빠의 귀와 코를 휴지로 막았고, 입 안에는 쌀을 가득 넣었다. 주무시고 계신 아빠에게 왜 그러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어떤 전통에 의한 것인지 고모의 말씀대로 그 자리를 엄마와 언니 그리고 내가 몇 번씩 굴렀어야 했는데, 이 또한 이유를 알 수 없어 자꾸만 나의 머리카락을 밟는 언니가 그저 미웠다. 사람들은 자꾸만 울었고, 아버지의 얼굴을 만지거나 멀뚱히 서있던 나를 안타깝게 쳐다봤다.


죽음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아빠가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군중 속에서 나는 홀로 사진 속 아빠에게 그곳에 잘 계시냐고 물었다. 잘 계신다고 답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아빠와 인사했다.


그 뒤로 코가 ‘찡’하듯 눌려 찡코라는 이름의 나의 첫 강아지가 떠났을 때도, 학교 앞 병아리를 내 동생처럼 키우겠다며 이름 붙인 해진이가 사고로 죽었을 때도 나는 놀랐고, 슬펐으며 마음이 아팠지만 이내 금방 의연해졌다. 아빠처럼 인사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들이 있어야 할 곳에 잘 있을 거라 믿었다. 죽는다는 건 대상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고, 생이 있다면 반드시 사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동물이 아닌 식물도 이는 피해 갈 수 없는데, 식물을 키우다 보면 이 죽음이라는 것을 매우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식물들은 수시로 자신의 수많은 잎가지 중 어느 것을 살리고 죽일 것인지 선택한다. 남아 있는 잎가지에게 원활한 영양 공급을 하고, 전체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빠른 의사결정을 한다. 때로는 사람의 가지치기를 통해 선택을 강요받지만, 이내 새로운 가지와 잎을 통해 생명을 이어간다. 마치 스타트업과 같다.


이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죽음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살아있는 것과 죽음은 늘 공존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범주에서가 아닌 지구 더 나아가 우주로 보자면 생과 사는 늘 붙어 있기에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그의 자리가 있듯이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자리 또한 존재한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공존(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할 수 있다.


우리 집 거실에 자리하고 있는 올리브나무 '어울림'


나 스스로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내가 죽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 충분히 감사와 사랑을 표하고,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지난날로 사람들이 더 잘 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그리고 나의 죽음이 전체로 보았을 때 꼭 필요한 것이기를. 마치 식물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죽는 사실처럼 자연스럽고 편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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