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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joou Dec 26. 2022

식물과 웰니스

식물 집사의 식물 키우는 이야기

‘식물을 키우는 것’은 웰니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식물을 키우는 것에는 실제 신체와 정서 증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선 실내 온/습도 유지와 정기적인 환기가 매우 중요한데, 이는 우리 신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도 이를 알기에 공기 정화, 먼지 제거 등 건강을 위한 다양한 목적으로 식물을 키우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식물들을 돌보다 보면 건강한 습관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나를 돌보는 것 외에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챙기다 보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이들의 교육 측면에서도 좋은 것이 매일 달라진 식물을 관찰하고, 다양한 종의 특성을 공부하다 보면 관찰력과 다양성의 중요성 그리고 개별화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이렇듯 일상에서 자연을 가까이하고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식물 테라피’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40%에 육박하는데, 특히 이 1인 가구의 건강을 위해 ‘식물’이 주요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실제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반려식물로서 외로움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집에 오면 반겨주는 사람이나 꼬리를 흔드는 반려동물과는 다른 방법으로 말이다.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식물들이 가진 초록한 생기와 온기로 나를 맞이해 준다. 그 온화한 분위기가 집을 더욱 집답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1인 가구에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큰 부담이다. 게다가 하루의 대부분을 홀로 보내야 하는 반려 동물의 고충과 180도 달라져야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하면 결정은 쉽지 않다. 그런 부분에서 식물은 조금 더 수월하다.


이름: 토깽이


2인 가구인 우리 집에는 총 12개의 식물이 있다. 각자 오게 된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우리 집에 들어와 1주일 정도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이름이 생긴다. 토깽이, 어울림, 소쿠리, 도마뱀, 크리스마스, 선물, 엄지, 오두막, 징검다리, 마이콜, 만세 그리고 군장인까지. 아침, 저녁으로 저마다의 이름으로 불리며 그렇게 우리 집의 식구가 된다.

종종 아침에 일어나 순회를 돌며 새로이 틔운 아기잎들과 잘 지내는 어른잎들을 본다. 한창 때는 어찌나 성장이 빠른지 매일 아침이 다를 때가 있다. 열대 식물인 소쿠리를 위해 별도로 분무를 해준다. 어쩌다 잘라줘야 할 가지나 잎이 보이면 재빠르게 처치를 해준다.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반려식물도 관리가 필요하다. 강아지에게 산책이 필요하듯이 이 아이들에게도 적절하게 콧바람을 쐬어주어야 한다. 날이 따듯할 땐 그나마 한 번씩 환기를 시키지만, 추울 땐 어려워 4시간마다 자동으로 선풍기가 돌아가도록 해두었다. 재미있는 건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만드는 공기의 흐름 또한 이 아이들에게 중요하다. 이 아이들 또한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것이다.


식물에 따라 좋아하는 빛의 정도도 다르다. 직접 광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간접 광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 물론 이 아이들도 적응력이 있어 집 환경에 따라 얼추 자신을 맞춘다. 올리브나무 종인 어울림은 가장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있고, 베네키아 종인 도마뱀은 음지 식물이라 협탁과 다른 식물 아래 자리해 있다. 이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를 땐, 무조건 햇빛을 많이 쐬면 좋을 것 같아 방에 있던 엄지를 지금의 어울림 자리에 두었었는데 그 자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점점 시들해져 갔다. 그러다 원래 간접적으로 빛이 들어오고 습도가 높은 안방으로 돌아가자 잎에 생기가 돌았다. 동물만큼이나 식물도 자기주장이 강하다. 소리만 내지 않을 뿐 결코 조용한 아이들이 아니다.


반려동물 미용처럼 반려식물도 원하거나 필요시 수형을 잡아주기 위해 가지치기를 해준다. 몸짓의 크기에 따라 옷을 다시 사주듯 토분을 바꾸기도 한다. 이 아이들의 어릴 적을 보고 싶다면 비교적 쉽다. 가지치기한 아이들을 다시 심어주거나 잎을 잘라 수경재배를 하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이 아이들 덕분에 나는 더 건강해지고 부지런해졌다. 캘린더에는 5일에 한 번, 2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물을 주는 날이 표시되어 있다. 아이들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밥을 주는 일정은 다르게 돌아간다. 모두 다 한 곳으로 모아 실제 비가 내리듯 흠뻑 물을 쏟아준다. 화분 위로 물이 차올랐다 빠졌다를 2-3번 반복하다 보면 화분 깊숙한 곳까지 물이 잘 스며든다. 그 외에도 특히 겨울엔 거의 24시간 가습기가 돌아간다. 덕분에 비염이 있는 나는 집 안에서 숨쉬기가 편해졌다. 정기적인 환기 덕분에도 집 내부에 공기 순환이 잘된다. 물론 이 아이들이 좋은 공기를 내뿜는 덕에 우리 집은 공기 맛집이다.


물론 아픈 기억도 있다. 이사 오고 나서 떠나보낸 샘과 주세요 그리고 사철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하다. 미숙하고 무지한 우리 때문에 뿌리벌레가 생겨 고생하고, 집에서 키우기에는 너무 어려운 침엽수인 사철이를 괜히 데리고 와 힘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 아이들과 일상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가족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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