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소소한 걷기_ 동네 산책
가끔 달력을 보며 정신이 버쩍 드는 때가 있다.
오늘 날짜를 확인하고 4월이 어느덧 후반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을 보니 오후 5시.
요즘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바빴는데, 누가 '오늘 뭐했어?'
라고 물어보면 딱히 대답하기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러다 해지겠다. 아까운 봄 날들..."
이라며 혼잣말을 하고 서둘러 얇은 야상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마스크를 썼음에도 뺨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에 서둘러 다시 들어와 경량 패딩으로 갈아입었다.
집안에서 보면 눈부시고 따뜻해 보였지만 실상은 너무 차가웠다.
생각해보면 8할은 그랬다. 봄은.
아파트 단지 안엔 유치원을 마치고 놀고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님들이 보였다.
그들에겐 곧 집에 가서 씻기고 밥 먹이는 큰 과업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위로 싱그럽다는 표현이 턱없이 부족한 푸른 잎과 오후 햇살이 쨍하게 안구로 들어왔다.
낮은 언덕 위에는 작은 공원이 있다.
나는 이 공간의 허전함이 좋다.
이 곳에 이사 오기 전 나는 완벽하게 구성된 새 아파트 단지에 살았는데 오히려 이곳에서 더 마음이 편안했다.
새 아파트 단지는 참 아름다웠지만
한편으론 작은 잡풀이나 불필요한 돌멩이 하나도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런 쓸모없는 것들에 나 자신이 감정 이입되어 이런 조금 자연스러운? 공원이 편한지도 모르겠다.
나지막한 언덕 위엔 멋진 나무들이 많다.
늘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휴식을 준다.
바람에 흔들리며 건조한 잎사귀 스치는 소리엔 치유의 힘이 있었다.
나는 마음에 일렁이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지 않으면 이곳에 와 조용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그리고 한참 뒤 그 바탕이 되어주는 하늘을 보았다.
늘 같은 곳에 같은 존재가 있어준다는 것, 그보다 힘이 되는 건 없다.
조금 더 걸어가면 좋아하는 낡은 벤치가 있다.
거기 앉아 후련해지는 바람을 잠깐 맞았다.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기분이 좋아져
작은 에코백에 넣어온 책을 꺼낸다.
같은 구절이지만 이렇게 맑은 봄날에 읽으니 새롭다.
매년 4월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에 잘 없다.
아마 무언가 복잡하게 마음에 들어차 있는 시기여서 그런가 보다.
내 마음을 돌보고 또 비워본다.
분주한 일상일수록 30분만 짧은 동네 산책을 챙겨보자.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