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대접합니다, 고양이처럼.

고양이는 자신을 아낄 줄 아는 동물이다. 그 태도를 인간인 나도 배워보자

by 김나은


집사가 만든 조공을 먹어 줄까 말까?




가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참 자기애 강해.

대접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네?"


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아마 조공을 받쳐 본 집사는 공감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집사가 이뻐 보일 때(?)는

와서 고롱고롱 거리며 애교를 피운다.


그래서 집사도 녀석의 머리를 쓰담 쓰담해보려 하면

갑자기 귀가 뾰족해지며

앞 발을 들어 냥 펀치를 날릴 준비를 한다.


그냥 집사에게 부비적만 대고 싶고

쓰다듬는 건 허락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또 어떤 날엔 반대로 잠도 못 자게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손을 꼭 안고 안 놔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자기 마음대로다.


무엇보다

힘들게 만든 수제간식(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장기 투병 중이라 장기가 약해 일반 간식은 자주 못준다ㅜㅜ)을 만들어 주면 선반 위에 올라가 내려다보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집사가 의자 위에 올라가 겨우 코앞에

상을 올리면(?) 그 때야

'성의를 봐서 좀 먹어 주지.'라는 표정으로

깨작거리다 만다.;


어쨌든 이런 고양이들의 삶의 태도를 보며

얄밉기도 하지만 그 모습에 반대로 매력을 느낀다.

(아마 다른 집사님들도 그렇지 않을까?)


싫은데 억지로 하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하다.


자신의 몸이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알고 당당하게 표현한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스스로를 대접할 줄 아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집사 눈에 콩깍지 벗겨주실 분 찾습니다)


대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다가

한 번도 나에게 써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솔직하고

나의 욕구에 얼마나 귀 기울였나?


욕구대로 살 수 없고 살아서도 안 되는 것이

인간의 삶이지만,

나의 결핍을 바라보고 다독여 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선배, 후배, 선생님, 부모님, 친구,

심지어 우리 집 고양이에게 까지 나는

대접한다는 말을 쓰곤 했다.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깝게 있는

나 자신에게는 한 번도 대접이라는 단어를 써보지 않았다.


그래서 일상에서 스스로에게 대접한다, 선물한다는

말을 써 보았다.


'나에게 내가 늘 마시고 싶어 했던

달콤한 음료를 대접했다.


나에게 신선한 채소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대접했다.


나에게 잠깐 멍 때릴 시간을 선물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이렇게 붙이니 뭔가 새롭고 흐뭇했다.


무엇보다 돈들이지 않고

자존감이 좀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없으면 소재를 찾아서라도

자주 스스로에게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아침 일찍 나에게 말해본다.

'새로운 하루를 나에게 선물한다.'


지치고 더운 날 버텨주는 나에게 좋아하는 음료 한 잔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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