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했어야 할 유방 검진을 이제야 했다.
더 늦어지면 안 되겠다 싶지만
또 검진을 하려니 다음 주에, 다음 주에 하고 미루다 일 년을 넘겼다.
미루고 싶은 게 귀찮아서 인지
두려워서 인지 둘 다 인지…
이런 미루기 특기가 있는 나란 사람을 알기에
작년에 검진을 연장시켜놔서
정확히는 작년 검진을 올해 받는 거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예약을 해놓고 미리 근무도 공가를 신청해 놨다.
병원 예약도 되어 문자가 와서 보니
공가 결재가 났는데
이쯤 되면 안 갈 수 없잖아?
아마 미리 결재를 안 올려놨으면
예약 문자가 병원에서 와도
아 그냥 다음 달에 가자 싶어
또 미뤘을 나란 사람.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병원으로 출발.
병원에서는 엑스레이 촬영 외에
초음파와 갑상선 검사도 안내해 줬다.
분명 국가검진이라 무료였는데
생리 전 증후군 때문에 추가 검진을 하니
총 합하여 20만 원 가까이 나옴.
유방 엑스레이의 아픔을 겪어보고
초음파는 모니터를 나도 실시간으로 보며
뭐가 나올지 모르는 두려움을 느껴본다.
결과는...
암은 아니나 추적 관찰해야 할 혹이 있었다.
요즘 나온 기계는 혹의 탄성도 체크해 준단다.
모양이나 탄성으로 암이 될 확률이 아주 낮다고.
마흔이 훌쩍 넘은 몸으로 처음 해본
유방 검진.
그래 이 정도도 없으면
현대인이 아니지.
그 흔한 치밀 유방이나 석회화도 없으니
나름 선방한 것이다.
하지만 뭐가 하나 나오니 그래도 찜찜하다.
참 신기한 것이
건강 검진은 물리적 과정인데
전후로 감정적으로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다.
검진 전에는
"제발! 아무것도 없길!"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검진 후에 뭐가 나오면
이런저런 반성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간 미루며 대가로 받은
불안과 두려움의 시간.
그냥 기계적으로
검진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검진에 병원 예약과
복무를 미리 올려버리자.
한 가지 깨달음은
미루는 마음의 습관을 극복하기 위해
물리적 제약이 때론 필수인 사람이
바로 나란 존재라는 사실.
두려움을 피하기보다
두려움을 피할 시간을 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