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하루정도 지정해도 좋지 않은가?
‘어제 내린 폭설로
오늘은 사내 메신저와 내선전화가 되지 않습니다.
조속히 수리하겠습니다.'
아침부터 회사에서 단체 문자가 왔다.
'아, 오늘 보내야 할 메시지가 있는데.'
문득 밀려오는 당혹과 불안…
헌데 생각해 보니 오늘이 아니라
내일 보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순간 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긴장 속에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마음속 날 선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급한 내용은 대부분 개인 휴대폰으로
주고받겠지만 그 외에는 '합법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메신저와
유선전화가 끊어진 근무는 불편함보다
해방감이 훨씬 컸다.
슬쩍 주변을 보니
다른 직원들도 컴퓨터를 보는 자세가
어딘가 덜 긴장되 보이고
어깨가 한결 가벼워 보인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회사에
몸뚱어리가 구속되어 있어서 힘들다
생각하지만, 실은 정신적 구속감이
훨씬 더 크다는 걸 알았다.
내 안에 툭 끊어진 그것은 아마도
언제 무슨 연락이 올지 모르는 '곤두섬‘과
재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해야 하는
‘강박’이었나 보다.
일에 집중했다가도
갑자기 도착한 메시지를 읽고 답장하면
일의 맥락이 흐트러졌고
끝없이 울리는 유선전화 너머
음성으로 전달되는 짜증 섞인 감정까지 신경 쓰며
받는 스트레스들...
어쩔 땐
그런 감정 소모로 하루 종일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급기야 시름시름 앓다 조퇴하기도 했다.
그 시간에 하던 업무에 집중했다면
벌써 몇 건을 처리했을 텐데…
생각해 보면 메신저나 유선전화를 과도하게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영어권에선 업무에 너무 소통이 안 돼서
속 터지긴 했지만
그 내용의 80프로는
'독촉'이나 '확인'이었다.
이미 보낼 수 있는 일이면 벌써 보냈을 것이고
이미 공지한 매뉴얼을 한 번만 더 확인하면
전화로 같은 일을 다시 '음성'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독촉으로 성급하게 주고받은 일은
또 다른 피드백이 필요했고
피드백은 또 다른 독촉이 이어졌다.
지나고 보면
대부분의 일은 되어야 될 때 완성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체기만 남기지 않으면 다행인 ‘과도한 소통’이 많았다.
급한 업무는 휴대폰으로 주고받기로 하였지만
실상 개인 휴대폰으로까지 연락할
급한 일은 없었다.
응급실 같은 타인에게 심각한
지장을 주지 않는 업종의 회사라면,
일주일에 하루쯤?
아니 한 달에 하루만이라도
이런 '불통'이 주는 여백을 갖는
날을 지정하면 어떨까?
물론, 그런 날이 생겨도
굳이 급하지 않은 일로 연락하는
회사 내 진상은 꼭 존재하기 마련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