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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eong Sep 13. 2021

글쓰기는 무기가 될 수 있을까요?

서평 [무기가 되는 스토리, 도널드 밀러]

얼마 전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이 생겨 이러저러한 정보를 수집하던 시기가 있었다. 시험이니, 취업준비니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잠식되어갔던 삶에 팔꿈치를 꼬집듯,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다. 아, 나는 브랜딩에 관심이 있었지. 책을 짚고 다시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 기뻤다.


자신을 주변에 알린다.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내뱉는다. 밖으로 나온 가치는 돈이라는 또 다른 가치로 환전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나마 세상을 향한 창구를 유튜브로 삼고 있었던 나에게, 알고리즘은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많이 노출시켜주었다.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디지털 화면은 내게 물었다. ‘나는 결국 내가 일한대로 벌고 싶다’라는 다짐이 생겼다. 그렇게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내가 가진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남이 써준 대본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남과 나는 당장 신체조건부터 보면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더구나 남은 나를 위한 맞춤형 대본을 써주지 않고, 쓸 수도 없다. 그렇다면 철저히 혼자 살아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자아는 성장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이것은 타인과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다. 소통의 과정에 이르렀다면, 그다음 단계는 성장한 자신을 기반으로 해서 타인의 성장 바라게 된다. 자신의 색을 찾았으니, 어떠한 방식으로든 주변을 물들이고 싶은 욕망이 생길 것이다.

타인 성장에 대한 기대. 이것은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악하지 않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타인에게 좋은 영감을 준다는 이 표현은 참 부드럽다.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욕망은 이내 자신의 가치를 남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만족을 채우며 타인까지 만족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가치 판매의 시작점이라 생각한다.

체화된 자신만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될 수 있다. 자본주의로 보면 그렇다. 선한 영향력 역시 자본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판매 방식이 있다. 물건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가 직원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판매이다. 모든 것은 팔 수 있다.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팔지 못할 것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닌 가치를 어떻게 ‘선하게’ 판매할 수 있을까. 책에서 말하는 해답은 스토리, 즉 맥락이다. 명료한 스토라는 판매자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고 구매자의 구매 목적을 명확하게 한다.



<스토리는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업을 시작하고 첫 번째 고민거리는 마케팅이다. 일단 다양한 곳에 알려야 한다. 좋은 제품, 훌륭한 아이디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 있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당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처음 발을 내디딘 사업은 냉혹한 무관심에  첫 번째 좌절을 겪는다. 자신의 메시지를 퍼뜨리기 위해 우리는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 스토리텔링을 적극 사용하자.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저희가 도와드립니다.’ 와 같은 메시지를 사방팔방 던져야 한다. 장황한 설명보다는 보다 명료한 표현이 효과적이다.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항상 내가 소비자라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해보자. 역으로 당신이 어떤 것을 구매할 때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 필요한 것을 검색하는 행동이 먼저이지 않을까. 그것을 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필요한 것이 물건이라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 것이 무형의 것이라면 어떨까. 이를테면 운동을 배우고 싶다든지, 전문가와의 상담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경우, 물건을 판매할 때 보다 더 명확한 스토리를 제공하는 것이 현명하다. 판매자가 무슨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도움을 줄지 간단하게 나타내지 못한다면, 고객은 들어오자마자 뒤돌아나갈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돈을 소비하지 않는다. 시작부터 길을 잃도록 스토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스토리를 통해 고객을 유치했다면, 그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까. 동종의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고 생각해 보자. 고객들은 더 좋은 서비스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갈아탈 것이다. 판매하는 사람은 떠나려는 사람도 붙잡을 만한 매력적인 스토리 또한 생각해 두어야 한다. ‘우리는 당신의 페이스메이커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를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 당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메시지 말이다. 홀로 목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함께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정리하자면, 스토리는 소비자가 가치를 구매하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물건에 관심이 생겼을 때부터 시작하여, 충성고객이 되는 모든 구간에 유려한 기업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편한 감정>


서평을 쓰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선한 영향력이니 좋은 의도니 하며 기업 스토리를 구성했지만, 판매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돈’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니 말이다. 나는 서평을 시작하며 ‘가치’에 대해 말했다. 자기 가치가 확산되고 싶은 욕망. ‘선한 영향력’에 대한 욕망이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변질될 우려가 있지 않을까. 변질된 영향력은 더 이상 선한 것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스토리가 거짓으로 꾸며댄 그럴싸한 메시지라면 어떨까.

이 책을 짚게 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사업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앞서 강조한 ‘선한 영향력’을 유지한 채로 사업을 이어나갈 자신이 있는가. 첫 고객부터 시작하여 충성고객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구매를 이뤄내기 위해 만들어 냈던 그 ‘선한 스토리’, 그것은 말 그대로 순수한 것인가? 판매자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거짓된 스토리를 꾸며냈다면, 그리고 그것이 구매자들에게 인식된다면, 결국 고객은 떠나가지 않을까.

자신이 가진 가치를 판매한다는 것은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형식의 스토리텔링은 철저하게 배제되어야 한다. 또한 초기에 마련한 그 ‘선한 스토리’를 고수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책이 지루한 이유>


성공한 기업에서 주창하는 ‘고객중심’이라는 메시지를 주욱 풀자면 결국 이 책과 맥락이 거의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대상은 거듭 실패를 경험하는 판매자라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판매자가 이 책을 읽었다고 가정할 때, ‘판매가 잘 안되는 이유는 전적으로 스토리 때문이야’라고 오해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은 품질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케팅은 전체 판매 공정의 한 일부분이지 않는가. 사고가 매몰되지 않도록,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다른 분야의 견해도 섞여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책 주제가 마케팅이라는 한정된 주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다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었다. 이점은 지루했다.





<서평 에필로그>


나는 잘하는 것이 뚜렷하지 않다. 안타깝지만 잘하는 것이 없음을 깨달은 시기도 얼마 되지 않았다. 잘하는 것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저 사람은 스스로가 얼마나 많은 전쟁을 치루어 왔길래, 저렇게나 어깨를 펴고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 그렇지만 나는 초라하구나.


생각해 보니 좋아하는 것은 많았다. 발을 담가본 분야도 생각보다 많았다. 기타니 농구니 영어니 일본 어니. 발을 담갔다가 발이 부어버릴 것이 두려웠다. 찜질방에서 단 5분도 버티지 못하는 나는, 사실 모든 것에 그런 태도를 가졌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삶의 무상함, 경멸감을 느낀 나는 그저 남의 뒤통수를 보고 따라가는 것이 편했다. 무언가를 깨닫기 전에는 그랬다.


그러나 내가 발을 담근 정도에 불과했던 수많은 배움들이 지금은 나에게 큰 꿈을 가져다준다. 예전에 해봤으니, 벽이 많이 낮아진 셈이다. 나의 가치를 나누고 공유하고 싶다. 작지만 많았던 나의 가치들 중 하나를 사용해 모임을 열었고,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활동이 상호 간 이익이 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앞으로 방향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 이윤을 추구하게 될지도 모르겠고, 이것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짐한다. 그리고 이것이 변질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자’라는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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