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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eong Sep 14. 2021

성격은 바뀔 수 있어요.

MBTI 결과 후기

ENFP


사람이 어떻게 16가지로 분류될 수 있을까요. 이 검사에 대해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1/16로 분류된 나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요. 저는 외향적이지만 내향적이기도 했고, 감정적이지만 이성적이기도 했지요. 상황과 맥락에 따라 준비된 가면을 잘 갈아끼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극 가면처럼요.


가끔은 가면이 뜻대로 바뀌지 않아요. 결국 나는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는 스스로 가면을 잘 바꾼다고 생각했지만, 무색의 실들이 사실은 가면 하나하나에 연결되어 있었어요. 바꾸기 위해서는 무언의 협상을 해야 해요. 그게 잘 통했다면 상황과 맥락에 어울리는 색의 가면을 쓸 수 있지만 협상의 과정에서 약간의 신물을 느끼는 순간 타이밍이 어긋나버리고는 하죠. 그렇게 저만 다른 색의 가면을 쓰고 그 순간을 무마하려는 찰나에는, 마치 작두를 탄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개뿔. 자신의 다양성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괜한 오기를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의 몸살을 겪고 저는 16가지에 귀속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무한에 가까운 삶의 유형에 목을 매달아 자신을 갉아먹는 것보다는 오히려 질서 있게 분류되는 것이 스스로에게 이롭지 않을까.


저는 외향적인 인간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외나무다리에서 중심을 잘 잡기 위해서입니다.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이 도구를 사용하려고요.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리는 순간에 '외향적' 평행봉이 있음을 깨닫고자 합니다. 모든 것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싶어요. '재기 발랄한 활동가'라는 타이틀이 꽤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너무 매몰되지는 않으려고 해요. 성격유형검사는 참고서에 불과해요. 실질적인 삶을 올바르게 사는 게 먼저잖아요. 결국 실제의 삶은 무한한 다양성에 놓여 있어요. 예측이 불가능한 삶에 질식하지 않을 정도. 딱 그 정도의 기능만 할 수 있도록, 저를 분류하겠습니다.


21년 9월의 경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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