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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eong Jul 24. 2021

종이책과 전자책, 무엇이 다를까?

나는 서점가는 것을 참 좋아한다.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서점냄새가 좋다. ‘교보문고 시그니처 디퓨저’도 따로 판매할 정도로 그 장소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겐 방문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책을 사지 않아도, 시간을 보낼 일이 있으면 그 곳에 갔다. 그리고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서점엔 자주간다는 아이러니한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감성의 영역이었다.


책의 모양과 표지, 색은 모두 다르지만 그것이 일방향으로 정렬되어있는데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곳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소음을 내지않으려 노력헀고 그 모습들에게서도 안락함을 느꼈다. 장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책’과 ‘독서’를 사랑하게 된 아주 간접적인 계기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다.


독서를 결심하게 된 특정 시기가 있다. ‘퇴사’였다. 사후 당연하게도 서점으로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나는 눈에 띄는 ‘종이책’을 무작위적으로 집어들었다. 취해있었다. 스스로를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에 취해 퇴직금의 상당부분을 종이책을 구매하는데 사용했다. 20대에 읽은 책은  고작 2권. 글이 읽히지 않았다. 당시에도 전자책은 유행을 타고 오르던 시기였지만 나와는 아주 관계없는 환경이었고 나는 글자를 읽는 행위를 먼저 연습했어야 헀다.



<사실 나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이책과 전자책의 본질적 기능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에 있다. ‘읽는 행위’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 않다면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이해할 수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읽는 행위’에 익숙하다면 어느 것을 매개로 두는 가는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다.


종이책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읽는 맛, 질감, 냄새 등등의 고유한 종이책의 특성이 있기에 이 요소를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동의한다. 코박고 책냄새 맡기를 즐겨하는 나도 이 점은 극히 동의한다. 그러나, 종이책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전자책에 대해 꽤 부정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심지어는 전자책을 왜 읽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사실.. 전차책으로 읽어보려고 노력은 해봤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기는 한다.) 마치 자기계발서를 혐오하는 사람들처럼.


종이책만을 고집할 특수한 경우는 있다. 나의 부모님은 독서를 즐긴다. 전차책을 권하지만 눈의 피로가 금방 찾아와 읽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제외하기로 한다.


<단순한 선택의 문제, 취향의 문제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취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전자책이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눈을 둬야 할 ‘디스플레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크레마’, ’리디’ 등의  최적화된 전자책 리더기가 등장했다. 사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전자책은 ‘컴퓨터’라는 매개에만 의존해야했고, 불편한 것은 당연했다. 이 전에는 비교할 만한 대상 자체가 없었고, 극명한 차이를 부여하기에는 우리가 전자책을 본격적으로 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는 전자책에 익숙해질 기회가 없었다.


취향의 문제로 넘긴다면, 이는 익숙함의 차이라 생각한다.




<동기적 측면에서의 종이책>


이 경우, 종이책으로 읽기를 권한다.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 독서동기의 부가적인 요소, 즉 감성은 매우매우 중요하다. 그 행동을 오래도록 유지할 연료가 그것이다. 본능적으로 몸은 책읽기를 거부한다. 머리를 굴린다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펴는 것과 ‘글자’를 읽는 연습이 필요한데, 이 때는 종이책으로 시작하기를 권장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학생시절을 대부분 거쳐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날로그적인 ‘종이’가 익숙할까 ‘디스플레이’가 유리할까. 당연히 전자이다. 극단적으로 우리는 종이를 통한 학습밖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전공에 따라 다를수는 있겠지만, 논외로 해주세요) 척박한 뇌에 독서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편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두가지 수단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종이책과 전자책 두가지를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독서하는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발췌구간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필사가 필요한데, 주로 전자펜으로 패드에 기록을 남긴다. 항상 가방에는 종이책 한권이 담겨있고, 전차책을 위한 패드를 함께 들고 다닌다. 어깨나 허리가 가끔 아프다.


   

공통적으로 조명과 온도가 최적화된 카페나 독서실에서는 종이책, 전자책 둘다 사용한다. 도구(도서, 펜 등)를 고정하는데 책상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조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환경이라면 주로 전차책을 사용한다. 천장의 불빛이 가독성에 꽤나 큰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반질반질한 책은 빛반사 때문에 글자가 잘 보이지 않기 떄문에 종이책이라면 표면조도가 거친것을 선호한다.


이동수단 (지하철,버스)에서는 전자책을 사용한다. 앉았다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내부에서도 이동할 일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켜고 끌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리고 나는 남의 눈치를 보는 편이라, 책제목이 남에게 의식되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있다. (오히려 있어보이는 제목이 보여지는 것이 민망하다.)


비문학적으로 큰 흐름이 있거나, 필요한 정보가 많은 책은 종이책을 이용한다. 필사를 위해 보통 전자기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필사할 동안 한손으로 책을 고정시킬일이 많다면, 그 때는 전자책을 이용한다.


Yes24 정액제 북클럽을 사용한다. 내가 필요한 책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일이다. 이 경우는 전자책을 이용한다.


취향의 영역, 관심있는 책의 표지가 하드커버라면 거의 무조건 종이책을 구매한다.



아직 안 읽은 책이 한권 보인다.
YES24 북클럽, 좋은 책 많습니다.





<보편적인 종이책, 전자책의 장단점>

각기 다른 취향과 방식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의견을 나름대로 뽑아 정리해보았다. 인터뷰도 해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았다. 정리하고 보니 큰 틀에서의 이용수단은 나와 비슷해 보였다. 공감한다.


<종이책 독서의 장점>   

익숙함

손맛과 감성

진도율 확인이 용이


<종이책 독서의 단점>   

독서환경의 민감성

자원의 낭비


<전자책 독서의 장점>   

휴대성

저렴함

독서환경의 둔감성

맥락의 연속성


<전자책 독서의 단점>   

눈의 피로

충전

중고판매 불가능

신간이 늦음




<학습측면에서의 수단>

뇌과학이 빠질 수 없다. 뇌과학 측면에서의 학습 수단은 종이로 된 것이 더 효율적이라 말한다. 이유는 ‘정적인 공간배치’로 설명이 가능하다. 3차원 실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인간은 대상이 ‘고정’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몰입하기 쉽다고 한다. 종이책에 쓰인 텍스트는 불타거나 소실되지 않는 이상 그 자체로 고정된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학습의 연속성에 도움이 된다.

뇌는 우리의 한정된 감각보다 고차원적이기 때문에 오감에 의한 착각에서 보다 자유로울  있다. 무의식은 이러한 자유로운 뇌의 특성으로 각인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학습 측면에서, 감각적 착각을  야기시키는 종이책이 학습에 유리하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정리하자면, 텍스트를 읽고, 이를 생각하고 비판려는 목적이 분명하다면 그것이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수단은 위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느냐의 문제라 생각한다. 앞서 장점과 단점, 개인적 취향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류 해두었지만, 몇가지 근거로써만 작용할 뿐 절대적인 재질은 아님을 밝힌다. 다만 각기의 특성에 대해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수단을 활용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전자책과 종이책, 상호간의 장단을 메우며 개인의 목적, 나아가 큰 목적을 이루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에게도.




이러저러한 궁금증이 생겨, 이것저것 검색하다보니, tvN 채녈의 <책의 운명>이라는 영상을 발견했다. 독서의 대가, 책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독서와 도서의 현주소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나는 전차책과 종이책, 공통된 ‘도서’라는 범주에서 수단의 차이만 묘사했지만, 해당 영상에서는 확장된 의미의 ‘정보매체’에서의 책의 존립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이 주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학술적으로, 통계적으로 공부해야할 내용도 많을 뿐더러 스스로가 가진 생각에 대해서도 모순점이 많기에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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