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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Oct 21. 2019

떨어졌다, 다시 매달렸다

온갖 운동 입문기 - 클라이밍

'매일 하면 직업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서귤 작가님의 책 '책낸자'에서 이 문장을 읽었다. '매일 쓰면 작가다', '매일 책을 만들면 작가다'라는 생각은 글을 매일 써 내려가기 막막할 때, 큰 힘이 되었다. 무사히 두 번째 책을 출간하고 종종 ‘작가님' 소리를 듣지만, 지금으로서는 작가라고 불리기 어려운 상태다. 매일 쓰기는커녕 꾸준히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내 상태는, 그러니까... '체육인'에 가깝다. 그리하여 체육인과 작가의 자체 콜라보레이션, 운동일지를 쓰려고 한다.


주 2회 필라테스를 하러 간다. 필라테스 이야기도 쓸 예정이다. 그 혹독하고 자비 없는 세계에 대하여.... 러닝도 시작했다. 이 이야기도 곧 쓸 테지만... (미래의 나여, 잘 부탁한다.) 지난 주말에는 클라이밍 원데이 클래스에 다녀왔다. 앞뒤로 운동할 시간이 있긴 했지만, 선생님과는 1시간의 수업을 함께 했다. 고작 1시간을 다녀와서 어떻게 글을 쓸 수 있냐고? 자, 이제 그 글을 시작한다.


역시 제일 안전한 곳은...


영화 '엑시트'를 즐겁게 봤지만, 단연코 클라이밍을 하고 싶어 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 비상상황이 생기면 벽을 타느니 나는 역시 평범하게 가스를 마시겠다는 쪽이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중국 요리를 먹고 공원에 앉아 있는데, 친구 S가 클라이밍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격렬한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면서. 벽을 타도 함께 타는 게 낫겠지? 하루정도 배워보고 결정할까? 몇 번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함께 주말에 종로의 클라이밍 센터를 가게 됐다. 정말 체육인 다 됐다. 클라이밍 이야기를 꺼낸 지 2주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종로의 클라이밍 센터는 크고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 곳이었다. 클라이밍 전에 몸에 땀을 내는 게 좋다는 공지사항을 꼼꼼하게 읽은 S는 나에게 준비운동을 권유했다. 체육관 구석에서 이런저런 몸풀기를 하고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일요일의 클라이밍 원데이 클래스에는 총 5명이 있었다. 선생님이 설명을 하고, 시범을 보인 후 1번부터 차례차례 벽을 타면 된다. 참 쉽죠? 어쩌다 보니 1번이 된 친구 S는 고유 1번이 되어 계속 앞에 나가야 했다. 우리가 배운건 두 가지인데, '지구력''볼더링'이었다. 영화 '엑시트'처럼 비상상황에 매달리고 벽을 타고 올라가는 건 '볼더링'에 가깝다. (영화처럼 몸에 줄을 감고 올라가는건 '리드'종목이라고 한다. 클라이밍 1일차에게 댓글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구력' 코스는 균형을 잘 잡고 침착하게 몸을 옮기면 됐는데, 의주와 용남(영화 '엑시트'의 주인공들)보다는 스파이더맨에 더 가깝다. 볼더링은 좀 더 몸을 쓰는 기술과 순간적인 파워가 필요했다. 볼더링을 한다고 몇 번 벽에 매달렸다가 주르륵 떨어지고 나면 팔에 감각이 사라진다.


벽에 매달린 채 옆으로 이동한다. 벽에 매달려 위로 이동한다. 이 두 가지 단순한 움직임은 그만큼 힘이 들어갔지만 꽤 재미있었다. 기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내 손과 발에 의지하여 벽을 탄다. 그리고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고작 몇 걸음도 안 되는 높이에 혼자 매달려 있으면... 외롭다. 오도 가도 못하는 그 상황에 오직 믿을 수 있는 건 내 두 팔 뿐인데 힘이 빠져나가면... 지금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빙하 천 길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 다음 홀드로 팔을 제대로 옮기면, 선생님이 경쾌하게 외쳐준다. "나이스!" 그때 아주 큰 기쁨과 성취감이 느껴진다. 매트로 떨어지기 전까지의 아주 짧은 찰나이지만...


© Photo by Jonathan J. Castellon on Unsplash


나와 친구 S는 후들거리는 두 팔을 수습하여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사러 들어간 커피숍에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친구 S에게 고백했다. "우리 진짜 큰일 났다. 팔이 후들거려서 나 바지 못 내릴 뻔했어." 그러자 친구 S도 깊은 고백을 건넸다. "나 사실... 아까 우리 먹은 고기 포크로 찍을 힘이 없어서 많이 못 먹었어." 아... 어쩐지 많이 남더라... 그래도 다행인 점은 클라이밍은 팔목이 아픈 운동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무직 노동자에게 팔목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팔목은 안 아프다... 팔목만은.... 그냥 팔 전체가 아프고 발바닥과 손바닥에 물집이 생겼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간 다시 클라이밍을 해보고 싶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후에도 다시 매달려서 올라가는 일, 생각보다 재미있다.



 운동 기간 : 1일 

 운동 비용 : 3만원 (1시간 강습 포함)


각 클라이밍 센터의 가격은 대부분 온라인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가까운 클라이밍 센터를 찾아서, 1일 클래스에 참여해보는 게 좋다. 서울 지역 클라이밍 센터 정보는 여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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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_jun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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