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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Oct 25. 2019

달리기 시작했다

온갖 운동 입문기 - 러닝

클라이밍에 이어, 러닝이다. 올해 여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건 말해주는 사람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모르기가 어렵다. 나는 뭐든 시작하기 전에 글로 먼저 배우려는 사람인데, 운동도 마찬가지다. '역시 운동을 해야겠지...'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운동 관련 에세이를 세권 읽었다. '마녀 체력',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아무튼 피트니스'. 세권 모두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저자가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권 중 두 권의 저자는 러닝을 한다. 세권 모두 즐겁게 완독 했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뛰기 시작하진 않았다. 친구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사람들도 러닝 인증 사진을 자주 올린다. 번번이 '좋아요'를 누르면서도 시작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호캉스를 갔다. 호텔에서 하루 자는데, 친구들이 운동복과 운동화를 챙겨 왔다며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옷을 갈아입더니 나가서 달리기 시작했다. 아... 우리는 항상 함께 누워있는 동지였는데. 세상이 이만큼 변했다. 그때도 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호텔 침대에 누워있으려고 가는 게 호캉스가 아닌가?  


@jbcreate_ on @unsplash


이렇게 일생 달리기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던 내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와서 세일하는 러닝화를 사둔 탓일까. 필라테스만으로는 체력이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어느 날, 달리기 초보들은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하는지 검색했다. 모두들 '런데이' 앱을 추천했다. 앱을 깔고, 운동화를 신고 동네의 유일한 공원에 비장하게 나섰다. 런데이 1회 차 달리기는 천천히 달리기를 딱 5분 하는 인터벌 러닝이다. 전체 소요 시간은 23분. 5분 달리기라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1회 차에 나는 큰 자신감을 얻고 집으로 돌아왔다. 땀을 비 오듯 흘리긴 했지만, 다시는 못 달릴 정도는 아니었다. 런데이 선생님이 뛰라고 하면 뛰고, 걸으라고 하면 걷는다. 힘을 내라고 하면 힘을 더 내본다. 선생님의 단골 멘트는 이거다. "달리세요! 달려보는 겁니다!" 동네 공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여름이 지났다.


어느 날, 집 앞 중학교 운동장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동년배들이 학교를 다닐 때는 볼 수 없었던 최신식 운동장이다. 가운데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는 축구장이고, 축구장은 빨간 육상 트랙으로 감싸져 있다. 운동장은 주로 축구를 연습하는 학생들이나 조기 축구회의 차지다. 축구장은 그렇지만, 육상 트랙은? 내가 쓰면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빨간 육상 트랙에서 뛰면 엄청난 게임에 출전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 누구도 축구를 하러 나오지 않은 아침, 빨간 육상 트랙을 혼자 뛰었다. 약간 푹신한 육상 트랙에서 런데이 선생님 말대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니 정말 선수라도 된 것 같았다. 누군가 이 나홀로 육상 경기를 봤다면 왜 계속 뛰다 걷다 하는 걸까 궁금해했겠지만.


Photo by Austris Augusts on Unsplash


어느 주말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육상 트랙이 비어있는지 확인해보고 서둘러 아침을 먹고 달렸다. 땀에 젖어 집에 돌아오면서는 헛웃음이 났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리기를 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다니? 이렇게까지 성실한 어른이 되려고 했던 건 아닌데. 런데이 앱은 주 3회 달리기를 권유한다. 하지만 아무리 성실한 어른이라도 주 3회 달리기를 할 수 없는 사정은 생기기 마련이다. 주 2회 필라테스도 가야 하니까... 지금은 적당히 달릴 수 있는 날에 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러닝을 해서 뭐가 나아졌냐고 물으신다면... 아직은 모르겠다. 필라테스 수업에서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숨이 조금 덜 차긴 하는데 눈에 띄게 달라진 변화는 없다. 극명하게 나타난 변화는 친구들의 반응이다. 나이키 러닝 앱 기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서, 친구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하루아침에 이제 나마저 달리는 시대가 와버린 것이다. 친구 N은 "트렌드란 이렇게 거대한 것인가... 네가 빠지는 걸 막지 못할 정도로...?" 라며 혼란스러워했다. 한때의 트렌드라고 하더라도, 달리기는 돈이 안 들고 나 혼자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운동이다. 유일한 준비물 운동화는 집에 하나쯤 있으니까.



운동 기간 : 66일차

운동 비용 : 없음


달리기 시작한다면, 런데이 앱이 좋은 선생님이 되어 줄 것이다. 다운로드 링크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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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_jun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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