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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Dec 17. 2019

필라테스 힘들어...

온갖 운동 입문기 - 필라테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이미지를 먼저 정해두고 쓰기 시작한다. 글 쓰는 주제에 맞는 이미지를 고르는 일을 좋아하고, 딱 맞는 이미지를 고르면 글도 좀 더 수월하게 써진다. '필라테스'를 주제로 이미지를 찾는데, 난관에 봉착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필라테스 연관 이미지들은 모두 활기가 넘치고 건강해 보이고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다. 내가 알고 있는 필라테스와는 거리가 멀다. 하나, 둘, 셋... 열까지 셀 때까지 버티느라 안간힘을 쓰는 안쓰러운 모습, 필라테스 기구에 매달려 오갈 데 없이 고통에 차 있는 모습, 땀에 젖어 초점 없는 눈동자로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 같은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필라테스협회가 은폐하고 있는 필라테스의 진실인데...


필라테스는 현재 정기적으로,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운동이다. 저 은폐된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필라테스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운동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 아무리 좋은 운동도 멀면 결국 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지금 집에 이사 오고 나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필라테스를 다시 겁 없이 시작했다. 필라테스는 '코어'를 강조하는 운동이다. 그놈의 코어... 돈으로 살 수 있으면 그냥 사버리고 싶은 그 코어를 만들기 위해 기구에서 펼칠 수 있는 온갖 자세로 운동을 진행한다. 복근 운동을 하면 복근에 힘이 없어서 힘들고, 팔운동을 하면 팔에 힘이 없어서 힘들다. 온갖 자세에 실패하다 보면 힘을 기른 후에 다시 필라테스를 시작해야 되나... 싶은데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나는 힘을 기르려고 이 운동을 시작했다. 


필라테스와 함께 한 역사는 웬만한 필라테스 선생님만큼이나 길다. 사회 초년생 시절, 잦은 야근 덕분인지 어깨가 굳고 목이 아팠다. 편두통도 잦아졌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기도 했는데 결국엔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하는 필라테스 수업에 다녔다. 거리가 가까워서 수업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야근을 하기도 수월했다. 넓은 오피스텔에 많은 수강생들이 앉아서 진행하는 소도구 필라테스 수업은 가격이 가장 저렴한 대신 선생님이 많은 수강생을 하나하나 챙겨줄 수 없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잘 따라서 하리라는 믿음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나는 힘든 자세는 건너뛰고 슬렁슬렁할 수 있는 동작을 하고 끝내곤 했다. 대충 따라 하던 수업이라 큰 효과는 없었지만,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몸이 조금 시원해졌다. 더 큰 효과를 보려면 좀 더 작은 규모의 수업을 선택해야 했는데, 그러기엔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돈을 벌려고 회사에 왔는데 회사일 때문에 나빠지는 몸을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순환의 고리... 퇴사와 함께 필라테스 수업도 그만뒀다. 10여 년 전, 그렇게 처음으로 필라테스를 만났다.


그 후로도 필라테스를 다니려고 했지만, 가격이 큰 장벽이었다. 필라테스는 직접 가지 않으면 가격이 얼마인지 온라인으로는 도통 알아내기가 힘들다. 전화로 문의해도 직접 상담을 해야만 안내 가능하다고 하는 곳들이 많다. 찾아가서 상담을 받으면 온갖 옵션들로 정신이 혼미해진다. 기구 필라테스인지 소도구 필라테스인지, 한 수업에 몇 명 정도 들어오는지, 몇 개월 단위로 끊는지 등을 계산하다 보면 결국 필라테스는 비싸다는 결론만 남기 일쑤였다. 지금 동네에서는 필라테스 학원이 거리 면에서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승자였기 때문에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했다. 기구 필라테스고, 수업 당 최대 7명까지 들어올 수 있고, 수업은 50분 이루어진다. 50분이라는 시간 동안 필라테스 기구에 누웠다가 매달렸다 밀려갔다 쓸려왔다를 반복하는데... 결국 하게 되는 말은 단 하나다. '필라테스 힘들어...' 필라테스, 뭐가 그렇게 힘든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 '필라테스 진짜 힘들어...'에서 계속...  



운동 기간 : 2개월 (최근 등록일 기준. 쉬었다 다시 등록했다를 반복하고 있다.)

운동 비용 : 26주 / 65회 / 790,000원 (역시 최근 등록비 기준)
계산이 어렵죠?! 1주에 2~3회 수업, 주 3만 원 정도의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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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_jun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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