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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Mar 12. 2020

코로나 시대의 달리기

마스크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퇴근하면 바로 집에 오고, 주말에는 집에 머문다. 일주일에 2~3번씩 가던 필라테스 스튜디오도 문을 닫은 지 3주째다. 원래도 집에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집에 있게 되니 집순이의 마음도 동요한다. 역시, 남들 다 밖에 나갈 때 혼자 집에 있더라도 자의로 있을 때 만족스러운 법... 이렇게 다 같이 각자 집에서 팔을 잃어가며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있는 칩거 생활은 달갑지 않다. (참고로 나는 아직 안 만들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문을 닫은 지 3주째... 대단한 운동인은 아니었지만 갈 곳이 없어지니 뭐라도 운동이 하고 싶어 진다. 날씨는 따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은 길어지고, 창 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은 텅텅 비어있다. 다시 런데이 앱을 업데이트하고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마스크를 하고 운동장까지 걸어간다. 운동장 트랙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마스크를 벗는다. 마스크를 벗고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게 얼마만인가. 런데이 선생님의 지도 아래 뛰다, 걷다 하다 보면 가끔 칩거의 시대의 흔치 않은 달리기 동지가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괜히 나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까 싶어 트랙 안 쪽 잔디밭으로 나만의 트랙을 옮긴다. 운동장은 넓고, 두 명 정도야 얼마든지 나눠 쓸 수 있다. 이렇게 여유롭게 달리기를 하는 것도 아침의 일이다. 점심때가 되면 아무리 코로나가 무서워도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든다. 서로 거리를 두고 공을 차며 주고받기도 하고, 캐치볼을 하기도 한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달리려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가야 한다. 런데이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운동을 마친 후엔 바로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너무나 멋진 하루의 시작이지만, 사실 집에만 있는 하루라 크게 할 일은 없다. 영화 주인공처럼 바쁘게 아침을 먹고, 신발을 신는 대신 다시 실내복으로 갈아 입고 침대에 쓰러져 눕는다. 또 누울 거면 왜 운동을 하느냐고?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요즘은 달리기 딱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달리기를 하러 나가지 않은 날에는 요가매트를 깔고 폼롤러에 의지하여 스트레칭을 한다. 추천하는 유튜브 영상은 미서원 홈트 ‘폼롤러 전신 스트레칭’이다. 스트레칭이라 쓰고 마사지로 읽어도 좋을 만큼, 하면서도 아이고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선생님은 1초도 헛되이 쓰지 않으신다. 거북목에 좋아요. 굽은 등에 좋아요. 같은 설명을 들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이리저리 펴본다. 필라테스를 하면 거북목도 굽은 등도 다 펴질 줄 알았지만, 그건 자세가 좋은 자들에게만 필라테스가 내리는 축복이다. 평소 자세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필라테스를 해도 도로아미타불이다. 딱딱한 등껍질을 폼롤러에 이리저리 문지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필라테스 기구 위에서 고통받으며 다음 글로 ‘필라테스 진짜 진짜 힘들어...’를 쓰고 말리라 다짐했던 일상이 어느새 너무나 멀어져 있다. 기구 위에서 오도 가도 못 하며 찢어지는 다리를 어떻게든 모아 보려 했던 일상이 소중했단 걸 이제야 깨닫는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날들에 추천하고 싶은 운동은 역시 또 그래서 혼자서 달리기다. 홀로 운동장을 뛰고 집에 와서 다시 누워보라. 침대의 소중함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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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_jun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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