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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Apr 15. 2020

욕조... 욕조 하나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토요일 아침, 오전 안에 인테리어 업체 세 곳과 미팅을 마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첫 번째 업체는 부동산 사장님이 소개해준 곳이다. 남자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곳으로, 서글서글한 눈매에 인상이 좋으신 분이었다. 자리에 앉아 회심의 인테리어 플랜 PPT를 꺼냈다. 사장님은 웃으며 준비를 많이 하셨다고 했다. 비아냥이 반쯤 섞인 것 같았지만... 나도 웃어넘겼다. 내 설명을 듣던 사장님이 욕실 부분에서 내 말을 끊었다. “욕조는 안 돼, 좁아서.” 욕실이 좁긴 좁았다. 하지만 이미 욕실에 아파트가 지어질 때부터 있었던 옥색 욕조가 있는데, 그걸 새 욕조로 바꾸는 것뿐이었다. 지금 있는 욕조 공간에 작은 욕조를 넣고 싶다고 다시 설명을 드렸다. “요새는 다 있는 것도 없애요. 여긴 너무 좁아. 내가 이 동네 많이 해봐서 알지.” 샤워 부스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욕조를 가지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욕조에서 대화가 더 나아가지 않았다. 욕조를 포기 못 하는 날 보더니 사장님은 다시 반말로 (언제부터인지 반말과 존댓말이 섞이고 있었다.) 날 달래듯이 말했다. “다음에 좋은 집 가면 하셔, 넓은 데 살면.” 아, 작은 집(우리 집은 전용면적 15평이다)은 안된다? 나는 첫 번째 업체는 마음속으로 포기하고 메모지에 적어 준 견적을 받아 문을 나섰다. 원래 욕조가 있던 자리에 욕조를 넣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내가 기꺼이 돈을 내겠다는데도?


작은 집에... 욕조는 안 된다?


두 번째 업체는 맘카페에서 추천한 젊은 남자 사장님 두 분이 운영하는 업체였다. 첫 번째 업체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같은 아파트에서 인테리어를 진행한 ‘포트폴리오’를 모니터로 보여주며 여러 가지 스타일을 권유했다. 첫 번째 업체에서 ‘포트폴리오’를 물어봤을 때, 대강 핸드폰을 꺼내 사진 몇 개를 보여준 것과는 달라 믿음이 갔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존댓말을 썼다.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내가 준비한 PPT를 보면서 의견을 나눴다. PPT의 욕실 페이지가 나오자, 다시 욕조가 문제가 됐다. 욕실이 좁아서 욕조를 없애고 샤워 부스로 만드는 게 좋다는 권유였다. 그런데 저는 욕조가 필요해서요... 인테리어 상담에서 내가 얼마나 욕조가 필요한지 업체를 설득해야 하는 줄은 몰랐는데... 그런 간절한 내용은 PPT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샤워 부스의 편리함을 누가 모르겠는가. 나는 쭉 샤워 부스만 있는 집에 살았다. 샤워 부스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인걸 안다. 알지만,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몸을 푹 담그는 호사를 가끔 누리고 싶은 것이다. 특히, 수족냉증 인간으로서 겨울에 꽁꽁 언 손발을 녹이기 위해 세숫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는 대신 욕조에 들어가고 싶었다. ‘강경 욕조파’로서 욕조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사장님은 나에게 정상 참작을 해주겠다는 듯 물었다. “아이 목욕 때문에 그러세요?” 아이 말고... 성인은 안될까요... 반론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나는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사장님은 엑셀에 깔끔하게 정리된 견적서를 줬다. 아이를 위한 욕조가 포함된. 프로페셔널하고 좋은 곳이었지만, 개운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내 돈 내고 욕조를 가지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세 번째 업체는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낸 업체였다. 여자 실장님, 남자 사장님 두 분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실장님이 내 PPT를 보더니, 컨셉대로 정리를 너무 잘했다며 칭찬을 건넸다. 앞선 두 번의 상담으로 기운이 빠져 있다가 다시 신이 나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왜 욕조를 넣어야 하는지 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세 번째 업체의 단점이라면, 우리 아파트 인테리어 경험이 적다는 거였는데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가장 견적이 비싸기도 했다. 이후에 온라인으로 다른 동네 업체들의 견적서도 받아 보고 나서, 결국 나는 세 번째 업체와 가격을 조정해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다른 동네에 있는 업체들보다는 가격이 더 저렴했고, A/S 하기에도 집 가까이에 있는 업체가 편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담당자인 실장님이 내 인테리어 컨셉을 좋아하고, 이해도가 높았다.  


Photo by Maddi Bazzocco on Unsplash


그리하여 지금 우리 집 그 ‘좁디좁은’ 욕실에는 욕조가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오전에도 아침을 먹기 전 따뜻한 물을 받고, 배쓰 솔트를 풀어 반신욕을 했다. 주말에 가끔 욕조 청소를 할 때면 사람들이 욕조를 없애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역시 욕조가 있는 편이 훨씬 좋다. 그러니까 저는 이 욕조... 욕조 하나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인테리어 비용을 알아보기 막막할 때는 <집닥> 홈페이지에서 비슷한 평수의 아파트의 인테리어 비용을 살펴보거나, 견적을 받아보면 좋다. 그 후에는 동네 인테리어 업체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발견한 업체들의 견적을 많이 받아보고 결정하면 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네 인테리어 업체들의 견적이 비교적 저렴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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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_jun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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