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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Apr 08. 2020

자, 이제 인테리어를 시작하지

돈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자. 집을 살 때, 집값만 내면 되는 줄 알았다. 집이 1억이면, 1억만 준비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부동산 취득세를 내야 했고,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내야 하고, 등기 비용도 내야 한다. 살고 있던 전셋집 계약이 만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위한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내가 부담해야 했다. 이사 비용도 고려해야 했고, 이전에 살던 분의 관리비, 입주 청소비 등도 계산이 필요하다. 속수무책으로 다 가져 가십쇼, 통장을 열어 놓고 사는 기분이었다. 돈을 어디서 얼마나 아낄 수 있을지 궁리하고 대출금과 마이너스 통장을 저울질했다. 그중 가장 큰 지출이 예상되는 분야는 바로, 인테리어 비용이었다.


내가 구입한 아파트는 20년이 훌쩍 넘은 낡은 복도식 아파트다. 비교적 깨끗한 편이긴 했지만,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아파트였다. 유일하게 교체한 건 싱크대와 신발장이라고 했다. 그나마도 세입자용이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제품을 선택한 듯했다. 옥색의 욕조, 핑크색과 살구색의 중간색 같은 오묘한 빛의 방문 등이 세월을 간직한 채 날 기다리고 있었다.


☆추억소환☆ 체리 몰딩 이전 유행 컬러 옥색! 도대체 왜 유행했을까? / 스브스뉴스 캡처


도대체 인테리어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 현존하는(?) 모든 인테리어 고수들의 블로그를 찾아 헤맸다. ‘오늘의 집’, ‘집닥’, 인테리어 기술자 커뮤니티라는 ‘인기통’까지 모두 둘러봤다. 경험담을 종합해보면, 인테리어에는 크게 세 갈래 길이 있다.


첫째,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한다. ‘셀프 인테리어’다. 이런 분들은 벽지를 뜯어내는 철거부터 셀프로 시작한다. 도배, 장판은 물론이고, 타일까지 직접 하는 고수들도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김숙 TV’에서 김숙, 송은이 님이 시도하고 있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둘째, 도배 담당, 장판 담당, 싱크대 담당 등 각 공정별로 전문가를 섭외해서 진행한다. 각 공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케줄링을 할 수 있는 능력, 각 분야의 고수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 각기 다른 전문가들을 통솔할 수 있는 능력, 공정 순서가 꼬일 경우 평정심을 유지하는 능력, 각 공정별로 작업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 등이 필요하다. 이 역시, 풀타임 직장인이자 인테리어 초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이 아니다.

셋째, 하나의 업체에 모든 일을 다 맡긴다. 셋 중 가장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를 줄일 수 있는 일이나 돈이 가장 많이 든다.


세 갈래의 길 중 갈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역시, 기술과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몸과 마음이 편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우선 어떤 업체와 함께 할지 결정하기 전에 내가 원하는 집의 이미지를 하나 둘 모았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분명해서 이미지를 찾기 어렵지 않았다. 무인양품 쇼룸 같은 집. 바닥은 따뜻한 나무색 마루, 문도 그에 맞춘 나무였으면 좋겠고, 벽지와 몰딩은 흰색, 그리고 가구는 딱하나 커다란 6인용 원목 테이블을 사고 싶었다. 이사 가면서 이것 이외에 더 사고 싶은 것은 없었다. 나는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러 가기 전에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 이미지들을 부분별로 PPT로 정리했다. 친구 N이 만드는 걸 보고 따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시기에 집을 사고 인테리어를 고민하는 친구 N이 있어 다행이었다. N과 나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만나기만 하면 인테리어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여름휴가를 함께 다녀왔는데, 떠나기 전에 여름 휴가지에서는 인테리어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결심하고 떠났을 정도였으니까.) 내가 원하는 조명... 온도... 습도... 그러니까 분위기를 핀터레스트, 오늘의 집, 이케아와 무인양품 카탈로그에서 찾았다. 미니멀리스트들의 블로그 사진들도 참고했다.



나만의 인테리어 PPT를 만들고, 주말 아침 혼자 인테리어 업체와의 상담을 떠났다. 모두 아파트 근처에 있는 업체들이었는데, 1. 부동산 사장님 소개로 알게 된 가게 2. 맘 카페에서 추천한 가게 3. 인스타그램으로 찾아낸 가게 총 세 군데였다. 꿈에 부풀어 PPT를 안고 떠난 인테리어 업체들과의 상담에서 나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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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_jun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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