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기 프롤로그
호주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이른 휴가였다. 시작은 이러했다. 호주 이민에 성공하여 골드코스트에 살고 있는 친구, B가 겨울에 서울에 왔다. B는 '또' 호주에 놀러오라고 했다. 몇년째 난 B의 호주로의 초대에 응, 응, 그래 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가끔 스카이스캐너로 호주로 가는 비행편을 검색해보긴 했다. 비행 거리도 거리지만 (직항으로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가격도 비쌌다. 이제는 비행거리 짧고 따뜻한 곳에만 가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호주, 살기는 좋겠지만 여행까지야...' 마음의 소리는 B에게 굳이 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는데, 우리 둘의 친구 K가 적극적으로 호주 여행을 고려하기 시작한거였다. K가 함께 호주에 가자고 하자,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굳이, 아주 싫어할 필요는 없는 여행지 아닌가... 어차피 한번은 호주에 가게 되지 않을까... K가 호텔을 예약하면, 내가 비행기를 예약하고, K가 휴가를 내면, 내가 휴가계를 쓰고... 주거니 받거니 여행 준비가 시작되었다. 3월 1일, 삼일절 우리는 호주로 떠났다.
골드코스트의 B는 우리가 출발하기 한참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이런 저런 계획을 들려줬다. 한국에서 놀러오는 친구들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나도 외국에 사는 친구집에 가는 게 처음이라면 처음이었다. 우리 모두가 나름의 계획을 세웠지만, 나와 K의 계획은 호주에 가는데 비자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가기 직전에 알 정도로 허술했다. (호주는 방문에 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호주 전자 여행 비자는 쉽게 신청 가능하다.) 반면 B의 계획은 초등학교 방학 시작 전에 작성한 실현 불가능한 동그란 시간표 같았다. 우리야 놀러가는거지만, B는 일하면서 우리도 만나야 하는데 그 스케줄을 소화하는게 가능할까 걱정됐는데... B의 인생 모토를 들으니 B가 아니라, 항상 체력이 조금 부족한 나 자신을 더 걱정해야 할 때였다.
잠은 죽어서 자자
아... 잠은... 죽어서... B야, 그건 잠이 아니지 않을까? 우린 지금 국토대장정이 아니라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10대에 만난 우리 셋은 한번도 함께 여행을 다녀본 적 없는 친구 사이다. 우리의 여행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지게 될까. 다시는 같이 여행 안 간다고 싸우진 않을까. 사랑하는 B가 평생 살기로 결정한 곳, 코알라와 캥거루가 사는 곳, 수많은 친구들이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온 곳, 토르 크리스 햄스워스가 태어난 곳, 호주는 어떤 곳일까. 약간의 걱정과 큰 기대를 품고 호주로 떠났다. 인천에서 시드니까지, 10시간 동안 우리는 남쪽으로 태평양을 지난다.
우리 셋의 여행기를 글로 남기려는 생각은 떠나기 전에도, 떠나는 순간에도 한 적이 없었다. 시드니에 도착한 다음날, 나와 K는 시드니에서 오페라 하우스 다음으로 유명한 본다이 비치에 가려고 우버를 탔다. 나이가 지긋한 우버 드라이버는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더니, "안녕하세요"가 자신이 아는 한국어의 전부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멀리서 온 손녀딸들을 대하듯 본다이 비치에서 주의해야 할 점, 본다이 비치를 제일 잘 볼 수 있는 위치 등을 설명해줬다. '너희가 원하면 트래킹을 시작하기 좋은 지점에서 내려줄게.' 라고 제안했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 헤어지는 인사로 건넨 말은 이러했다.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돌아가서 글로 쓰렴." 내가 영어가 짧아서 잘못 들은건 아니겠지? 갑자기 글을 쓰라고요? 원래 이런 인사를 주고 받나요? 그가 알려준 본다이 비치의 포인트는 과연 훌륭했고, 나는 그의 마지막 인사에 주문이 걸린 듯 글을 쓰기 시작한다. 부산에 있는 K도 함께 하기로 했는데, K는 우선 노트북을 사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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