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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나래 Aug 01. 2018

마케팅 천재 홍콩인들

매력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매력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대한민국은 전쟁으로 인해 많은 문화자산이 파괴된 국가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워낙 많아서 가만히 있어도 관광객이 몰려드는 유럽 국가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오랜 중앙집권화로 인해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전국 어디를 가도 풍경이 크게 다르지도 않다. 그래서 일본처럼 지역마다 아기자기하게 다른 맛이 없다.


이런 나라는 관광 대국이 될 수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가진 게 많지 않지만 없으면 만들어버린 나라들이 있다. 홍콩과 싱가폴이 대표적이다. 



관광상품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이미지 출처 홍콩관광청


홍콩 최고의 관광 상품 심포니 오브 라이트.

아름다운 야경은 피아노 건반처럼 춤을 추고 레이저는 현악기의 활처럼 움직인다. 

이때 스피커를 통해 음악과 약간의 설명이 나오는데, 설명은 영어로 진행된다.


홍콩인들은 정말 천재가 아닌가? 사실 홍콩의 야경은 일부러 조성된 것이 아니다. 빌딩이 많고 야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그걸 관광상품으로 보고 야경을 볼 수 있는 명소를 개발하고-빅토리아 피크- 빌딩의 조명 쇼, 레이저와 음악을 곁들여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구성하다니.. 


보통 도시들의 상상력은 야경 관람을 위한 전망대를 짓는 것 정도밖에 미치지 못하는데 홍콩이야 말로 도시 마케팅계의 군계일학이 아닌가 싶다.

홍콩을 보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관광자원이 적다고 불평할 때가 아님을 느낀다. 가까이에 이렇게 훌륭하고 오래된 벤치마킹 사례가 있다.



가든 바이 더 베이, 이미지 출처 마리나 베이 샌즈

싱가폴 가든 바이 더 베이의 나이트 퍼포먼스도 이와 유사하다.

싱가폴은 살기 좋은 나라임에 분명하지만 특별히 눈에 확 띄는 관광자원은 많지 않은 곳이다.

천천히 생각해보면 싱가폴 최대의 관광 명소인 마리나 베이 샌즈는 사실 그냥 호텔이고 주룡새 공원이나 산토세섬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은 모두 역사적으로 내려오는 관광자원이 아니라 근 시대에 지어진 것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인공 정원인 가든 바이 더 베이는 정말 다분히, 관광객을 타겟팅해서 기획된 것 같은 장소이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탁월한 관광자원이 없자 그냥 새로 지어버린 느낌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뒤 편에 위치한 이 널찍한 공원에는 마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인공 나무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나무 위에서는 조명이 반짝인다.

매일 저녁 진행되는 공연 시간에는 홍콩의 심포니 오브 라이트처럼 조명쇼를 하는데 음악과 영어 설명이 함께 나온다.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고 촬영을 위해 저마다 휴대폰 카메라를 꺼낸다.



파리지앵 에펠 호텔. 이미지 출처 : ko.parisianmacao.com


호텔관광이라는 관광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곳들도 있다. 라스베가스마카오다.

둘 다 카지노가 유명한 도시지만, 각양각색의 호텔 투어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몇 년 전 내가 마카오를 방문했을 때는 베네치아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베네치안 호텔이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다. 최근에는 에펠탑을 그대로 구현한 파리지앵 에펠 호텔이 개장하여 최고 인기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 호텔들 외에도 각양각색의 호텔이 각자의 콘셉트로 꾸며져 있어 하루 종일 호텔관광만 해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몬주익 마법 분수. 이미지 출처 speakeasybcn.com

원래 가진 게 많은 데도 더 열일하여 안 그래도 많은 매력을 증대한 도시도 있다. 바르셀로나가 그렇다.

분수쇼는 관광객 취향에 딱 맞는 아이템이다. 흔히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분수쇼, 두바이 두바이 분수쇼, 바르셀로나 몬주익 분수쇼를 세계 3대 분수쇼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중에서 몬주익 분수쇼만 실제로 관람하였다.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분수쇼는 실로 어마어마하게 화려하고 오랫동안 진행되는 분수 쇼이다. 돈 받아도 할 말 없을 것 같은데 이걸 무료로 진행한다. 여름 시즌이면 이 분수쇼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어 분수 앞에 진을 치고 앉아 있는다. 이 화려한 몬주익 마법 분수 분수쇼는 안 그래도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로 가득 찬 바르셀로나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한국에도 탁월한 관광상품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의 인기가 상당하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메이드인 코리아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수많은 아시아인들이 한국 음악을 듣고 한국 드라마를 본다. 그들의 눈에 한국은 세련되고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은 나라이다. 


하지만 막상 그들이 한국에 왔을 때 즐길거리는 많지 않아 보인다.

아이돌이 유명하지만 아이돌 공연이란 것이 항상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AKB48 같은 콘셉트를 도입하지 않는 이상), 한국 드라마가 유명하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그런 문화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연극이나 뮤지컬 등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한국에 온 관광객들의 눈을 확실하게 사로잡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2% 부족한 그 느낌.



서울에도 관광객들의 눈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콘텐츠는 비영어권 국가인 만큼 언어가 중요한 극보다는 시각으로 승부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일부러 기다릴 정도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청각을 사용하는 경우 대사 전달이 중요하지 않아서 언어장벽이 없는 공연이 좋겠다. 그리고 안내가 필요한 경우에는 짧게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다.


홍콩 하면 심포니 오브 라이트, 싱가폴하면 마리나 베이 샌즈의 레이저쇼와 가든 바이 더 베이, 바르셀로나, 두바이, 라스베거스 하면 분수쇼가 떠오르는 것처럼 서울 하면 딱 떠오를 정도로 임팩트 있는 관광자원이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반포 한강공원의 무지개분수쇼가 이런 종류의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외국인 대상 관광책자나 트립어드바이저에 실리는 등 유명하긴 하지만 좀 더 확실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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