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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여행하다
by Narae Aug 04. 2018

미국인은 이웃보다 우버 드라이버를 믿는다

테크놀로지가 신뢰를 만든다


바야흐로 우버의 시대

우버가 있는 여행지에 가면 항상 택시보다는 우버를 이용하곤 한다. 일반 택시보다 저렴한 데다가 여정 조회 즉시 예상 요금과 루트가 나오며 딱 그만큼만 자동으로 요금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 언어를 못하는 관광객도 덤터기를 쓸 일이 없다.

작년 LA 여행 때도 렌트를 하지 않았던 관계로 주로 우버를 이용했다. 돈을 아끼려고 대중교통을 타 볼까 시도 하긴 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런 시도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연결 가능한 루트 자체가 제한적이고 배차 간격이 길어 시간 낭비가 심하며 지하철의 경우 치안이 그리 좋지 않다.


LA, 베니스비치


낯선 남자의 차에 탄다는 것

LA에서 보내던 마지막 날 밤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운타운 LA에 있는 친구 집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맥주 한 잔, 팝콘 한 입, 도란도란 수다를 떨며 밤은 깊어갔다. 그런데 아무래도 다음날 아침 일찍 샌프란시스코행 메가버스(고속버스)가 예약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대로 친구 집에서 잠든 뒤 내일 숙소에 가 짐을 챙겨 출발하면 버스를 놓칠 것만 같았다. 그러면 모든 여행 스케줄이 엉망이 될 터였다.

그래서 다소 늦은 시간이었지만 숙소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우버를 불렀다.


언제나 그렇듯, 나를 태워줄 우버 차량은 즉시 매칭 되었고 5분 내로 낡은 도요타 프리우스가 내 앞에 도착했다. 중동계로 보이는 남성 드라이버가 나를 반갑게 맞았다.

나 역시 그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프리우스의 뒷좌석에 앉았다. 약간 졸렸고, 내일 샌프란시스코에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제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까, 오랫동안 버스를 타야 하는데 괜찮을까, 이런저런 걱정을 했던 것 같다. 드라이버는 나에게 몇 마디 말을 걸었고 우리는 짧게 대화를 했다.

늦은 시간이라 차는 막히지 않았고 이내 숙소가 있는 할리우드 근처 거리에 도착했다. 나는 드라이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려서 숙소에 들어갔다. 도착해서는 이내 잠들었고 샌프란시스코 가는 버스는 놓치지 않았다. 여행은 순조로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내가 너무 신기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도 밤늦게 여자 혼자 택시 타기가 꺼려지는 판에

외국에서 한 밤 중에, 중동계의 일반인 낯선 남자가 운전하는 낡은 도요타 프리우스에 스스럼없이 올라탔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우버 드라이버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 밤 중에 낯선 남자가 운전하는 차에 탔을까? 절대 안 탔을 것이다.

그럼 뭐가 날 그렇게 편하게 만들었을까? 어떻게 우버는 택시 기사도 아닌 낯선 일반인 남자의 차에 타는 일이 두려운 일이 아니게 만드는 걸까?




로마에서 마셨던 커피. 더워 죽겠는데 뜨거운 커피밖에 안 팔았다.



내겐 너무 두려운 로마 택시

2015년 여름, 나는 로마에 있었고 정확히 반대되는 경험을 했었다.

당시 나는 학생이었고 3개월 간 컨설팅펌에서 인턴을 하며 받은 돈 전부를 털어 유럽에 왔었다. 여행 예산이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40일가량 유럽을 여행하기에 많은 것도 아니었다.


문제의 그 날, 나는 이탈리아 남부 투어를 했었다. 남부 투어는 로마를 찾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흔히 하는 일일 투어로, 여행사 인솔 아래 아침 일찍 폼페이로 출발해 포지타노를 거쳐 약 10시경에 로마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앞 차가 사고가 났다. 사고가 있어도 차량을 도로 한 편으로 밀어놓고 느리지만 통행이 되는 한국과는 달리, 그 날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는 사고가 수습되기까지 약 1시간가량 올 스톱되었다. 개미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를 못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안 그래도 막힌 데다 1시간 이상을 도로에 갇혀 있다 보니 예정 시간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로마 중앙역, 떼르미니에 도착했다.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고 지하철과 버스는 끊긴 상태였다.


문제는 내 숙소가 떼르미니로부터 지하철 3 정거장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함께 투어를 했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숙소가 떼르미니 근처였다. 그래서 늦은 시간에 도착했어도 별문제 없이 숙소로 바로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나는 사정이 달랐다. 택시를 타야 했다. 하지만 택시 타기가 무서웠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택시가 두려운 이유

1. 바가지요금. 유럽여행 커뮤니티를 통해 로마 택시의 바가지에 관한 글을 너무 많이 읽었다. 직장인이 된 지금이야 바가지가 두려워 택시를 못 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나는 학생이었고 여행의 거의 막바지에 도달해 남은 돈이 별로 없었다. 여기서 만에 하나 바가지를 썼을 때 그 돈을 낼 수 있을지, 남은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우 고민이 되었다.


2. 범죄 가능성. 늦은 밤, 치안이 좋지도 않은 로마에서 여자 혼자 택시를 탄다는 게 무서웠다. 만에 하나 택시 기사가 나쁜 마음을 가지고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결국 나는 차라리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평소에 워낙 잘 걸어 다니니 지하철역 3개 정도의 거리는 금방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차라리 택시를 타는 게 나았을 정도로 잘못된 생각이었다. 자정을 넘긴 시간, 떼르미니 역 근처는 약에 취한 노숙자들로 가득했다. 두려움을 숨기며 애써 씩씩한 척 그들의 앞을 지나니 동네 같은 지역이 나왔고 잠시 안심했다가 그 뒤로 약 15분가량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거리를 걸어야 했다. 정말 15분 동안 그 거리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겁이 별로 없는 성격인데도 너무 무서웠다. 다행히 정말 아무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고 무사히 숙소에 돌아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뢰 설계가 필요하다.

낯선 이가 운전하는 차에 탄다든지, 집을 빌린다든지, 내 집에 들어오게 한다든지 하는 내밀한 영역을 허용해야 하는 비즈니스에서 특히 그렇다. 


다시 한번 우버 케이스를 생각해보자.

우버는 내가 어느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돈을 내고 타인의 차를 타는 서비스다. 우버는 이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가 로마에서 직면했던) 신뢰 문제를 다음과 같이 해결했다.


1. 바가지요금

1) 콜 당시에 예상 요금을 시스템에서 자동 계산해서 사용자에게 그 요금만 청구한다. 시스템 자동계산이므로 드라이버의 자의에 의한 과다 요금 청구가 없다.

2) 또한 사용자는 금액을 확인한 뒤 콜을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본인이 동의한 금액만 지불하게 된다.


2. 범죄 가능성

1) 우버가 드라이버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 사용자가 특정 드라이버의 차에 탔다는 것이 Log에 남는다. 범죄가 발생할 경우 누가 범죄자인지 바로 알 수 있다.

2) 시스템에서 미리 계산한 최적 루트를 드라이버가 대체로 그대로 따라가며 현재 위치가 GPS로 잡혀 사용자의 앱, 드라이버의 앱에 표시된다. 예상 루트를 벗어날 경우 사용자가 알 수 있고 시스템에서도 탐지할 수 있다. LA에서 우버를 탈 때, 예상 루트가 막히는 것 같다는 이유로 드라이버가 잠시 루트를 벗어난 적이 있는데 그전에 내게 미리 말하고 양해를 구했다. 물론 루트를 바꿔도 내가 지불하는 요금은 처음에 계산된 값에서 달라지지 않는다.

3) 사용자에게 드라이버의 이름과 사진, 평점을 제공한다. 여정이 끝난 다음에 사용자가 운전자의 서비스, 운전 실력, 차량 청결도 등의 구체적 항목을 포함하여 드라이버를 평가할 수 있다. 평점이 낮으면 콜을 잡는데 불리할 것이기 때문에 드라이버는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교한 시스템 덕분에 어떻게 생각하면 '이게 비즈니스가 돼? 위험하지 않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낯선 일반인의 차에 타는 것, 집에 가는 것이 이제는 전 세계인이 이용하는 비즈니스로 거듭난 것이다.



사람들은 이웃보다, 심지어 직장동료보다 우버 드라이버를 믿는다


* 차량 공유(우버, 리프트 등) 서비스 이용객들의 다음 그룹에 대한 신뢰도 조사

차량 공유 드라이버들에 대한 신뢰가 이웃이나 직장동료보다도 높다.

차량 공유 드라이버(우버, 리프트)에 대한 신뢰가 이웃보다 높다



아직 신뢰 문제에 적절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한 영역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집 청소 서비스가 그렇다. 정기적으로 헬퍼가 방문하여 집을 청소해주는 서비스인데 혼자 살거나, 어린 아기가 있어 청소가 힘든 가정에서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도 청소가 매우 귀찮기에 한 번 이용해볼까 고민하고 있는데 영 실천에 옮겨지지 않는다. 돈은 문제가 아닌데 내 집에 낯선 이를 불러 내가 없는 상태에서 몇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것이 꺼려지기 때문이다.

 

아직 그런 영역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기회이지 않을까?

왜 이용자가 특정 프로세스에 대해서 불신을 가지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해서 돈을 쓰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미 사업가이든, 혹은 직장인이든 간에 우리 모두 언젠가는 현 직장에서 퇴사하게 된다. 퇴사 이후의 인생도 길기에, 지금부터 미리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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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서비스기획자. 세상을 관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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