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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나래 Dec 03. 2018

여자들은 여행을 참 좋아해

질적 양적 팩트 체크



항상 그렇기는 하지만 요새 부쩍 상해에 가고 싶다. 그리고 다음 설에는 엄마랑 여행을 가기로 했다. 원래 엄마는 캄보디아에 가고 싶어 했는데 설 연휴 항공권이 너무 비싸서 어려울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열흘 정도로 생각하는 내년의 메인 휴가는 터키로 가서 이스탄불의 신비로운 건축물도 관람하고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도 경험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그에게 했다. 그는 나의 '언제나 여기저기 가고 싶음'이 신기한 모양이다. 사실 나는 연말에도 어디를 가고 싶은데 연말은 항공이고 호텔이고 너무 비싸기 때문에 참고 있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비싼 건 싫다. 나를 신기해하는 모습을 두고 가족들은 연말에 어디 가고 싶어 하지 않냐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동생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말했는데 잘 안 들었나 보다) 이 달에 여행을 갈 거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여자들은 여행을 참 좋아해."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여자들이 정말 여행을 더 좋아할까?

나는 실증적 근거에 기반한 생각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므로 그 말을 듣고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실제로 여자들이 여행을 더 좋아하는 걸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17년 전체 출국자 26,496,447명 중 남성은 12,385,530명, 여성은 12,451,481명으로 남녀 비율이 정량적으로 거의 50:50에 가깝다. 하지만 2011년 출국자수가 남성이 61% (6,564,429명), 여성 39%(4,996,291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여성의 증가율이 훨씬 높다. 실제로 2011년 이후 여성의 출국자수 증가율은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남성의 83.2%가 단순 여행, 16.8%가 출장 등 다른 목적이었는데 여성은 92.1%가 여행, 7.9%가 다른 목적임을 감안해 볼 때 2017년 여행 목적의 출국자 수는 남성이 10,279,990명으로 전체의 47%, 여성이 11,455,363명으로 전체의 53%이다. 즉, 여성이 여행을 조금 더 좋아하며 앞으로 그 추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


질적 연구 방법도 동원해본다. 사실 그냥 내 주변 이야기다. 나나 내 친구들의 경우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행 가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산다. (역시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해외든 국내든 가리지 않고.


새벽, 한산한 인천 공항



여자들은 여행을 왜 좋아할까?

사실 여자들은 여행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예쁜 곳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예쁜 곳에서 내가 예쁘게 찍히는 것도 좋아하고, 맛집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그냥 어디 가고 그걸 sns에 자랑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 모든 게 합쳐진 게 여행이지 말이다. 그런데 뭐 사실 그건 여자라고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여자만 그런 것도 아니다. 여행지의 엄청나게 포토제닉 한 곳에서 멋지게 찍히고 맛집에 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그리고 앞선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여행 목적 남녀 출국자수의 비율은 47:53으로 별 차이 안 난다.


타인은 모두 불가해(不可解)한 존재. 그래서 내면에 어떤 동기가 있는지까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니 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피로에도 불구하고 감각은 완전히 깨어나 모든 것을 흡수한다. 빛, 도로 표지, 바닥 광택, 피부색, 쇳소리, 광고, 마약을 한 상태이거나, 갓난아기 또는 톨스토이가 된 것처럼 감각이 날카롭다. 갑자기 고향이 다른 어디보다 낯설게 느껴진다. 이제까지 돌아다녔던 다른 땅에 의해서 세세한 모든 것들이 상대화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이런 수정처럼 맑은 관점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 다른 현실, 튀니스나 하이데라바드에 존재하는 현실에 관해 알고 있는 것과 고향이 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싶다. 여기 있는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으며, 비스바덴이나 뤄양의 거리는 다르고, 고향은 많은 가능한 세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결코 잊고 싶지 않다. - <공항에서 일주일을>, 알랭 드 보통



낯선 세계를 보는 것의 의미

나는 여행이 좋다. 낯선 세계를 보는 것이 내가 지금 서 있는 세계의 절대성을 허무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의 글처럼 나는 내가 사는 세계가 많은 가능한 세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결코 잊고 싶지 않다. 이 세계의 모습, 관습, 사회적 의무, 사람들의 생각, 이 모든 게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살고 싶다.


그리고 세계를 더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

런던의 야경, 싱가폴의 놀랍도록 비싼 술값, 방콕의 더위, 하노이의 목욕탕 의자, 오타루의 눈, 두브로브니크의 와인이 주는 신선한 만큼이나 한강공원의 잔디, 반포 대교의 무지개 분수, 차 없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서울의 대중교통, 새벽에도 저렴한 택시비, 양념치킨의 맛, 항상 곁에 있어주는 오랜 친구들처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이 생생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여행은 즐겁지만 피곤하다.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라는 관점에서는 수십 수백만 원을 들인 해외여행과 5성급 호텔보다도 돌아온 내 집의 아늑하고 익숙한 침대, 걸어서 1분 거리의 편의점과 영화관, 손가락만 몇 번 까딱하면 30분 내에 띵동- 벨을 누르는 배달 서비스들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낯선 세계의 신선함도, 익숙한 나의 일상도 행복하게 느끼고 싶어서 나는 여행이 좋다.


그래서 나는 여행이 좋다. 그래서 나는 계속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게 좋다.



▼ 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https://www.instagram.com/hey.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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