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 출간에 맞추어
현재 출간된 책 ‘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 (이하 중품알)’은 처음 쓸 때부터 지금의 목차를 가지고 있었다. 브런치에 올라와 있는 연재글의 목차와 출간된 책의 목차는 파트 3을 빼면 동일하다. 왜냐하면 나는 브런치에 작가 승인을 받기 위해 기획서를 올릴 때부터 ‘기승전결’의 구도로 ‘중품알’의 글 흐름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출간된 책은 정확하게 ‘기승전결’의 구도로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스토리형 에세이’이다. ‘기’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고통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목표를 드러낸다. ‘승’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전에서 맞부딪히는 장벽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쓴다. ‘전’은 그 과정에서 맞부딪히게 된 또 다른 상황을 그려 낸다. 그리고 ‘결’은 절정을 포함하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중품알’은 처음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기 위해 기획안을 올릴 때부터 연재글 21화의 에피소드 즉 김상무의 인력 파견 업체가 경쟁 업체와 대결하는 장면을 향해 달려가는 기획이었다. 그 장면은 중년 여성의 노동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중품알은 다른 에세이와 달리 한화, 한화가 완결형이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앞에서 나온 인물이 뒤에서 다시 나오는 스토리형이다.
사실 이런 스토리형 에세이를 쓰게 된 건 전혀 의도가 아니었다. 다만 전에 웹소설을 발간했기 때문에 몸에 익은 방식일 뿐이다. 그런데 브런치 스토리에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일반적인 에세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많은 에세이들이 각각의 화마다 완결되는 형식이고 시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에세이 형식이지만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밀리의 서재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던 건 댓글을 통해 볼 수 있다. 브런치 스토리보다 좀 더 본능적인 반응이 많다. 예를 들면 ‘작가님! 다른 알바에도 도전해 주세요’라든가.
스토리형으로 대표적인 에세이가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 (이하 메트로폴리탄)’와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하 물고기)’이다. 두 에세이는 먼저 작가들의 트라우마를 기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패트릭 브링리는 형이 죽었다는 아픔으로부터 그리고 룰루 밀러는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아픔으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패트릭 브링스는 개인적 아픔과 미술관의 그림들을 엮어가며 그림 속에서 고통을 극복하는 답을 찾아 나간다. 룰루 밀러는 물고기 과학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을 추적하면서 실연의 고통을 극복하는 답을 찾아 나갔다.
책의 내용이 전개되어 가면서 두 작가는 그들의 고통을 점점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림과 스타 조던의 인생을 통해 그리고 있다. 그런데 3분의 2 지점에서 두 작품은 모두 반전을 일으킨다. 그리고 절정 지점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삶의 지혜를 얻어낸 메시지가 드러난다.
오래 스토리를 써 본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법칙이 ‘기승전결’이다. 이런 구조는 그리스 시대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플롯’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된 후 2,000년이 넘게 문학을 지배하는 법칙이다. 대중은 이상하게도 ‘기승전결’의 방식으로 쓰인 글에 크게 반응한다. 대중의 사고 흐름에 맞는 방식과 카타르시스를 주는 문학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가 ‘기승전결’의 법칙으로 책 전체의 흐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브런치 스토리의 많은 글들이 기승전결의 흐름을 가지고 있지만 에세이 연재북 하나 전체가 기승전결의 흐름을 가진 건 흔치 않다.
기승전결의 법칙으로 전체 스토리를 구성하는 힘을 가지는 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내게도 그랬다. 오랜 기간 글쓰기 훈련을 했다. 그 힘을 가지게 된 건 ‘절정’ 장면에서 메시지를 구현하는 팁을 깨달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기승전’의 에피소드들을 절정을 향해 달려가도록 엮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책에서는 연재글에서 빠졌던 ‘전 : 대형물류센터 알바생활’을 추가하였다. 사실 이 부분은 가슴이 떨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브런치 스토리에서도 가만히 살펴보면 많은 에세이 글들에서 ‘전’이 빠져있다. 그러나 ‘전’이 들어 있는 에세이 글들에는 유난히 ‘좋아요’가 많이 붙는다. ‘전’은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약간 벗어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환기시키는 부분이다. 대중은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낀다. 재미를 강화시키는 부분이다.
또한 ‘중품알’ 책에서는 브런치 스토리 연재글과는 달리 20대 회사 생활 스토리를 각 화마다 엮었다. ‘메트로폴리탄’과 ‘물고기’와 같은 방식이다. 2개의 다른 이야기를 서로 엮어가는 형식이다. ‘메트로폴리탄’에서는 작가의 트라우마와 그림이, 그리고 ‘물고기’에서는 작가의 연애 실패와 물고기 학자의 생애이다. 나의 경우 각 화를 키워드로 묶고 기승전결의 흐름대로 엮었다.
그리고 작가의 변화를 중요하게 넣었다. 이것도 ‘메트로폴리탄’과 ‘물고기’에서 구현된 방식이다. 두 에세이 모두 작가의 변화가 중요하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모두 대중의 이성에 호소하기보다는 감정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
다른 많은 작가님들처럼 고민을 많이 해서 책을 썼는데 가슴이 떨린다. 다수의 온라인 서점에 올라와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도 곧 올라갈 예정이다. 예스24에서 '여성 에세이' 부분 18위로 출발했다. 좋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