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서 작가 '묘하게 다정한 날들'

by 김로운

3년 전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였다. 매주 한 번씩 모여 거의 1년을 지속했다. 그 모임에서 한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녀 가방 속에는 항상 고양이 간식이 들어 있었고 고양이 때문에 여행 가는 걸 꺼렸다. 함께 길을 가다가 길고양이를 만나면 눈을 떼지 못하고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 고양이에게 건넸다. 모임을 하는 장소도 항상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 카페였다. 그녀가 모임을 주관하기 때문이었다. 못 말리는 고양이 사랑이었다.


그러다 그녀가 고양이 10마리를 키우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작은 집에서 고양이를 열 마리나 키우냐고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녀는 좀 화를 내는 얼굴이 되었다. 고양이가 너무 귀엽다고만 말했다. 그다음 모임부터 그녀가 나오질 않았다. 나는 그런 말을 후회했지만 어떻게 10마리를 키우는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2년 전 친동생 집에 놀러 갔는데 동생이 하는 펜션 마당에 고양이 2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자주 돌아다녔다. 동생은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짜증을 내며 내쫓았다. 그런데 그해 말 겨울 동생 집안에 고양이가 들어와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동생에게는 서슴없이 안겼다. ‘너 고양이 싫어했잖아?’ 내가 묻자 동생은 그때를 후회한다고 얘기하며 발라당 엎어진 고양이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고양이 이름은 나비였다.


다음 해 봄에 놀러 갔을 때에는 7마리가 되었다. 이사벨이라는 28개월 된 암컷 고양이가 들어와 있었고 막 새끼 5마리를 낳았다. 동생은 꼬물락 거리는 새끼 고양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쁘게 돌봐주었다. 이 귀여운 것들을 절대 다른 곳을 입양시킬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나는 비로소 고양이 10마리를 키우던 옛 친구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고양이를 진짜 사랑하는 마음이었구나.


동생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남편이 실직을 하고 펜션을 짓고 사업을 하느라 바쁘고 힘든 시기를 거쳤다. 나를 만날 때에도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였다. 털을 잔뜩 세운 고슴도치처럼 굴었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동생에게 전화하는 걸 꺼렸다. 그러나 나비와 이사벨을 만난 후 동생은 여유가 생겼다. 나와 전화를 하면서도 고양이 따듯한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희서 작가가 쓴 에세이 ‘묘하게 다정한 날들’은 고양이가 가져다주는 행복과 인생의 지혜에 대해 알려 준다. 공황 장애를 겪기도 했던 작가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루이와 베리의 골골송을 들으면서 진정이 되었다.


KakaoTalk_20260222_202633907.jpg


고양이들은 느리게 걷고 하릴없이 멍을 때리고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욕심에 흔들리지 않는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숨이 막히게 바쁜 나날을 보내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삶의 형태를 보여준다고 작가는 말한다.


때론 예민하기도 하다. 한없이 다정하다가도 선을 넘어가면 사람을 할퀴어 상처를 낸다. 이런 자존심 강한 동물이라니. 인간에게도 자신의 경계를 지켜달라고 하는 이기적인 놈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적당한 관계의 거리를 가르친다. 너무 가까워 뜨거워 태워지지 않고 너무 멀어 차가워 소멸되어 버리는 그런 관계 말고, 따뜻한 거리의 온도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걸 희서 작가는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의 미덕은 고양이를 키우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생의 지혜들을 알려 주는 데 있다. 그에 못지않게 따뜻하고 다정한 문장이 고양이의 온도를 전해주는 듯하다. 글을 읽는 동안 편안하고 평화로웠다. 물론 고양이를 키울 때의 몇 가지 팁도 얻어갈 수 있다.


책 안에는 고양이 만화가 들어있다. 다들 다정하고 나른하고 웃는 고양이 상들이다. 출판사의 정성이 보인다. ‘묘하게 다정한 날들’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1화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