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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Apr 07. 2024

22화. 엘리트 회사 대 기회를 주는 회사, 선택은?

그러나 나는 섭섭하지 않았다. 나 말고 있던 다른 알바 언니들은 건물주 언니를 빼고는 매일 출근하는 분들이었다. 그녀들은 김상무 라인에서 가장 기술이 뛰어난 알바들이다. 


또한 집안 경제를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중년 여성들이었다. 나같이 며칠에 한 번씩 나가는 어중이떠중이 말고 진지하고 돈을 벌어야만 살 수 있는 여성들 말이다.      


더구나 나는 김상무에게 배신을 때린 후 다시 복귀한 사람 아닌가? 섭섭한 마음은 일도 들지 않았다. 다른 창고로 걸어가면서 오히려 김상무 걱정이 되었다.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심정은 어떻겠는가?      


다른 창고로 가니 10분이 늦어 있었다. 그곳 반장에게는 김상무가 시킨 대로 오는 길에 자동차가 고장 나서 늦었다고 말했다. 반장은 알고 있다고 빨리 일하라고 지시했다. 역시 전에 언니들이 말한 게 맞았다. 김상무는 여우 중의 여우였다.    

  

일하다가 쉬는 시간에 김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한테 배신을 당했는데. 김상무가 괜찮다고 말했다. 오히려 목소리가 밝았다. 그래도 나는 계속 마음이 안 좋았다.  

   

‘여기 일 없는데 미안해서 보내신 거죠? 김상무 님이 일당 주시는 거죠?’     


그러면서 내가 폐가 안 되게 열심히 일하겠다고 하자 김상무는 당황해서 말했다.     


‘여사님! 열심히 하지 마세요. 적당히 하세요!’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웠지만 쉬는 시간이 지나 더 말할 수는 없었다. 그날 나는 적당히가 아니라 열심히 일했다.     


이틀 후 김상무에게 일할 곳을 배정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자 새로운 회사를 알려 주었다.     

 

‘여기 좋아요. 열심히 해 주세요!’     


답문이 왔다. 새 회사는 의류 포장 단지 안에 있지는 않았다.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러나 전형적인 홈쇼핑 의류 포장 회사 었다.   

  

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지금까지 봐 온 김상무 쪽 알바 10여 명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사흘 전 갔던 천사 반장 회사에 있었던 5명 언니들도 모두 와 있었다. 우리는 웬일이냐고 서로 물으며 웃었다.     

이곳은 김상무가 새로 개척한 회사였다. 새로 시작했는데 특전사 부장이 있는 바로 그 회사이다. 기술 있는 정직원 하나 없이 알바들에게 의존하는 듯했다.      


접착 기계, 작업대 등의 시설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일제히 작업대에 붙어서 의류를 검사하고 양품 하고 포장하는 일을 능숙하게 이어 나갔다. 반장과 특전사 부장은 일을 배우느라 쫓아다녔고 기술 좋은 언니들이 친절하게 알려 드렸다.     


알바 언니들은 김상무의 선택에 의해 훈련된 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정직하고 친절하며 서로 도우며 일했다. 기술이 최고는 아닐지라도 결코 일을 소홀하게 하는 법은 없었다.      


점심시간에 천사 반장들의 공장에는 5명쯤 못된 언니 업체 알바들이 일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거의 매일 10명 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반장 언니가 말했다. 지난번 통화했을 때 김상무 목소리가 밝았던 이유가 이해됐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못된 언니 업체 알바 일당이 김상무보다 높다. 우리는 몇 천 원이라도 더 높은 일당에 일희일비하는 존재들이 아닌가? 언니들은 김상무 욕을 했다.      


나는 알려 주었다. 못된 언니 업체는 자기 자동차가 있는 사람만 채용하고 매일 같은 사람만 보내 제일 잘하는 몇을 빼면 일이 거의 없다. 자동차가 없는 사람과 나처럼 매일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일을 주지 않는다고.  


오직 잘한다고 업체로부터 얘기를 듣는 엘리트만 계속 보낸다고. 김상무처럼 여러 사람에게 고루고루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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