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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Apr 21. 2024

24화 (완결)품위 있는 알바 생활

마지막 화

 

다른 창고에 일을 나가게 되었다. 출근하니 30명 정도의 김상무 알바들이 우글거렸다. 쾌적하고 깨끗한 근무 환경, 쉬운 일이었다. 김상무표 작업장.      


자주 보던 20대 여자 알바들도 많이 나와 있었다. 여러 의류 포장 공장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들이었다. 나는 항상 이 친구들에게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카페 같은 곳으로 알바를 나갈 수 있음에도 공장으로 나온 그녀들은 삶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사는 친구들이다. 일도 잘하고 태도도 좋아 나는 가끔 그녀들을 차에 태워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었다.      


오후 휴식 시간에 쉬고 있는데 과자와 음료수 한 박스가 들어왔다. 박스를 들고 온 여자분은 반장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떠났다.     


과자를 알바들에게 나눠주며 반장은 저 여자분이 못된 언니 업체 사장이라고 알려주었다. ‘오홀!’ 우리들은 소리쳤다. ‘이거 드시고 자기들한테도 많이 지원하시래요!’ 반장이 말해 주었다.     


언니들은 웅성거렸다. 못된 언니 인력 업체의 알바 일당은 단연 김상무보다 높았다. 언니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의류 포장 전문 단지인 이 구역에는 김상무의 알바 밖에 없었는데 못된 언니 업체가 들어오면서 균열이 생겼다. 하루하루 먹고 사느라 알바를 꼭 해야만 하는 언니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언니들은 김상무를 떠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날 나는 알바를 시작한 지 1여 년 만에 드디어 김상무를 처음 보게 되었다. 한 주에 세 차례 이상 문자나 통화를 하는 끈끈하고 질척한 사이인데 말이다.


그렇잖아도 점심 식사 때 몇몇 언니들이 오늘 아침 김상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나는 목소리만큼 중후한 중년 남성을 상상하며 기대를 했다.  

    

퇴근할 때 커다란 다인용 자동차가 도착하고 언니들이 운전하는 누군가에게 인사하며 올랐다. 함께 퇴근하던 언니가 운전하는 사람이 김상무라고 알려 주었다. 나는 당장 달려갔다.      


배 나오고 머리가 반짝이는 수더분한 중년 남성이었다. 예상과 달라 잠시 머뭇하다 ‘제가 헤이미치에요’하고 인사를 하자 김상무는 반갑게 받아 주었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라 너무 많은 언니들의 인사를 받아 나는 뭐 새의 새끼발톱 정도였을까?



낮은 일당을 보충하기 위해 김상무는 못된 언니 업체와는 다른 전략을 써야 했다. 자가 차 소유자만 채용하는 못된 업체와 달리 하기 위해 인력 운반 차량을 직접 몰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날 많은 언니들이 김상무의 얼굴을 처음 봤다고 웅성거렸다.      


지금도 나는 ‘일당이 높은 못된 언니 업체를 갈 것인가? 김상무의 알바를 갈 것인가?’ 선택하라면 김상무의 알바를 선택할 것이다. 뭐 선택의 여지가 없기는 하다. 나는 매일 나가는 알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더라고 나는 김상무의 알바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김상무의 알바 언니들은 서로 배려하고 도우며 일하기 때문이다. 못된 언니 업체처럼 엘리트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가차 없이 낙오시키는 경쟁하는 노동 말고 마음이 따뜻한 노동 말이다.      



나는 이곳에서 품위 있는 중년들을 많이 만났다. 비록 까대기 같은 막노동을 할지라도 서로 배려하고 돕는 우아한 마음을 가진 언니 오빠들 말이다. 중년들이여! 우리 품위 있게 좀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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