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잘 나대는 사람'들이누구냐고 묻는다면 <마케터들>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좋은 걸 좋다고 가장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NGO의 마케팅은 영리 기업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마케팅 예산이 훨씬 적기도 하고,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보수적이다. 그리고 어느 회사든지, 새로운 도전 앞에는 항상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 마련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회사에서 이런저런 반대 의견이 있을 때, 굳이 일을 밀고 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나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으니까. 그런데 막상 사람을 살리는 일이 직업이 되다 보니 묘한 책임감이 생겼다.
예전에 신규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꼭 섭외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평소 그의 활동을 봤을 때, 우리의 가치와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를 섭외하기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고, 우리 회사와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기에 맨땅에 헤딩하듯이 제안서를 건네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안 될 일이다'라는 목소리도 있었고, '우리 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우리의 철학을 대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음에 하자"며 완만하게 반대하는 목소리 앞에서 "그래도 저는 이번에 꼭 해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걱정'이 반대의 이유라면, 누군가는 나서서 한 번 해보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감사하게도 회사에선 제안을 해보기로 결정해 주셨고,우리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그분은 '재능 기부'로 참여해서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주셨다. 그분이 만든 결과물을 본 사람들의 반응 또한 더할 나위 없었다.처음엔 반대하셨던 분도 나중에는 나에게 '끝까지 밀고 나가길 잘했다'고 하셨으니 결과적으로 훈훈하게 마무리가 됐던 기억이 난다.
이 일을 겪으면서, 상사가 들려준 'First Penguin(첫 번째 펭귄)' 이야기가 떠올랐다. 천적으로 가득한 바다지만, 용기를 낸 한 마리가 뛰어들면 다른 펭귄들도 함께 따라서 뛰어든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첫 번째 펭귄'이 되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 누가 대신 뛰어주지 않을까 눈치 보지 말고 그냥 내가 먼저 뛰어드는 것이다. 생각보다 물은 차갑지 않을 수 있고, 두려워했던 천적들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같이 뛰어드는 동료들이 나타날 것이고,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더 많아질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케이스도 있겠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누군가는 맨 처음 뛰어들어야 한다.
동료들의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깡그리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무섭고 어려운 일일수록, 한 번 해보자는 말을 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새해에는 조금 더 나대고, 설치고, 마음껏 뛰어들어봐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