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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Dec 11.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21.

1막을 영웅서사로 분석하기



망생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런 얘기를 수시로 듣게 된다. 


"박해영 작가가 제 롤 모델이에요! <나의 해방일지> 같은 거 쓰고 싶어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쓰는 건 자유인데, 넌 쓰지도 못할 게 분명하고, 쓴다 해도 편성 안 될 거야."


"왜요? 쓸래요! 쓸 거란 말이에요."


"<나의 해방일지>는 극본적으로 봤을 때 매우 테크니컬 씬 뿐만 아니라 은유적인 씬들이 많아. 네 실력으로 볼 때 결코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예전에는 노희경 작가에게 많은 워너비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것이 박해영 작가에게 옮겨갔다. 제 2의 박해영을 꿈꾸는 망생이들은 빨리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 괜히 헛힘만 쓰다가 작가의 길을 떠나는 수가 있다. 


<나의 해방일지>같은 작품은 테크닉과 은유에다 인생에 대한 통찰이 더해져야 나올 수 있는 대본이다. 


그런 작품을 쓰고 싶다면, 좀더 대중적인 작품들로 당신의 필모를 늘여가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당신에 대한 믿음이 배우와 방송 관계자, 그리고 시청자에게 굳건하게 만들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동일한 대본을 썼다치자, 일단 프로듀서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것이다. 


"아니, 주인공 염미정이 왜 이렇게 조금 나와요? 한 회에 최소 70프로는 나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당신 프로 맞아요? 이러면 주연급 배우를 캐스팅할 수 없어요. 게다가 이렇게 수동적인 주인공이라니! 망생이들의 바이블인 이기원 작가의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도  안 읽어봤어요? 이건 백퍼 편성 불가입니다! "


나는 이런 말을 하는 프로듀서가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가가 박해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상황은 180도 바뀐다. 수동적인 주인공이지만, 작가 박해영을 신뢰하고 김지원이란 배우가 캐스팅 된다. 그리고 주연의 분량이 준 대신 주조연급의 형과 언니의 분량이 늘어나니 역시 좋은 배우가 붙는다. 


그러자 채널도 박해영 작가와 좋은 배우들의 패키징이 들어오자, 실제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쌍수를 들어 반기며 편성을 해준다. 


이번에는 시청자 차례. 


극중 삼남매는 싫생활 그 자체 같은 훌륭한 연기를 보이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렇다 할 사건이 나오지 않자 기대를 접고 하차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차를 하지 않고 버티는 시청자들이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 극사실 주의 드라마가 주는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불신의 자발적 정지가 일어난 것. 시청자들은 삼남매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긴 것이다. 거기에 구씨(손석구)의 미스테리한 매력까지. 


 또 다른 부류는 작가가 박해영인데 뭔가 있겠지 하고, 지루한 구간으로 버틴 것이다. 예를 들면, 나. 박해영 작가가 선수인데, 일부러 이렇게 썼을 때에는 남다른 전략과 전술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박해영 작가는 처음에는 시청률을 포기하더라도 삼남내와 구씨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뚝씸있게 1부를 밀어부친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를 영웅서사 구조로 분석을 하면, 


 


https://alook.so/posts/WLtJ2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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