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원 Dec 17.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22

영웅서사로 1막분석 2

 

고백한다. 


나는 드라마 작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나는 남들 드라마 볼 때 노는 걸 좋아한다. 책 보고, 지인들과 대화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여행하고... 나는 이런 일상적인 일들이 드라마를 쓰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애써 우긴다.  


그런데 사실...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드라마를 감상하지 않고, 분석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 힐링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캐릭터를 보게 되고, 그의 매력을 따지고... 구성과 구조를 살피고... 


일종의 직업병을 얻은 것이다.  


나는 더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해 작법을 공부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분석한 뒤 그것을 내 작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드라마 감상이라는 즐거움을 많이 잃었다.  


근데 문제는 이제 당신도 곧 나와 같은 직업병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나만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당신이 드라마를 감상하지 않고 분석하도록 열심히 가스라이팅을 하는 중이다. 


이제라도 내 글을 읽기를 거부하겠다고? 


늦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당신은 내가 만들어 놓은 작법의 수렁에 허리 이상 빠진 상태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당신이 이 작법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 대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 들이기 바란다. 

그래서 끝내는 드라마를 보는 당신만의 기준을 갖기를 바란다. 그래서 세상 모든 드라마를 보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양질의 드라마만을 선별해서 보는 혜안을 갖기를 바란다. 


선택과 집중.


작가로서 당신은 수없이 쏟아지는 드라마들 중에서 좋은 것들을 선택해야 하고, 집중해서 봐야 한다. 그게 직업인으로서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아니다 싶으면 아무리 좋은 배우가 나와도, 아무리 애정하는 작가가 써도  바로 하차를 해버리는 단호함을 갖기를 바란다(박해영 같은 작가일 경우는 조금 더 기다려 줘라^^;). 그리고 재미 있다 싶으면 왜 재미 있는지 보고 또 보면서 발본색원하기 바란다. 10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1편의 드라마를 10번 보는 게 망생이인 당신을 작가로 만들어 줄 확률이 높다.  


그 다음에는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이다. 어떤 드라마가 편성이 되는지, 앞으로 어떤 드라마가 필요할 것인지, 나는 어떤 드라마를 써야 할 것인지 늘 촉수를 열고 살피며서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내 강의를 읽은 망생이들로부터 드라마를 보면, 주제가 무엇인가, 로그라인이 무엇인지, 하이컨셉은 무엇인지 따지게 되었으며, 캐릭터가 왜 매력적인지, 캐릭터가 공감을 일으키기 위해 무슨 행동을 하는지 따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기에 영웅서사구조까지 장착한다면, 당신은 더 이상 재미없는 드라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적게 보면서 더 알차게 보게 될 것이고, 남은 시간에 놀거나 집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당신은 감상 이상의 것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써낼 수 있을 것이다. 


영웅서사구조는 이야기 하는 방식이며, 이야기를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남이 하는 이야기를 영웅서사로 알아먹을 수 있어야 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영웅서사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에 능수능란해야지만 남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으며, 내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면서 엣지까지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자, 지난 시간에 이어 망생이들이 요청한 작품들의 1막(도입부)를 영웅서사로 분석해 보자. 

포스터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는 일단 로그라인이 좋다. 


자폐증을 가진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에 해당하는 로그라인을 가진 작품들은 많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사로 잡는다. 


하이컨셉은 '변호사판 <굿닥터>' 쯤 되겠다. 


주제는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정도.


일단 주인공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다. 내가 만든 매력 공식을 적용해 보면,  


연민(자폐) + 동경(천재) = 치명적 매력.


내가 이전에 <굿닥터>에 대해 얘기하면서 언급했지만, 이런 컨셉은 월드 와이드가 가능하다.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데다가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디테일'이다. 


'디테일'이 작품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오프닝부터 분석해 보자. 


화자(우영우)가 과거 어떤 의미 있는 날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날 어린 우영우가 병원에서 자폐아 진단을 받고 있다. 아빠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영우는 아빠가 집 주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방언이 터지듯 폭행에 대한 형법을 줄줄 외워서 아빠를 깜짝 놀래킨다. 


참 영리한 선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근데 곰곰히 생각하면, 말이 잘 안 된다. 


자폐아 판정을 받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은 거 아님? 자폐아 판정을 받은 날, 하필 방언이 터짐? 더 황당한 건, 말문이 터졌는데 그게 형법의 한 구절인데, 현재 아빠가 처한 상황에 해당하는 법구절을 말한다고?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그렇게 된 과정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불신의 자발적 정지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왜 이렇게 프롤로그를 썼을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우선은 말이 되도록 프롤로그를 썼는데, 분량이 너무 많았을 수가 있다. 프롤로그가 길면 본편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으므로, 엔딩 포인트 잡기가 어려워진다. 


또 하나, 프롤로그를 논리적으로 말이 되게 쓰는 것에 실패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아는 천재적인 자폐아들은 수학, 그림, 음악, 기억력 등이 뛰어나지 않는가. 그런데 그것이 법적용 문제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인문학적인 영역이 아닌가.  때문에 이리저리 에피소드를 만들다가 미궁에 빠졌을 수 있다. 


이럴 때 쓰는 법은 그냥 설정이 이런 거라고 명시하는 방법이다. 이런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있는데, 이제부터 이 주인공의 이런 능력을 갖고 이야기가 펼쳐질 거야. 


이런 설명하기 어려운 설정을 쓸 때 애써 에피소드화 하지 않고, 보통 두 가지 중 한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미 설명한 '설정으로 명시하는 방법'과 또 다른 방법은 아예 '설정을 말하지 않는 방법'이다. 전자가 '했다치고'라면 후자는 '시치미 떼고'인데, 후자는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이 설정을 이해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최근 트렌드는 후자를 주로 사용한다. 


가령, 드라마를 프롤로그 없이 우영우의 일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충분히 우영우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고, 우영우에게 빠져들 수 있으며, 우영우가 펼쳐나갈 이야기에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우영우에 빠져들다가, 어느 순간 시청자들이 궁굼해 하기 시작하다. 아무리 자폐아지만 어떻게 저런 능력이 생긴 거지? 이런 상태가 되면, 아버지의 입을 빌려 이런 얘길 슬쩍 해주는 거다. 


"영우가 말 한 마디도 못했는데, 어느 날 내가 집주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걸 보고 말문이 터진 거야."

"에? 정말요?"

"응. 근데 그게... 형법에서 폭행죄에 해당하는 법문이었던 거 알아?"

"와! 대박!"


이렇게 하면, 그 동안 시청자들이 우영우에 대해서 봐온 것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이 방법은 내가 과거에 읽은 어느 책에서 발견한 건데, 불행히도 그 책을 찾아보니 그 내용이 없었다. 대체 어디서 본 거지? ㅠㅠ. 나중에 발견하게 되면 이 부분에 소개하겠다). 


일상세계 : 앞으로 해도 거꾸로 해도 우영우는 '어일우' 즉,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일 정도로 뛰어난 성적으로 변호사가 된 자폐아이다. 그런 그녀의 꿈은 훌륭한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모험에의 소명 :  드라마에서 첫관문 통과를 위한 모험의 소명은 세 개이다. 


첫 번째는 첫 출근길에 로펌이 있는 빌딩 현관에 있는 회전문. 그 회전문은 우영우가 변호사라는 직업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두 번째는 우영우가 처음으로 변론을 맡은 법정에서 변론을 시작해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우영우가 진짜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하는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퇴근 길에 다시 회전문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데, 그 장면은 로맨스에 대한 모험의 소명의 문이다. 


소명의 거부 :  첫 번째 거부는 자폐인으로서 두려움을 나타낸다. 과연 다른 변호사들 사이에서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시청자에게 안겨주며 감정이입을 시킨다. 


두 번째 재판장에서의 거부는 긴장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첫 사건을 잘 변론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만약 이 장면에서 작가가 우영우로 하여금 가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변론을 시작했다면... 우리는 우영우를 그토록 응원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소명의 거부가 꽤 오래 지속되고, 시청자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세 번째 거부는 첫번째 거부의 반복인 듯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퇴근 길에 우영우는 회전문 앞에서 다시 한 번 멘붕에 빠진다. 


정신적 스승 : 첫 번째 정신적 스승은 송무팀 직원 이준호이다. 그가 문을 잡아서 우영우가 무사히 빌딩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 정신적 스승은 시니어 변호사이자 우영우의 멘토인 정명석이다. 재판장의 변론을 하라는 지시에 우영우는 불안해 하면서 차마 일어나지 못하다. 이에 정명석이 변론을 위해 일어나려 하자, 그제서야 각성한 우영우가 변론을 위해 벌떡 일어난다. 


세 번째 정신적 스승은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이준호이다. 여기서 이준호는 우영우에게 왈츠의 리듬을 알려주고, 시연해 보인다. 쿵짝짝 쿵짝짝... 


첫관문 통과 : 첫 번째 회전문을 무사히 통과한 우영우는 변호사로서 출근에 성공하고, 두 번째 관문이 법정에서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남으로서 변론을 시작하게 되며, 세 번쩨 관문인 회전물을 왈츠 리듬으로 통과하면서 로맨스도 시작하게 된다. 


우영우의 작가가 실제로 어떻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당신이 이 작품을 쓴다고 했을 때, 다짜고짜 스토리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안에서 어떤 것을 보여줄까를 생각해야 한다. 


일단은 우영우의 변호사 성공기를 메인 플롯으로 잡아야 하고, 거기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극복기가 함께 가야 한다. 그리고 서브 플롯으로 우영우의 로맨스도 넣어야 한다. 


방법은?


그렇다. 


변호사로서, 자폐인으로서, 사랑을 원하는 여자로서 우영우의 영웅서사를 각각 만들어 절묘하게 섞는 것이다. 그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생각나고, 그 스토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시청자는 우영우라는 캐릭터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이다. 


지나고 나면 잊혀지는 드라마를 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우영우 같은 드라마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포스터


<왓쳐>를 분석해 보자. 


<왓쳐>의 주인공은 김영군(서강준)이지만, 도치광(한석규), 한태주(김현주) 역시 주인공급으로 끌어올려서 세 명의 공동주연 느낌으로 만든 드라마이다. 


이런 다중 주인공 드라마는 어떻게 쓰는 것일까?


<왓쳐>의 작가가 나름의 노하우와 내공으로 알아서 썼겠지만, 당신 같은 망생이에게 이런 드라마를 쓰라는 미션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마 세 명의 주인공을 놓고, 그때그때 번갈아 넣어가면서 쓸 것이다. 그래서 망하는 길로 갈 것이다. 그 방법은 프로에게도 쉽지 않은 방법이다. 


주인공이 바로 서야 나머지도 서는 법이다. 


주인공 중심으로 서사를 만들고, 그 다음 중요한 인물의 서사를 첨가하고, 그 다음 중요한 인물의 서사를 첨가해서 이야기를 완성시켜 가야 한다. 


특히 세 배우의 이름값 때문에 씬 분배가 엇비슷하게 이뤄줘야 할 때는 애초에 주인공 중심으로 만든 스토리의 일부를 나눠주는 식으로 구성을 해서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스토리가 산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가령, 주인공의 에피소드로 만든 건데, 서브 주인공에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 같은 것 말이다. 


일단 전체 스토리의 얼개를 영웅서사로 짜는데 있어서, 메인 주인공 외에 다른 두 서브 주연의 영웅서사를 각각 만들어 합치는 식으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인 측면에서 좋다.  

대개의 경우, 각각의 영웅서사가 어느 단계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 포인트가 중요하다. 


<왓쳐>에서는 세 명의 주인공이 2회 마지막에 경찰 비리전담 수사팀으로 만나면서 '첫관문을 함께 통과'하게 된다. 즉, <왓쳐>는 2회까지가 도입부인 것이다. 


김영군(서강준) 스토리를 영웅서사로 분석해 보면 이렇다. 


보통세상 : 저돌적인 성격의 교통 순경인 김영군은 우연히 신호위반 차량을 잡았다가, 운전자와 추적극을 벌이고 총을 쏴서 상해까지 입히고 조사를 받는다. 


모험의 소명 : 영군에게 있어서 모험의 소명은 오늘 겪었던 일의 실체를 파헤치는 일이다. 


소명의 거부 :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다, 그를 기다리던 장해룡을 만난다. 그는 영군에게 잠자코 있으면 자신이 나중에 광수대에 불러주겠다고 한다. 시큰둥하게 알았다고 하지만, 영군에게 있어서 소명의 거부인 것이다. 


정신적 스승 : 집에 돌아온 영군은 집에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린다. 


첫관문 통과 : 영군은 소녀를 돕기로 하고 위치 추적기를 장해룡 측 차량에 부착하고, 개인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다소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다. 각각의 포인트를 엣지있게 처리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도치광(한석규) 스토리는 드라마 시작 전에 모험의 소명을 받은 상태로 묘사된다. 과거 살인자인 영군의 아버지를 체포한 사건을 계기로, 비리 경찰을 잡는 감찰반으로 노선을 정했고, 그래서 동료 경찰들이 싫어하는 독고다이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변화의 과정(도입부 5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때문에 영군이나 한태주(김현주)에 비해서 시청자들에게 응원의 힘을 덜 받는 캐릭터이다. 


그에게도 영웅서사 도입부 5단계를 적용해서 묘사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캐릭터적으로 볼 때 그는 누구든 수사할 수 있는 무대뽀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인간이기에 두려워하는 한 가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것은 장해룡이 아니라 누군지 모르는 장해룡의 뒷배... 금단의 영역... 그래서 잠시 주저하지만, 결국 거대한 절대 악에 대해 맞서 싸우는 것이 자신의 소명임을 깨닫고 받아 들이는 식 말이다. 그랬다면, 그 역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초창기부터 받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한태주는 영웅서사 5단계가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보통세상 : 한태주는 한 때 잘나가는 검사였지만 지금은 돈만 밝히는 검사이다. 


모험의 소명 : 자신의 클라이언트인 건설사 대표의 유괴된 아들을 구출하러 가는데 동행을 요구 받는다. 


소명의 거부 : 복잡한 일에 얽히고 싶지 않은 그녀는 곧장 거부한다. 


정신적 스승 : 과거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의 증인이었던 영군이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변하셨군요, 하면서 자극을 한다. 


첫관문 통과 : 유괴된 아이를 구출하러 가는 차량에 탑승한다. 


<왓쳐>는 주인공급 인물들의 서사로만 보면 매우 심플한 편이다. 그럼에도 도입부가 2부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커다란 사건 하나가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끝까지 잡아두는 이유는 극 중에서 탁상공론하는 인물들이 하나도 없고, 모두들 자신의 롤을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즉, 씬과 씬이, 시퀀스와 시쿼스가 액션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큰 장점이자 <왓쳐>의 미덕이다. 


다만 장점이 곧 단점이 되듯, 사건에 인물이 치인 듯한 느낌이 드는 점이 다소 아쉽다. 


<왓쳐>는 누가 뭐래도 잘 쓰고, 잘 찍고, 잘 연기한 드라마이다. 


하지만 영웅서사적 관점에서 볼 때 세 명의 주인공의 영웅서사가 각각 엣지있게 표현되고, 그것이 첫관문 통과(비리전담반 창설)에서 모두 만났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지 않았을까?

우영우는 하나의 인물을 세 가지 자아, 즉 자폐인, 변호사, 로맨스의 주인공 등으로 분리해서 스토리를 전개했다. 왓쳐도 하나의 주인공을 세 개의 자아로 나눈 듯 인물을 설정해서 진행했다면 훨씬 더 효율적인 접근이 가능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오늘은 망생이들의 요청으로 비교적 최근 작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왓쳐>의 도입부를 영웅서사로 분석해 봤다. 


다시금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분석이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해독도 잘 하지만, 오독도 잘 하는 사람이다. 내가 당신에게 이런 글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해석의 방식과 과정인 것이다. 


전에 한 번 얘기한 적 있지만, 당신이 좀더 나은 작품을 쓰려면, 작품을 역으로 분석해 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툴로 영웅서사 구조는 꽤나 유용하다. 


요즘 망생이들 스터디에서 내 강의가 핫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내가 쓴 글을 가지고 토론하고 공부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쁘기가 한량이 없다. 


나는 그 스터디에서 당신들이 어느 한 작품을 각각 영웅서사로 분석한 뒤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리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다른 의견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래서 당신의 사유가 깊어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이번 글을 쓰면서 품이 제법 많이 들었다. 


당신들이 눌러주는 '좋아요'로 위로 받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