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을 영웅서사 구조로
이제 영웅서사 12단계에서 도입부 5단계로 1막을 분석해 내는 것이 어렵지 않겠다는 판단 하에 3막 구조에서 2막과 3막에 해당하는 나머지 7단계를 알려주겠다.
이전 1막에 해당되는 영웅서사 5단계에 관한 글들에 대한 댓글을 보면, 망생이들이 내 글에 꽤나 감동과 영감을 받은 것 같다. 당신들의 진심어린 찬사와 추앙이 나를 우쭐하게 만들었다. 난 잠시 기분이 좋았지만, 이내 약간의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제부터 배워야 할 영웅서사 나머지 7단계는 1막 5단계처럼 만능 치트키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신은 이번 글 이후에 내게 실망감을 피력하고 추앙을 철회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실망을 해도 내게 하지 말고, 조지프 캠벨이나 크리스토퍼 보글러에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분석해 놓은 구조를 누구보다 잘 가르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죄가 없다. 당신에게 있어서 약간의 실망이 필요하다면, 그 대상은 내가 아니라 서사구조를 확실하게 만들어 놓지 못한 그들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영웅서사에서 2막과 3막은 '친구, 적, 시험 - 심연에의 접근 - 시련 - 보상 - 귀환의 길 - 부활 - 영약을 갖고 귀환' 등 이렇게 일곱 단계로 구성돼 있다.
첫 관문을 통과해 2막에 들어서면, 그 다음 단계는 '친구, 적, 시험'이다. 즉, 친구를 만나고, 적을 알게 되며, 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런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모험에 들어 섰는데, 친구나 조력자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적들이 누구인지 알고 그들과 싸우는 것도 당연하며, 그 과정들이 하나하나 시험인 거 누가 모르느냐 이 말이다.
그런데 당신은 그들(조지프와 크리스토퍼)의 고충을 이해해 줘야 한다. 그들이라고 영웅서사 5단계까지 잘 나가다가 6단계에서 무너뜨리고 싶었는가. 6단계 부분은 사실 너무나 다양하게 제각각 전개되기 때문에 그들로서도 딱 떨어지는 어떤 통찰적인 한 단어로 정의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6단계 이 부분이 이야기에서 가장 재미있고,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이지 않은가. 때문에 당신은 공식에 너무 의존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이 부분을 해결하기 바란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비교적 딱딱 떨어지는 키워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자, 각 단계별 설명이 들어간다.
6. 친구, 적, 시험 - 첫관문을 통과해서 '특별한 세상'에 들어온 주인공은 동료를 만나고, 적을 만나고, 미션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가령, 오피스물이라서 회사에 합격한 신입사원이라면, 친절하게 대해주는 직장 동료를 만나며, 그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도 만난다. 그리고 회사에서 내려주는 업무를 하나씩 배우는 식으로 시험을 통과하며 성장나간다. 복수물이라면, 나에게 도움을 주는 조력자를 만나고, 내가 처단해야 할 악인을 알게 되며, 그 악인에 다가가는 단계(시험)를 차례로 경험하게 된다. 대부분 친구와 적이 명확하게 구분되기도 하지만, 친구였다가 적으로, 적에서 친구로 되는 캐릭터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친구인지 적인지 모호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1막을 통해 잘 끌어온 이야기를 한층 재미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이 6단계가 보통 2막 전체 분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만약 12부작 미니 시리즈라면 이 6단계 부분이 2회에서 8회 정도까지 가는 수도 있다. 미니 시리즈는 영웅 서사 관점에서 볼 때 주인공이 미션을 돌파하는 내용이 반복되는 6단계가 길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잘 뻥튀기해 놓아야, 그 다음 단계에서 힘을 받아 결말까지 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이 6단계에서의 아쉬움은 영웅서사 이후에 배우는 다양한 서사 공식을 통해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공.단.극 강의 두 번째 파트인 '세상의 모든 서사 공식'의 목적은 세상 유명한 서사 공식을 다 섭렵해서 자신만의 서사 공식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니까.
7. 심연에의 접근 - 심연은 깊은 연못이란 뜻인데, 여기서는 주인공이 도달한 이야기의 핵심을 뜻한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어떤 대가를 감수해야 하는 지를 깨닫게 된다.
심연은 물리적 심연과 심리적 심연, 그리고 감춰진 진실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가령, <글라디에이터>에서는 막시무스가 복수를 위해 검투사가 된 뒤 상대를 하나하나 물리치며, 결국엔 결전의 장소인 콜로세움에 도착한다. 여기서 콜로세움은 적의 심장부인 물리적 심연이다. 여기서 막시무스는 복수가 자신의 숙명임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전의를 다지게 된다.
대개의 로맨틱 코미디는 이야기 중간 지점에서 주인공이 상대를 계속 사랑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제까지는 연애의 즐거움 때문에 잊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결혼으로 가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상대의 엄청난 배경에 앞으로 시련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 밖에 뭔가 커다란 위험이나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지점이 바로 심리적인 심연인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심연에서 자신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감춰진 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막장 드라마를 예를 들면, 아버지가 알고보니 연쇄 살인범이었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알고 보니 친동생이었거나 하는 것 말이다. 좋지 않은 예이긴 하지만, 이해는 빠를 것이다.
물리적 심연과 심리적 심연, 그리고 감춰진 진실은 어느 하나일 수도 있지만, 두세 개가 복합적일 수도 있다.
심연의 한 가운데에서 주인공은 모험을 이어갈 것인지 판단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미 돌아갈 수는 없지만 여정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선 주인공은 두렵다. 그 두려움이 시청자들을 사로 잡는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시청자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강력하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주인공을 가장 깊은 심연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당신(망생이)은 보통세상에서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고 있다가 내 강의(모험의 소명)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신은 잠시 망설이며 소명을 거부했다. 얼룩소라는 낯선 플랫폼에 가입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먼저 내 강의를 본 친구(정신적 스승)의 권유로 얼룩소에 가입한 뒤 내 강의를 읽기 시작하며 첫관문을 통과하게 되었다. 당신은 내 강의를 읽고 스터디를 하는 모임에 참가해서 좋은 동료(친구)도 만나고, 스터디의 분위기를 해치는 나쁜 동료(적)도 만나지만 그들과 함께 어울어져 매번 올라오는 내 강의로 인해 실력이 업그레이드(시험)된다. 그래서 결국, 당신은 심연에의 접근을 하게 된다. 프로로 가기 위해선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할까, 작가의 길을 그만 두어야 할까? 물론, 실제 상황에서 나는 회사를 그만 두지 말라고 조언하겠지만... 어쨌든 이 정도의 절체절명의 선택을 앞둔 시점이 바로 '심연에의 접근'인 것이다.
이래도 심연을 이해 못하겠다는 망생이를 위해 가장 간단하면서 확실하게 설명을 해주겠다.
당신이 고스톱을 치다가 3점이 났다고 치자. 당신은 고민할 것이다. Go냐? Stop이냐? 여기가 바로 심연에의 접근이다. 안전하게 3점으로 나느냐, 고박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를 불러 5점 이상 먹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 외워라. 심연에의 접근은 고스톱에서 3점을 났을 때라고.
8. 시련 - 주인공이 왜 심연에서 망설이거나 심사숙고했냐 하면, 모험의 여정을 계속 가기로 했을 때 닥칠 시련이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시련을 기꺼이 감수하기로 했기 때문에 심연에서 시련을 아주 찐하게 겪어야 한다. 즉, Go냐, Stop이냐에서 '못 먹어도 Go'를 불렀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책 속에서 몇 구절을 인용해 보자
영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피하지 않고 대면할 때 그의 운명은 아주 어려운 처지에 빠진다. 영웅은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적대 세력과의 전투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이르기도 한다.
로코에서 영웅이 직면한 죽음은 '이성과 헤어지는 상황'이다.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야 한다.
시련에서 영웅은 죽거나 죽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재생할 수 있다. 영웅 신화에서 신비로움을 부여하는 주요 원천이다.
고스톱으로 예를 들면, 고를 불렀는데 다음 사람이 '먹고 싸버리고', 그 다음 사람이 그 '싼 것'을 먹고 점수가 나는 상황 즉, 고박을 쓰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9. 보상 - 시련을 이겨내게 되면 '보상'이 따르는 것은 당연지사. 주인공은 이 성공의 열매 구간인 보상 구간을 아주 제대로 즐겨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시청자가 가슴을 졸이며 스토리를 따라온 이유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드라마라면 경기에서 승리를 하고 자축연을 해야 하고, 로코에서는 이성과의 사랑을 확인하고 러브 씬을 펼쳐야 하며, 영웅이라면 미션을 완수한 대가로 '영웅' 칭호를 획득해야 한다.
'보상'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뒷풀이'이다.
아무리 경기를 잘해서 이겼다 하더라도 뒷풀이를 제대로 안 하면, 인간적으로 그 승리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가 이 말이다. 배구의 여신 김연경이 속한 국대팀이 어느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는데, 배구협회에서 선수들을 김치찌개집에 데려가 뒷풀이를 한 것이 두고두고 씹히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그때 김연경이 자기 사비를 들여 선수들을 고깃집으로 데려가 쐈다는 것이 훈훈한 미담으로 전해진다.
스포츠는 경기 그 자체에 국한 되지만, 그것이 드라마라면 경기 뿐만 아니라, 그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과 경기가 끝난 후의 뒷풀이까지를 포함하며, 그 어느 요소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시청자는 주인공에게 빙의해서 진심 몰입해서 봤기 때문에 주인공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을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 때문에 김치찌개 집이 아니라 어디 펜트하우스라도 빌려서 파티를 열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작가는 반드시 이 부분을 화끈하게 책임져 줘야 한다.
여기서 <제중원>을 쓸 때 범했던 내 뼈아픈 실책을 고백하고자 한다.
<제중원>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황정은 응급으로 실려온 양갓집 규수를 살리지만, 혼사를 앞두고 있던 그 규수는 응급시술 과정에서 나온 당연한 남성의 접촉(의사의 진료행위)에 수치심을 느껴 자살을 하고 말았다. 이에 황정은 조사 끝에 백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나라의 외교적 사할이 걸린 상황에서 핵심 외교관의 수술을 해냄으로서 국왕에게 면천이라는 보상을 받게 된다
이 과정이 그러지는 가운데 드라마 시청률은 상승하기 시작했고, 시청자 계시판에서도 황정을 응원하는 내용들이 도배되었다.
그러자 감독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느낌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느낌이요. 아마 다음 주쯤에 사장님이 전화를 주실 거 같습니다."
"왜요?"
"10회 정도 연장을 해달라고."
사실 나도 그런 기분과 기운을 느끼고 있었던 차였다. 그때는 보통 그런 상황에서 시청자의 염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연장 발표를 하곤 했으니까.
드디어 주인공 황정이 외교관의 백내장 수술에 성공하고, 면천을 하게 되자 시청률은 하이를 찍었다.
그때 내가 이 영웅서사에 정통했더라면, 보상에서 뒤풀이를 정말 화끈하게 했을 것이다. 왜 옛날에는 잔치를 한 번 하면 몇일 내내 하지 않는가. 근데 그 때의 나는 <제중원>이라는 드라마에 영웅서사를 처음으로 적용했던 영웅서사 초심자였다.
나는 보상을 간단하게 하고, 다시 황정을 시련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 스릴과 서스펜스가 시청률을 견인해서 연장이란 보상을 내게 안겨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면천 된 뒤 그 다음 회차에서 황정의 아버지를 살해 당하게 만들었다.
시청률?
당연히 떨어졌다. 추락. ㅠㅠ
그리고 시청자 게시판에 난리가 났다. 황정이 그토록 고생해서 면천이 됐는데,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게 뭐냐는 비난이 넘쳐났다. 더 이상 <제중원>을 보지 않겠다는 하차 선언도 줄을 이었다.
본방을 보신 어머니가 우시면서 전화를 해오셨다.
"야, 왜 황정 아버지를 죽였어? 황정 아버지를 살려내라, 이 녀석아!"
나중에 촬영 현장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대본이 전달된 뒤 현장 분위기는 싸했고, 황정 아버지 역할을 해주셨던 장항선 선생님께서는 촬영을 마치시고는 화를 내시며 현장을 떠나셨다고 했다.
그 뒤 나는 그 사건 이후로 죄책감으로 인해 촬영 현장에 나가 보지 못했다.
물론, 방송사 사장님으로부터 전화도 오지 않았다. ㅠㅠ
그때 그 상황에서 지금의 내가 극본을 썼다면, 사흘 낮밤을 잔치하는 것으로 그렸을 것이다. 그리고 사장님의 전화를 받았을 것이고, <제중원>은 36부작이 아니라 50부작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내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서 보상을 할 때 뒷풀이를 화끈하게 제대로 해주기 바란다.
10. 귀환의 길 - 왜 '귀환의 길'이냐 하면 영웅이 승리를 한 뒤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이란 뜻이다. 옛날에는 영웅이 승리한 곳이 고향에서 먼 곳이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이 내용이 포함 됐는데, 여기서 악의 잔당들이 총공세를 해오기 마련이었다. 여기서 주인공은 주로 방심해서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 되기도 한다.
<영웅, 신화,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를 다시 인용해 보자.
영웅은 모험이 끝났음을 천명하고 '특별한 세상'을 떠나거나 벗어나려다 추격을 당한다.
영웅은 이 단계에서 어둠의 세력과 대결을 끝내야 3막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악의 세력들이 영웅을 추격해 온다. 훌륭한 추격씬은 이 지점에서 나온다.
항해에 오른 영웅을 복수심에 불탄 세력이 쫓아와 영웅이 검, 영약, 보물 등을 획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귀환의 길이다.
스포츠 드라마라면 게임에도 이기고, 뒤풀이도 잘 마쳤는데, 선수단 한 명이 도핑 테스트에 걸려 승리 자격이 박탈되는 상황 정도가 될 것이다.
로맨스 드라마라면, 더 다양한 귀환의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둘의 사랑을 지지하고 지원해 주던 누군가가 죽거나, 주인공이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체포되거나 말이다. 둘이 결혼하자고 뽀뽀도 하고 러브씬도 하고 다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래서 귀환의 길은 다르게 말하면, 나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 말하고 싶다.
다시 눈물을 머금고 <제중원>을 복기해 보면, 나는 이 단계에서 주인공 황정의 아버지를 죽였어야 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세력이 황정의 목숨까지 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썼어야 했다(후회막급).
11. 부활 - 귀환의 길에서 마지막 위기를 극복하고 '부활'하는 지점이다. 여기에 왜 부활이란 키워드를 사용했냐 하면, 전 단계인 '귀환의 길'에서 주인공은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기 때문이다.
때론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령, 물에 빠진 누군가를 구해내고 본인은 익사한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 같은 상황 말이다. 다들 주인공이 죽었다고 슬퍼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쿨럭, 기침을 토해내며 살아나는 거 많이들 봤지 않은가. 이런 클리셰가 바로 부활인 것이다.
부활이 진정 부활처럼 보이려면, 귀환에 길에서 제대로 죽어야(?)한다. 즉,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목숨을 건다거나 해야 하는 것이다.
리사 크론은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감동이 없다면, 클라이막스로 되돌아가 주인공이 대가를 제대로 치르게 하라고.
<영웅, 신화,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에서 중요한 문구를 인용해 보자.
어둠과 죽음은 완전히 굴복하기 전에 최후의 결정적 타격을 가하고, 영웅은 시련에서 습득한 교훈을 진정 체득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최후의 시험을 치른다.
영웅은 이러한 죽음과 재생의 순간을 겪어야 인격적으로 완전히 변모한다.
12. 영약을 갖고 귀환 -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부분이다.
영웅이 귀환하여 그가 여정에서 얻은 것을 나누고, 이로써 친구들과 가족, 공동체 그리고 세계가 득을 본다.
영약은 여정을 성공리에 마친 대가로 얻은 보물로, 때로는 사랑, 자유, 지혜, 또는 특별한 세계가 영원히 멸하지 않고 존재한다는 깨달음일 수도 있다. 혹은 이야기로 들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스토리가 영약일 수도 있다.
스토리의 대원칙이 있다. 주인공은 변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에 부정적이었던 사람은 사랑 지상 주의자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이타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쁜 놈은 잘못을 누우치고 새사람이 되어야 한다. 물론, 죽음으로 회개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인생의 깨달음, 즉 영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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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2막과 3막에 해당되는 영웅서사의 나머지 7단계를 살펴 보았다.
이제부터 여러분의 몸에 체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예시로 들어가 보겠다.
하지만 1막을 설명할 때처럼 다양한 예시는 못한다는 말씀을 미리 드린다. 2막은 1막에 비해 그 분량이 장난이 아니다. 내가 1막을 설명할 때 들었던 레퍼런스를 가지고 2막을 설명한다면, 나는 수백편의 드라마를 봐야하는 고문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12부작 미니 시리즈는 1회가 1막이고, 이후 6~8편 정도가 2막이기 때문에 더더욱 ㅠㅠ.
그러나 수많은 예시를 들지 않고도 2막에 해당하는 영웅서사를 습득하는데 조금도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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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언더커버로 다시 태어난 케이는 조직 속에서 친구와 적을 만난다. 원수인 마오를 위해 일하고, 사랑하게 된 연인이 마오의 딸임을 알게 된다. 또한 마오가 던져주는 미션들을 해결해 가면서 신뢰를 얻는다(친구, 적, 시험). 그러다 물에 빠져 실종되는데, 그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된다. 마오는 그 사고에서 딸을 목숨을 걸고 지켜주는 케이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케이는 그에게 충성을 한다(심연에의 접근).
적인 마오가 아들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접근했다는 뜻이다.
기억을 잃은 케이는 마오의 지시에 따라 악랄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때문에 형제였던 민기와 적이 된다(시련).
제 정신이면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일을, 기억을 잃은 케이가 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련이 아닐 수 없다.
기억이 돌아온 케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위로 받는다. 그리고 적이 됐던 민기와도 화를 한다(보상).
하지만 NIS 부장은 돈 욕심 때문에 케이를 다시 마오에게로 보내고 케이는 위기를 맞는다(귀환의 길).
위기의 상황에서 케이는 마오를 죽이고, 엄마의 복수르르 한다(부활).
임무가 끝나고, 평범한 수현으로 돌아오는 케이... (영약을 갖고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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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길라임과 김주원은 몸이 바뀐 상태로 서로 다른 세계에서 각자의 삶을 대신하며 노력한다. 그러면서 우호적인 사람과 비호적인 사람들을 만나고, 둘은 사랑을 하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쉽지만은 않다(친구, 적, 시험). 바뀐 몸으로 길라임은 주원이 어릴 적 트라우마로 폐쇄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길라임의 아버지가 주원을 살리고 순직한 소방관이었다(심연에의 접근).
길라임이 접근하는 심연은 '감춰진 진실'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길라임은 고냐, 스톱이냐를 선택해야만 한다.
김주원의 트라우마가 그를 위해 죽은 자신의 아버지와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 그들... 시련도 이런 시련이 있을까 싶다. 둘의 사랑은 이미 시작되는데 말이다(시련) 결국 길라임의 아버지가 운명으로 맺어준 인연임을 알게 되는 그들. 그들은 서로에의 사랑을 확고히 한다(보상) 그러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주원은 죽음을 각오하고 길라임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귀환의 길).
서로의 사랑으로 마법에서 풀리는 그들, 사랑을 재확인한다(부활). 길라임과 김주원, 아이들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영약을 갖고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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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인권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주인공 우석은 고문 경찰 차동영과 마찰을 빚는 한편, 고교 동창인 기자 윤택을 만나고, 재판의 과정을 착착 진행해 나간다(친구, 적, 시험). 우석은 온갖 질타를 받으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헤 법정에 선다(심연의 접근). 고문 경찰을 증인으로 한 법정에서 우석은 감정적이 되어 돌발적 행동을 하고 재판을 망치게 된다(시련). 하지만 고문인을 응급처치했던 윤중위가 우석을 찾아와 법정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한다(보상). 드디어 재판을 이길 수 있게 되었는데, 마지막 재판에서 윤중위가 탈영병이라는 이유로 재판은 휴정이 되고, 피고인들은 억울하게 형을 선고 받는다(귀환의 길). 하지만 주인공의 법정에 서자 수많은 변호사들이 그를 변호하기 위해 나선다(부활). 부림 사건을 계기로 우석은 인권 변호사가 된다(영약을 갖고 귀환).
이렇게 2막과 3막의 영웅서사의 맛을 가볍게 보기로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영웅서사를 탐구해 보겠다.
너무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라, 당신이 잊었을까 말한다.
나는 내 강의를 읽은 당신이 보상으로 '좋아요'를 눌러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