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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Dec 25.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24.

영웅서사로 1막분석 4

이번에는 영웅서사 구조가 제대로 딱 들어간 드라마들의 1막의 예를 들어보고, 다음 회차에서는 2막으로 넘어가 보자. 


영웅서사 구조로 스토리를 짜면 좋은 점이 또 한 가지 가 있는데, 스토리가 명확해지면서 주제 또한 선명해 진다는 것이다. 


<힘쎈 여자 도봉순>


<힘쎈 여자 도봉순>의 도입부는 영웅서사적 관점에서도 훌륭하지만, 히어로물로서도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다. 


보통 세상 : 도봉순은 집안 내내로 모계유전으로 괴력을 소유하게 된 여자이다. 이 괴력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는데, 반드시 착한 일에만 써야 하며, 또한 남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것. 도봉순은 비교적 이 두 가지 원칙을 잘 지키며 지금껏 잘 살아왔다. 그녀의 꿈은 평범한 또래의 여느 여자들처럼 취직도 하고 연애도 하고 사는 것. 


모험의 소명 : 도봉순은 집으로 가는 길에 유치원 버스 기사인 어느 할아버지가 건설사 용역 깡패에서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소명의 거부 : 유치원생들이 다 보는 앞에서 괴력을 쓰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정신적 스승 : 도봉순이 신고를 하는 것을 발견한 조폭(정신적 스승)이 핸드폰을 빼앗아 박살내고, 도붕순을 때리기까지 한다. 


첫관문의 돌파 : 빡친 도봉순이 건설사 용역 깡패 일당을 작살내 버린다. 이 과정을 테러 협박에 시달리는 통에 보디가드가 필요한 안민혁(박형식)이 보고,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데...


스토리가 쉽고 분명하다. 이런 스토리를 시청자들이 좋아한다. 


게다가 이 스토리는 히어로물 관점에서도 매주 잘 세팅이 되어있다. 


히어로물은 전제조건은 다음과 같다. 


히어로가 가진 초능력은 축복이면서 저주여야 한다.   

히어로의 초능력은 나쁜 놈을 혼내주고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히어로 개인으로 볼 때는 그 능력으로 평범한 인간의 삶을 살지 못하는 장애요소여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연민으로 히어로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여기서도 내가 주창한 매력 공식이 작동한다. 치명적인 매력은 동경(초능력)과 연민(평범한 삶을 살지 못함)이 동시에 충족될 때 발생한다. 


히어로는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슈퍼맨은 치명적인 결점은 초록색 운석인 크립토나이트 앞에서는 맥을 못 쓴다는 점이다. 여기서 도봉순의 치명적인 결점은 괴력을 나쁜 의도를 썼다가는 능력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그외, 히어로물의 규칙에 관한 얘기는 '이작가가 읽어주는 작법책' <슈퍼 히어로 영화의 스토리텔링>와 <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 편을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이젠 도봉순의 스핀오프인 <힘쎈 여자 강남순>을 살펴보자.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시리즈로 나온 작품이다. 보통 시즌 2로 갈 때는 시즌 1보다 스케일도 커야 하고, 스토리도 강력해야 한다. 기존 시즌 1의 설정이나 내용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과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쎈 여자인 강남순과 그의 엄마, 그리고 할머니까지 괴력의 소유자로 다중 주인공 시스템으로 갔다. 그래도 어쨌거나 주인공은 강남순이다. 


강남순은 어린 시절 몽골에서 잃어버린 설정으로 드라마가 시작한다. 그리고 몽골과 서울을 번갈아 가며 주로 강남순 엄마(김정은)의 시점으로 스토리가 전개 된다. 여기에는 그 어떤 영웅서사도 보이지 않는다(솔직히 나는 1부를 보면서 세 번이나 하차를 고민 했어야 했다). 


이야기는 코믹했고, 코믹 연기의 달인인 김정은이 스토리를 캐리했지만 왠지 재미가 있지 않았다. 내 개인적인 분석으론, 너무 코믹을 강조하다 보니 딸을 찾으려는 엄마의 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한다. 


에피소드가 코믹으로만 연결되면 스토리가 현실과 동떨어지고, 금새 지루해 지기 마련이다. 코믹은 그것이 탄탄한 서사 위에 올라타고 있을 때만 그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남순의 개인 스토리도 그렇다. 


몽골에서 몽골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살고 있는 강남순에게 영웅서사가 부여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구김살없이 잘 살고 있는 그녀에게 엄마를 찾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K-drama와 K-pop을 보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에 가서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정도로만 묘사된다.  


보통 이런 경우,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첫째. 강남순은 줒어온 아이로서 몽골에서 비루한 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강남순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그리고 모험의 소명으로 친부모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과 두려움으로 소명을 거부하지만, 유일하게 그녀를 친절하게 대해줬던 정신적 스승이 그녀를 몽골에서 한국으로 첫관문을 통과하게 해야 한다. 


둘째. 강남순이 입양가정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면, 자신이 친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라야 한다. 이런 설정일 때는 보통 부모가 죽으면서 강남순이 줒어온 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당시에 입고 있었던 옷 같은 단서를 주고, 친부모를 찾아가라는 모험의 소명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역시나 두려움 때문에 거부하지만, 정신적 스승(친부모가 남긴 단서)로 인해 한국으로 첫관문을 돌파해야 한다. 


<힘쎈 여자 강남순>에서는 두 가지 상황을 짬뽕해서 선택함으로써 스토리의 힘을 잃어버렸다. 그러니 괴력으로 인한 재미로만 흐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신은 아마 내가 소개한 첫번째와 두번째 상황을 뻔한 클리쉐가 아니냐고 할 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망생이 신분을 벗어나기 힘들 것임이 분명하다. 


당신이 위의 두 가지 패턴을 많이 보아 왔던 것은 그것이 공식이기 때문이다.


작법에서 공식은 당신의 창의성으로 변주를 해서 쓰는 것이지, 용도를 변경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고로, 나는 당신이 <힘쎈 여자 강남순>에서 <힘쎈 여자 도봉순>과 같은 몰입감과 재미를 못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블랙독>을 보고 사실 좀 놀랬다. 


극본을 잘 써서 놀랬고, 서현진의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랬다(나는 서현진과 작품할 결심을 하고 말았다).


블랙독은 매우 정석적이면서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통 세상 :  고하늘(서현진)은 과거 수학여행 때 전복된 버스에 갇힌 자신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기간제 선생님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진 선생님 망생이다. 그녀는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선생님의 꿈을 대신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녀는 명문인 대치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에 응시해 당당히 실력으로 합격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학교에는 그녀의 삼촌이 교무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때문에 그녀는 빽으로 들어온 거라는 오해를 산다. 학교에서 그녀는 순식간에 왕따가 된다. 


모험의 소명 : 그녀는 새학기에 출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 선생님 취업 난에서 꿈을 이룰 수 있다. 


소명의 거부 : 그녀에게 학교 생활은 지옥일 것이다. 그것을 차마 감당할 수 없다. 


정신적 스승 : 세 명이 정신적 스승이 나온다. 그녀는 삼촌인 교무 부장에게 가서 따진다. 교무 부장은 자신은 빽을 쓰지 않았다며, 그녀에게 명분을 준다. 그리고 삼촌과 대화를 엿들은 진학 부장 나미란이 그녀에게 비아냥거리며 투쟁심을 자극한다. 끝으로, 자신을 대신해 죽은 선생님의 미망인을 찾아감으로써 정신의 스승 순례를 마친다.  

첫관문 돌파 : 그녀는 첫관문 돌파를 두번에 걸쳐서 한다. 


첫번째, 그녀는 아직 과거 어두운 터널의 트라우마에서 빠져 못한 상태이다. 그녀는 지하철을 탈까말까 망설이다, 탈 결심을 하고 올라탄다. 그 지하철은 그녀를 어두운 터널에서 밝은 빛의 세상으로 데리고 나간다.  


두번째, 그녀는 다른 선생님들의 기대를 뒤엎고 개학 첫날 학교로 출근한다. 



아... 끝내주는 1부다. 


최근 몇 년 동안 이토록 잘 쓴 1부를 본 적이 없다. 


이 작품을 쓴 박주연 작가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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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웅서사의 1막(보통세상 - 모험의 소명 - 소명의 거부 - 정신적 스승 - 첫 관문 통과)에 대한 강의가 끝났다. 


이제 당신은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영웅서사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만약 안 된다면 내가 올린 글을 반복학습을 하고, 글벗들과 영웅서사 스터디를 만들기를 바란다. 


이야기를 영웅서사로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당신의 이야기를 영웅서사로 단순하게 정리해서 풀어낼 수 있다. 

그것을 토대로 살을 붙여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다음 강의는 3막 구조 중에서 2막에 해당하는 영웅서사를 배우게 될 것이다. 즉, '친구, 적대자, 시험 - 심연에의 접근 - 시련 - 보상' 네 단계를 더 배우는 것이다.    

기대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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