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원 May 16. 2024

이작가가 읽어주는 작법책 03.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 


내게 스토리를 어떻게 만드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가진 수단을 총동원해서 만듭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내가 아는 서사구조, 취재, 참고 자료 등등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죄다 이용해서 스토리를 만든다는 뜻이다. 


가령, 내가 <제중원>이란 소설도 쓰고, 드라마도 썼을 때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었냐 하면, 


주인공이 백정이기 때문에 당시 백정 생활사를 공부했고, 한국사 연표를 통해 주요 사건들을 정리했으며, 거기에 제중원 연표를 끼워 넣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선교사 알렌이 당시 의학잡지인 '랜싯'을 봤다는 자료에 근거해 세계의학사 연표에서 필요한 부분을 차용해서 넣었다. 뿐만 아니라, 사극하면 나올 법한 아이디어, 예를 들어 남장여자 스토리 같은 것도 욱여 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영웅서사에 맞춰서 배열하고, 상승 하강 구조들을 만들었다.   


이렇게 스토리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제중원>을 책으로는 두 권 짜리로 냈고, 드라마로는 36부작을 써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제중원을 쓰기 전에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Hit Lit)>를 봤더라면, 아마 더 나은 스토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당신이 좋은 작품, 더 나은 작품을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저자인 제임스 W. 홀은 십여 권을 출간한 소설가이자 삼십여 년간 글쓰기를 가르쳐 온 대학교수이고, 에드가상과 샤머스상을 수상했다. 

그런 그가 하루는 베스트셀러들 사이에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어떤 공통 분모가 있지 않을까 의문을 품었다. 


'모든 베스트셀러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요소를 스토리를 창작하는데 녹여 넣는다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출판계를 강타한 초대형 올타임 베스트셀러 12권을 심사숙고해서 선정했다. 


 1.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 마가릿 미첼 / 1936 / 1990년대까지 누적 판매량 3,000만부. 

2. 인디언 여름 (Peyton Place) / 그레이스 메탈리어스 / 1956 / 1,067만부.

3.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 하퍼 리 / 1960 / 1,400만부.

4. 인형의 계곡 (Valley of the Dolls) / 재클린 수잔 / 1966 / 3,000만부.


5. 대부 (The Godfather) / 마리아 푸조 / 1969 / 1,200만부. 

6. 엑소시스트 (Exorcist) / 윌리엄 피터 블래티 / 1971 / 2,270만부. 

7. 죠스 (Jaws) / 피터 벤츨리 / 1974 / 927만부.

8. 죽음의 지대 (Dead Zone) / 스티븐 킹 / 1979 / 하드커버가 17만부 밖에 안 팔렸으나 스티븐 킹의 첫 히트작으로 대중들에게 그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린 작품이라 선정. 


9. 붉은 10월호 (The Hunt for Red October) / 톰 클랜시 / 1984 / 미국에서 600만부, 일본에서 100만부.  

10.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The Firm) / 존 그리샴 / 1991 /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47주 오름.

11.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 로버트 제임스 월러 / 1992 / 전세계적으로 5,000만부.

12. 다빈치 코드 (The Davinci Code) / 댄 브라운 / 2003 / 전 세계적으로 8,100만부가 팔린 역대 최고 베스트셀러. 


그는 이렇게 12권의 책을 선정하면서 시대별로 배분도 배분이지만, 무엇보다 한 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금껏 꾸준하게 팔리는 '오랜 세월이 흘러던 살아남은 책'을 위주로 뽑았다. 또한 그는 작가의 데뷔작이나 첫 흥행작을 위주로 선별했는데, 가령 흥행의 보증수표인 스티븐 킹이나 존 그리샴처럼 출간 즉시 이름값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품들은 작품 자체의 힘만으로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12권의 베스트셀러들을 무려 20년 동안 연구를 해서 공통 분모 12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독자들이 그 12개의 흥행 요소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베스트셀러 쓰는 강의를 만들었는데, 그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 중에서 <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 등을 쓴 데니스 루헤인 등을 포함한 다수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나왔다. 


갑자기 훅 땡기지 않는가?


지체없이 바로 알려주겠다. 


1. 거부할 수 없는 매력 (An Offer you can’t refuse)


스티븐 스필버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이디어, 특히 한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를 좋아합니다. 아이디어가 25단어로 요약된다면, 꽤 괜찮은 영화를 만들 수 있어요.


스필버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내가 써온 글들을 열심히 읽어왔다면 그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바로 로그라인이다. 


로그라인에는 '극적 의문(Dramatic Question)'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어야 한다. 극적의문은 '과연 해낼 수 있을까?'에 해당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인생에 있어서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악인에게 복수할 수 있을끼? 백마를 탄 왕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엄청난 재난 속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나는 일찍이 로그라인은 의문문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드라마의 정의는 쉽게 말해 '주인공이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이다. 이것을 로그라인화하면 '주인공은 과연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이다. 이 극적 의문이 대중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면 일단 성공의 길에 한 발자국 발을 내딛은 것이다. 


하지만 로그라인만 가지고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로그라인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폭망한 작품들이 그렇지 않은 작품들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크게 성공한 작품들은 강력한 극적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전개해 가면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던져나가는 것이다. 질문이 점점 심화시키거나, 새롭게 질문을 파생시키면서 말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처음 던져지는 '극적 의문'은 스칼렛은 과연 애슐리 윌크스와 결혼할 수 있을까, 이다. 만약 스토리를 이 의문 하나만을 풀기 위해 단선적으로 소설이 씌여졌다면, 천 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읽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후 스칼렛은 프랭크와 충동적으로 결혼한다. 이제 목표는 더 멀어졌다. 여기에 남북전쟁이 터지자 목표는 더욱 더 멀어지고 만다. 

여기에서 애슐리는 전쟁에서 냉정한 사람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그런 애슐리를 스칼렛은 과연 유혹할 수 있을까?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이 때 매력적인 레트 버틀러가 나타나 스칼렛에게 구애를 하기 시작하는데, 그럼에도 스칼렛은 얘술리만 바라볼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작가가 작품 속에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기 위해 대중들은 작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2. 흥행을 보증하는 주제 (Hot buttons) 


'핫버튼'은 쉽게 말해 대중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마음의 스위치를 말하는 것이다. 


심연 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존재를 몰랐던 스위치가 어떤 이야기를 계기로 눌러졌을 때, 우리는 그 이야기에 미친 듯이 반응하는 것이다. 


작가는 항상 작품을 기획하면서 내 이야기의 핫버튼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하지만 항상 정확하게 핫버튼을 건드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를 해야 한다. 


핫버튼은 주로 당대의 논쟁적인 소재들이다. 그것은 때론 신드롬의 영역일 수도 있고, 때론 어그로의 영역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핫버튼'을 만드는 가장 쉬은 방법은, 상식적인 사람들이 흥분할 수 있는 사안을 찾아서 감정을 자극하는 의도적인 언어로, 선악구도가 명백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다빈치 코드>가 발간됐을 때 독실한 천주교 신자와 냉소주의자, 그리고 무신론자들이 벌이는 논쟁으로 미 전역이 들썩였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하는 질문이 핫버튼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에서 작가 존 그리샴은 '탐욕은 나쁜 것이다 vs. 탐욕은 좋은 것이다'라는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논쟁은 늘 있어 왔지만, 당시 미국에서 레이건 대통령은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늘려주는 레이거노믹스 정책을 펴서 낙수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대기업과 부유층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대신 탈세를 하고, 돈세탁을 했다. 소설은 바로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탐욕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것으로 대중들의 마음 속 핫버튼이 눌러졌다.  


하지만 아무리 논쟁적인 주제라 할 지라도 핫버튼이 항상 눌려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기에 욕망이나 결핍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쟁적인 주제에 우리 보통사람의 욕망이나 결핍이 결합될 때 그 핫버튼은 정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스카이 캐슬>은 교육현실이라는 논쟁적인 주제에 내 자식만은 잘 되어야 한다는, 대중의 욕망을 결합시켜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한 분투기'를 그렸다는 <슈룹>도 같은 케이스이다. 


사실 욕망과 결핍은 같은 것이다. 결핍이 있기 때문에 욕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그널>이란 작품은 왜 대박이 났을까?


극의 초반부에 딸을 잃은 엄마가 나온다. 이 엄마는 경찰서 앞에서 딸의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1인 시위를 한다. 그 시위는 세월이 흘러, 그 엄마가 노년으로 접어들어까지 지속된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때 주인공 김혜수가 그 엄마의 손을 잡고 말한다. 


잊지 않겠다고.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그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많은 시청자들도 그랬다. 왜? 핫버튼이 눌러졌기 때문이었다. 


그 핫버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잊지 않겠다, 반드시 해결하겠다... 뭔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세월호의 메타포였다.


<시그날>이 방영되었을 때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어른으로서, 국민으로서 바다에 수장되는 생떼같은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사건은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상처와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리고 그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우리 안에 있던 정의에 대한 결핍이 '잊지 않겠다'는 말 한 마디에 확 끓어올랐던 것이다. 


사실 많은 드라마들이 정의의 결핍을 다뤘고, 다루고 있다. 하지만 '잊지 않겠다'처럼  그때 우리의 무의식을 정밀 타격한 드라마는 없었다. 


그럴 듯하지 않은가?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뇌피셜이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쉽게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계속)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시면, 후속편이 빨리 나옵니다. ㅎㅎ


  

 

작가의 이전글 원포인트레슨 10 : 미니 아이디어 검증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