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언제나 시나리오.
(딱히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딸내미가 영화를 보면, 주는 굿즈 때문에 움직여줘서 함께 관람했다.
영화 어땠어?
글쎄... 잘 모르겠어.
흠.... 나도 그랬는데...
비싼 배우들이 마구 등장하고, 스토리가 막 쏟아져서, 뭔가 지루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와, 재밌다... 이런 느낌이 왜 없은 걸까?
(원작은 차치하고, 영화 자체로만 판단해 보면)
일단은, 주인공 김독자의 나이브함이다. 영화 전편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김독자가 리더로 성장하는 스토리로 꾸몄다. 때문에 그가 주저하고 망설일 때마다 보는 사람들(나만 그러지 않았을 듯)은 짜증이 났다.
요즘 스토리의 경향을 보면, 성장 서사가 아니라 각성 서사이다. 특히나 젊은이들을 타켓으로 한 스토리는 더욱 더. 아무리 수동적인 주인공이라 해도 어느 순간, 각성을 한 뒤 강력한 존재가 되어, 더 강력한 빌런들과 싸워서 이겨나가는 사이다 서사가 인기를 끈다.
때문에 주인공에게 관객들은 감정이입을 하기 싫어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설명적이다.
원작이 그렇다고 하고, 관객이 모를 것 같아서 그랬다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친절하고 그래서 기대감을 거의 일으키지 못했다.
호기심의 심리할을 보면,
정보를 40~60퍼센트만 줬을 때 가장 강력한 호기심이 생긴다고 했는데... ㅠㅠ
이런 컨텐츠를 감상할 때 관객들은 주어진 절반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나머지를 추측하면서 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예상대로 맞으면, 맞는대로 흡족하고, 예상을 빗나가는 반전을 만나면 깜짝 놀라며 재밌어하면서 컨텐츠를 즐기는 것이다.
나는 결정적으로 이 두 가지 면에서 시나리오를 직접 쓴 감독이 패착을 했다고 본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스토리의 기본도 제대로 지켜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영화사 내에 그런 걸 검증해줄 사람이 없는 것인지,
감독이 고집을 부리면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