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06 : 로맨스 드라마
로맨스 드라마 = 로맨틱 코미디 + 멜로드라마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드라마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로맨틱 코미디는 웃기고, 멜로드라마는 슬퍼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감상자들의 시각에서 봤을 때의 차이점일 뿐이다. 우리 작가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결코 작품을 보는 눈이 높아지지 않을 뿐더러 실력도 늘지 않는다.
그렇다면, 로코와 멜로의 차이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어야 할까?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는 사랑의 완성점이 다르다. 로맨틱 코미디는 사랑이 완성되면서 끝나지만, 멜로드라마는 완성된 사랑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이해하고 있으면 베스트.
로맨틱 코미디는 주인공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사랑이 완성되면서 끝나야 하기 때문에 둘의 첫 만남은 대부분 악연이다.
여주인공이 첫 출근하는 날, 지하철에서 남주인공이 여주인공 옷에 실수로 커피를 쏟는다. 둘은 대판 싸우고는 '재수 없으면 또 보자'는 악담을 하고 헤어진다. 그리곤 정말 재수 없게도 다음 순간, 여주인공은 직장에서 남주인공을 직장상사로 만나게 된다. 맙소사! 그들은 허구한 날 티격태격하다가 정이 들고, 결국엔 사랑하게 된다. 끝.
로맨틱 코미디는 보통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핵심은 사랑의 완성이 마지막에 이뤄진다는 것. 그 완성된 사랑이 값지려면, 가장 사랑하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때문에 어떤 해프닝으로 인한 다툼으로 시작하고, 심지어 상대를 죽이고 싶은 상황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멜로드라마는 주인공 남녀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는데서 시작한다. 그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되는 곳은 주로 파티나 축제. 일단 사랑이 완성되면 그 다음은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견고한지 테스트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들을 갈라놓기 위한 방해 카드가 한 장씩 제시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간다. 돈, 신분, 어두운 과거, 알고 보니 원수 집안 등등이 카드로 사용된다. 하지만 끝내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사랑을 찢어놓지 못하고 만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해피 엔딩.
멜로드라마에서는 때때로 주인공 중 어느 한쪽이 죽기도 하는데, 결국 그들의 사랑은 죽음만이 갈라놓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멋있게 말하면, 진정한 사랑은 죽음을 초월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러브 스토리>, <타이타닉>이 그런 스토리이다.
가끔 로맨스 미니 시리즈 드라마 기획안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하기도 한다.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를 적절하게 섞어서 웃기고 울리고 싶다.
이럴 때 나의 반응은 한 마디로 '웃기고 있네'이다.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는 절대로 섞일 수가 없는 것이다. 왜? 사랑의 완성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로코와 멜로를 뒤섞어 쓴 드라마는 보통 주인공들이 속으론 너무 사랑하지만 겉으론 싫은 척 투닥거리며 진행되는데, 잠깐이라면 모를까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드라마를 끝까지 볼 강철 같은 인내심의 소유자는 드라마 관계자의 지인 외에는 그다지 많지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코와 멜로는 뒤섞는 게 아니라, 이어 붙이는 것이다. 어디서? 사랑의 완성점에서.
로맨스 드라마 = 로맨틱 코미디 + 멜로드라마
즉, 악연으로 시작된 두 주인공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랑이 완성되면, 장르를 멜로로 갈아타서 그들 사랑이 얼마나 진실되고 절실한지 확인한 뒤 사랑이 결실(결혼, 여행, 키스 등)을 맺는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다.
이 로맨스 드라마는 서로 다른 장르를 이어 붙인 것이라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로코 영역에서는 여자가 좀 더 주도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멜로 영역으로 넘어가서는 남자가 좀 더 주도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로맨스 드라마는 여성향 판타지이기 때문에 로코 영역에서는 여성이 '하고 싶은 사랑'이어야 하고, 멜로 영역에서는 '받고 싶은 사랑'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니시리즈 로맨스 드라마의 로코 영역에서는 참신함을 절대적인 무기로 써야 한다. 남녀의 직업이나 캐릭터, 설정 등이 유니크해야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다. 하지만 4부 정도 넘어가며 사랑이 완성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멜로의 진부함이 찾아온다(로맨스 드라마가 4부 넘어가면 다 똑같은 얘기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이때는 참신함 대신 상황의 디테일과 감정의 깊이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그래야 이탈하기 시작하는 시청자들을 돌려세워 끝까지 데리고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