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07 : 로그 라인

로그 라인(feat. 재밌는 이야기 만들기)

by 이기원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잘 만들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의 감개무량했던 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도 이런 질문을 받을 짬밥이 되었구나 하면서 말이다.


"......"


근데 막상 대답을 하려고 보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다. 내 안에 이야기를 잘 만드는 묘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수업 또는 특강 시간에 자주 들었던, 원로 작가들의 모범 답안을 마치 내 것인 양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고전을 많이 읽으세요."


그리곤 학생들 앞에서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원론적 측면에서 볼 때는 맞는 말이었지만, 실용적 측면에서 볼 때 맞기 힘든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로 작가들의 시대에는 읽을거리가 고전 밖에 없었다(작법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전을 읽고 또 읽으며 스토리텔링의 기초가 쌓였던 것이다. 사실 고전은 진리이자 바이블이다. 고전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원로 작가들이 고전을 많이 읽으라고 한 것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충고인 것이다.


이처럼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에 감화를 받았던 나는 스터디를 하던 친구들과 고전 읽기 모임을 꾸렸다. 이야기를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매우 컸던 것다. 하지만 시작부터 나는 좌절해야 했다. 그 많은 고전들 중에서 무엇부터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 줄 몰랐던 것이다. 몇 권을 읽고 헤매다가 결국, 나는 친구에게 고전 읽기 모임을 중단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고집스럽게 고전 읽기 모임을 강행했다. 그 결과, 몇 년 뒤 나는 작가가 되었고, 그 친구는 고전 읽기 지도교사가 되었다.


내가 친구에게 고전 읽기 모임을 그만하자고 한 이유는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레미제라블>의 완역판을 읽고 나서였다. 이 두 작품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세계문학전집 속에 있던 것을 수십 번 읽었고, 중학교 때에는 청소년 문고와 만화로 읽었고, 그 외 영화로도 여러 번 보았던 작품들이었다. 그러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두 작품 모두 완역본으로 보았는데, 모두 5권이나 되는 대작들이어서 깜짝 놀랬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이었다니. 하지만 일단 책을 드는 순간 어찌나 재미있던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두 권의 고전을 읽은 다음 나는 깨달았다. 고전은 한 번 읽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고전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는 것과 동시에 플롯을 몸에 육화 시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작법서가 없던 시절엔 이런 식으로 얻어낸 고전의 진액들을 마구 뒤섞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야기를 잘 만들려면 (지금부터)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말은 이런 식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야기를 잘 만들려면 이미 고전을 많이 읽어왔어야 한다라고. 지금부터 읽은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야기를 만드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머리에 각인되기보다 재미로 스쳐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전을 읽은 것은 중요하다. 단, 어렸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고전, 청소년기에도 어떤 형식으로도 접했던 그 고전을 지금 완역본으로 읽어보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된다. 그 고전은 어쩌면 자신이 만들어 왔고,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기의 원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보통 자기가 좋아했던 이야기와 비슷하거나 그 이야기에서 발전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어떤 작가는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발표한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매번 똑같은 이야기였다. 여자 주인공이 괴팍하기 그지없는 남자 주인공을 만나, 끝내 남주를 교화시켜서 최고의 남자로 만들어 사랑을 완성한다는 이야기. 나는 그 작가가 어렸을 적부터 <미녀와 야수>를 정말 좋아했을 거란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자, 사설 아닌 사설이 좀 길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잘 만들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이야기를 감상하고 나면, 반드시 로그 라인을 뽑아내는 습관을 들이세요!"


로그 라인은 보통 이렇게 정의된다.


한 문장으로 요약한 이야기의 줄거리.


하지만 이런 정의를 던져주고 어떤 이야기의 로그 라인을 말해 보라고 하면 아마 다들 제각각의 로그 라인을 말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를 요약하는 입장과 태도가 다들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개인의 입장에서도 매번 만나게 되는 이야기마다 줄거리를 요약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의 흐름을 읽는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도 늘지 않는다.


그렇다면 로그 라인을 어떻게 알고 있어야 할까?


로그 라인은 이야기의 정의인 '욕망을 가진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의문문 형태로 만든 것이다. 즉, 로그 라인의 공식은 '주인공은 어려움에 맞서 과연 욕망의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이다.


이렇게 단일한 공식을 사용해서 매번 로그 라인을 이야기에서 추출하는 연습을 하고, 또한 같은 방식으로 로그 라인을 만드는 연습을 해야지만 이야기를 잘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의문문 형태이어야 할까? 그것은 그 의문에 우리 또는 상대가 궁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혀 궁금하지 않은 의문은 이야기의 로그 라인으로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굿 닥터>의 로그 라인을 보자.


자폐아인 천재 의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과연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자폐인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 보고 싶게 만드는 좋은 로그 라인이다. 그리고 이 로그 라인 하나가 미국과 일본에서 리메이크가 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영화 <테이큰> 시리즈의 로그 라인을 보자.


전직 특수요원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주인공은 막강한 테러조직에게 납치된 가족을 구해낼 수 있을까?


아무리 특수요원이었지만 현재 은퇴한 상태인 브라이언 밀즈는 혼자서 잔인한 테러조직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때문에 그가 가족을 구해낼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보게 된다. 1편과 2편이 그런 이유로 성공했다. 하지만 3편은 실패를 했는데, 그 이유는 로그 라인이 변질(?)된 이유가 크기 때문이다. 1편에서 딸을, 2편에서 아내를 구한 주인공은 3편에서 더 이상 구해야 할 가족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3편에서는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얘기가 되었다. 1편과 2편을 재밌게 본 사람들이 3편의 이야기 흐름을 이상하게 받아들인 것은 당연지사.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로그 라인은 무엇일까?


<미션 임파서블>의 스토리 라인은 이렇다. 에단 헌트가 이끄는 전술팀은 항상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매번 완벽한 계획을 시뮬레이션하는 시퀀스가 나온다). 하지만 그 계획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틀어지고, 미션을 완수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이때 에단 헌트가 자신의 개인기와 임기응변으로 결국엔 미션을 완수한다.


주인공은 망가져 버린 계획을 바로 잡아 테러집단의 음모를 분쇄하는 미션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별에서 온 그대>는 어떤 로그 라인을 가지고 있을까?


톱스타 천송이는 외계인(재벌 2세 캐릭터를 가진)과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태양의 후예>의 로그 라인은?


의사 강모연은 나라를 구하느라 여념이 없는 유시진 대위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작품을 보게 되면 바로 로그 라인을 추출하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작품의 본질을 보는 연습을 하게 되면, 이야기들이 지향하는 바가 사실 몇 가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이 이루어질 것인가, 사랑이 지켜질 것인가, 미션에 성공할 것인가, 싸워서 이길 것인가, 성장하게 될 것인가, 복수를 하게 될 것인가 등등. 왜냐하면, 우리가 감정이입을 하는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로그 라인을 추출하는 연습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로그 라인을 잘 만들 수 있게 된다. 로그 라인을 만들 때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주인공이 어떤 욕망을 가질 것이냐이다. 그다음에 그 욕망을 이루는데 가장 강력한 어려움이 무엇인가의 설정이다. 그다음 그 둘의 조합이 일차적으로 작가 스스로에게 궁금함을 준다면, 그다음 과정(서사구조 만들기)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 된다.


로그 라인을 먼저 만드는 것보다 이야기를 잘 만드는 방법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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