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2. 세상의 모든 서사 공식들
내 많은 독자들이 내가 올린 글을 읽기 전에 '좋아요'를 출석체크 개념으로 먼저 누른다고 한다.
매우 좋은 루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존중 받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웅장해 진다.
자... 좋아요를 눌렀을 거라 믿고,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 쓰기> 파트 2를 기쁜 마음으로 시작한다.
파트2는 예고했던 대로 '스토리텔링 공식 아작내기'이다.
파트 2가 끝나면 이어질 파트 3는 극본 수정에 관한 글들이 될 것이고, 그게 끝나면 <공.단.극>도 마무리가 될 것이다.
그 다음은 너무나 배우고 싶지만,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배울 수 없는 <미니 시리즈 작법>을 연재해 볼 생각이다.
그외 <원포인트레슨>이나 <이작가가 읽어주는 작법책> 등은 부정기적으로 연재를 이어갈 것이다.
지금처럼 아낌없는 성원 부탁 드린다.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서사 구조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3막 구조'나 '기승전결', 그리고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등 3단계, 4단계, 5단계 구조를 뛰어 넘는 서사 구조를 애타게 갈구했던 것이다.
그러다 만난 것이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였다.
책 표지
이 책은 내게 스토리에 대한 개안을 하게 해준,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이후의 최고의 명저였다.
저자는 세계적인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명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보고 감명을 받아, 책에서 제시한 영웅의 여정을 12단계로 정리해서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라는 책을 썼다.
조지프 캠벨은 전세계의 신화들을 연구하다가 신화마다 스토리가 비슷하고, 공통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일정한 스토리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령, 유럽에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다면, 한국에는 콩쥐팥쥐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스토리가 비슷한 것은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조너선 갓설이 말했듯이 인간이 보편적으로 알고싶어 하는 것에 대한 것들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즉, '섹스와 사랑, 죽음의 공포와 삶의 도전, 그리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예속에서 벗어나려는 욕망, 곧 권력에 관한 이야기' 등 말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말하는 신화의 이야기 패턴은 정말이지 역사적인 발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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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신화라는 것은 당신도 알다시피 신이 만든 이야기가 아니다. 신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고, 그것은 기억력이 좋고 언변이 좋은 '구라쟁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때문에 신화는 세대를 너머 구전 되면서 이야기꾼들에 의해 다양한 버전으로 각색이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가 추가 되기도 하고 삭제 되기도 했을 것이고, 반응이 좋으면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었겠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으면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게 수천년을 각색에 각색을 거쳐 재미로 생존한 것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가 된 것이다. 초고는 허접했지만, 수천년 동안 퇴고에 퇴고를 하면서 하나의 완성형 스토리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신화들이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조지프 캠벨이 알아낸 것이었다. 그것은 가장 대중적인 플롯의 발견이기도 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첫번째 수혜자는 조지 루카스였다. 조지 루카스는 SF 스토리에 대한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문제의 책을 책을 읽고 자신의 스토리를 영웅 서사에 입각해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조지프 캠벨에게 자문을 얻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스타워즈> 3부작이었다.
미국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라 신화가 없다. 그런 미국 국민이 신화 스토리를 덧씌운 <스타워즈>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스타워즈>를 그들의 신화로 받아들이게까지 되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영웅의 여정'을 스토리에 적용한 것은 조지 루카스의 기획은 대성공이었다.
그 이후 많은 작가와 프로듀서들이 이 영웅의 여정 스토리를 작품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크리스토퍼 보글러가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를 출간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는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 구조를 단순화해서 영웅 서사 12단계로 만들었고, 그것을 책으로 쓴 것이었다.
보글러는 디즈니에서 일했는데, <라이언 킹>부터 시작해 그가 재직하는 동안 발표된 모든 장편 애니메이션에 영웅 서사 12단계를 적용했고, 그 결과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오히려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지론은 모든 재미있는 이야기는 의도했거나 의도하지 않았거나, 영웅 서사가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즉,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분석해 보면, 반드시 영웅 서사가 들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최초의 이야기가 구전되면서 차차 영웅 서사가 갖춰지면서 재밌어졌다는 뜻이다.
나는 이 영웅 서사 패턴을 인류의 위대한 문화 유산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잠깐, 노파심으로 말한다.
내가 영웅 서사를 강의할 때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영웅 서사 구조로 다들 스토리를 만들면, 다들 스토리가 비슷하고 뻔해지지 않을까요?"
이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스토리가 사람이라면, 영웅 서사 구조는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이는 뼈대야. 엑스레이 사진들은 다 비슷하지만, 그 사진의 주인공은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잖니?"
그리고 이런 부연 설명도 한다.
"같은 이슬(영웅서사)을 먹어도 벌은 꿀(명작)을 만들지만, 뱀은 독(막장극)을 만드는 거란다."
즉, 누가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작품이 나온다는 뜻이다.
다시 영웅 서사로 돌아가서,
이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에 감명받은 작가 겸 극본 감수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스튜어트 보이칠라였다. 그는 액션 어드벤쳐, 공포, 로맨틱 코미디, 공포, 스릴러, 드라마 등 이야기를 10개의 장르로 나눈 뒤 각 장르별로 5편의 명작 영화를 뽑아서, 총 50편을 영웅 서사로 분석해서 <영화와 신화>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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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고 보이칠라가 내린 결론은 '모든 명작에는 반드시 영웅서사 구조가 들어있다'는 것이었다(현재 이 책은 절판되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ㅠㅠ).
당신은 다음 강의부터 이 영웅 서사에 대해 나로부터 완벽하게 배우게 될 것이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저절로 영웅서사로 분석하게 될 것이고, 스토리를 짤 때 자동적으로 영웅서사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그리고 이것만 배우느냐? 그렇지 않다.
뛰어난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블레이크 스나이더가 제시하는 일명 BS2라고 하는 서사 패턴도 배울 것이다. 스나이더가 제시하는 스토리 15 단계를 영웅서사 12단계와 같이 익히면 당신에게 커다란 무기가 될 것이다. 양쪽에 권총을 찬 쌍권총의 사나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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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더는 <영화와 신화>를 쓴 스튜어트 보이칠라처럼 자신의 서사페턴인 BS2의 우수성과 범용성을 자랑하기 위해서 <세이브 더 캣 : 모든 영화 시나리오에 숨겨진 비밀>이란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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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스나이더는 보이칠라처럼 자신이 정의한 10개의 장르에 명작 5편씩 선정해 총 50편의 영화를 자신의 공식 BS2로 분석해 냈다. 자신의 공식도 모든 명작 영화에 들어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제시카 브로디라는 유명 소설가는 세이브 더 캣의 스나이더 이론을 통한 소설 작법 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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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있는 내용도 당신의 입에 떠먹여 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나에게 이 두 가지 서사 구조를 마스터 당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어디가서 꿀리지 않은 스토리텔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백하건데, 나는 영웅서사와 비에스2의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만든 각각의 워크북을 가지고 있다.
본인 사진, 회전이 귀찮아서...
본인 사진. 워크북 내부.
기회가 되면, 워크북 내용도 소개함으로써 내가 당신의 뼈에 직접 새겨 잊지 않도록 해주겠다. 그리고 어쩌면 두 개를 통합하고 뭔가 첨가해서 이기원 커스텀 스토리텔링 워크북을 선보일 지도 모르겠다(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여기서 끝이냐?
그렇지 않다.
당신은 시드 필드의 시나리오 워크북도 마스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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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3막 구조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으로 스토리 작업의 중요한 보완재가 될 것이다. 시드 필드의 매우 탁월한 이론을 당신은 몸에 체화해야 한다.
그럼, 끝일까?
아니다.
러시아 민담 연구가인 블라디미르 쁘로프는 러시아 민담 31단계를 제시했다는 사실과 그 내용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인디언 민담 연구가 엘런 던데스는 러시아 민담과 인디언 민담을 바탕으로 모티핌 이론을 제창했는데 그것도 알면 좋다. 그외 다양한 서사 구조가 있는데, 오스카 에이지의 <이야기 학교>라는 책에 나와 있다. 내가 필요한 부분만 쏙쏙 꺼내 알려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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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국내에서 발간된 스토리텔링 공식을 다룬 작법서인 오기환의 <스토리 : 흥행하는 글쓰기>, 김태원의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도 살필 것이고, 우리 업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성황, 조성진의 <만화 스토리텔링 실전 노트>에 소개 된 매우 크리에이티브한 '소컬레이터 기법'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그들이 창안해낸 소컬레이터 기법은 스토리텔링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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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트드 클릭의 <시나리오 쪼개기>를 빼놓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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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007 스카이폴>, <어벤저스>, <행오버>, <뷰티플 마인드>, <컨저링>, <나를 찾아줘> 등 액션, 어드벤처, 코미디, 드라마, 호러, 스릴러 등의 장르별 수작을 비트 단위로 분석한 책이다. 여섯 편의 영화를 동일한 키워드의 120개 비트로 분석해 냈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을 모두 다룰 것인데...
당부의 말이 있다.
여기 소개된 책들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나하나로 족하다.
어차피 당신은 사더라도 다 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대신 내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기면, 그때 심화학습을 하는 목적으로 사기 바란다. 그건 내가 허락하겠다. 하지만 여기 소개된 책들을 다 사버린다면, 당신은 작가가 아니라 북호더가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내가 이렇게 다양한 책을 소개한 이유는 책자랑을 하려고 한 게 아니다.
이 다양한 스토리텔링 공식들을 관통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그 핵심이란 것은 무엇일까?
스토리텔링 공식의 실체는 바로 작가에게 스토리를 촉발시키는 '키워드의 나열'이라는 것이다.
누구는 12개의 키워드로, 누구는 15개로, 누구는 31개로, 누구는 120개로 키워드를 나열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키워드를 잘 배열하면, 그 키워드는 스토리텔링의 만능키가 될 수 있다.
이야기가 안 풀릴 때 키워드 카드가 들어있는 추첨함에서 카드 한 장 뽑는 것만으로도 뇌를 자극해 다음 스토리를 떠올 수도 있다.
키워드와 그 나열에 깊은 이해가 생긴다면, 다양한 이야기 공식에서 파트별로 키워드들을 가져와 자기만의 이야기 공식을 커스터마이즈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 시작할 파트2가 기대가 되지 않는가?
그럼, 나와 함께 스토리텔링의 바다로 떠나도록 하자.
아니, 그 전에 한 번 생각해 보라. 세상에서 누가 이런 걸 이런 식으로 가르쳐 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