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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오해해서 죄송해요.

by 해내내


도곡동 스타벅스 아침 9시

오늘은 어디에 앉을까? 하며

빈자리를 찾고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한 아저씨.


하얀색 츄리닝에

크록스를 신고

이어폰을 끼고

뭔가 허여멀거한 얼굴에

얼굴에 약간 은은한 미소를 띄고있다.


미친남자인가?


하며 못본척 하며

황급히 다른 자리를 찾아

시선을 돌린다.


그래도 약간은 궁금한 마음에

그 아저씨와는

너무 가깝지는 앉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앉은 테이블에

정면이 아닌

사선으로 약간은 벗어난 자리에 앉아

슬금 슬금 본다.


왜 저 아저씨는

얼굴이 허여멀거하고

뿌옇고 부스스한데,

얼굴에는 광이 나지.

왜 저렇게 혼자 미소를 짓는거야.

무섭게.

흡사 요즘 유행하는

맑은 눈의 광인같달까.


아.

아저씨 일어나셨다.

컵을 반납하러 가는길에

내 앞을 지나간다.

응?? 어디서 익숙한 향기가 느껴진다.


이 냄새 어디서 맡아 봤더라?


컵을 반납하고 바로 나가는줄 알았는데,

이 아저씨는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역시 맑은 눈의 광인인가.

눈 마주치지 말자.

괜히 핸드폰을 하는 척을 해본다.


아저씨가 자리로 돌아가 짐을 챙기는데,

?? 음?? 저건 뭐야??


바로 목욕바구니!!

출처: 쇼핑몰 귀연꾼냥


그렇다. 저 아저씨는

평일에 목욕을 다녀온,

평일에 일을 안해도 되는,

그저 기분 좋은 아저씨 였을뿐


아- 저 뽀얗고 허여멀거하지만

약간의 광이 나는건

일요일 오전 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던 차림이라

평일 오전 출근길에 보여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던거구나


연차내고 기분 좋게 목욕 다녀오시고

스벅에서 노래들으면서

커피를 드시던 아저씨,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정말로 맑광눈인지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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