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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득

성장 해야 한다는 불안

우린 하루만큼 어른이 됐다.

by 한별

<퍼펙트 데이즈>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히라야마는 여동생의 딸인 조카 니코에게 말한다.

“알고 보면 세상은 수많은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거든. 연결된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
내가 사는 세상과 니코 엄마가 사는 세상은 달라.”


청소부로 사는 히라야마. 청소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청소부로 일하는 오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히라야마의 여동생. 한 명은 자신이 선택한 세상에 살고 있고, 한 명은 남들의 시선이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 다를 뿐.


나는 이제 성장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나는 히라야마의 세상과 여동생의 세상에서 성장의 의미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동생의 세상에서 성장은 커리어나 돈과 같이, 보여지는 무언가가 발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성장일 것이다.


히라야마의 성장은 어떤 의미일까? 히라야마의 세상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자신의 삶을 알아가는 것, 자신을 알아가는 것. 그것이 성장일 것이다.


내가 느끼기엔 성장이 보여지는 것만 의미한다면 조금은 허무해 보인다. 보여지는 성장에는 끝이 있다. 그리고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과연 그것만 성장일까? 내가 승진을 해서 돈을 더 많이 받게 됐는데, 내가 갑자기 아파서 돈이 없어진다면. 다니던 회사에서 잘린다면 그동안 했던 성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반면, 히라야마의 성장은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을 알아가려면 고민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등등 대부분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아는 것 같다가도 모르겠는 것들. 그리고 우리는 바쁜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감정을 파악할 여유도 없다. 그렇다면 성장하고 있지 않은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최유리의 <밤, 바다>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를 읊어보려 한다.

다시 아침이 오면
조금은 괜찮을 거야
하루만큼 우리가 어른이 됐으니까


우린 알게 모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 하루를 살아가며 조금씩 나를 알아가는 것. 이 모든 게 하루만큼 성장하고 있는 것 아닐까? 다만, 자신에 대해 기록하고 정리해 보거나, 시간을 들여 고민해 볼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성장해야 한다고 불안해하지 말자.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있지 말자. 마음속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보자. 나의 행복을 위해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린 하루만큼 어른이 됐다. 우린 오늘도 성장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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