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 그게 뭐죠?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의 심신이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당신은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요?”
자기소개서에 나올 법한 질문이다. 자기소개서라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적당히 극복한 척할 테지.
내가 가장 힘들 때는 회의감이 들 때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의미 없게 느껴질 때. 몸과 마음이 무거워져 움츠리게 된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그렇다. 글 쓰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해서다.
나는 공공기관에서 계약 담당자로 공공기관에서 해야만 하는 절차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다. 이러한 절차가 왜 있을까? 국가의 돈을 공정하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국민의 관점에서 봤을 때, 내가 낸 세금이 잘 사용되기 위해 이런 절차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국가 기관이어도 이런 절차 만들 것 같다.
문제는 그 시스템을 따라 수동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는 내가 그 시스템 안에서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없어도 누군가는 나 대신할 수 있는 일이고, 똑같은 일상의 반복. 총무 업무도 맡고 있어 해야 할 업무도 많다. 갑자기 일이 튀어나온다. 함께 상사의 업무지시로 이리저리 치이는 삶. 집에 와서도 그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마비되는 것 같은 삶.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마치 먼바다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표류하는 배와 같은 느낌이다. 공공기관이라는 곳이 쉽게 잘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빠라는 이유로 바다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야만 하는 표류하는 배.
하고 싶은 취미나 보고 싶은 책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데, 모든 게 막혀 있는 느낌이다. 이전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감정으로 인해 한 번 사기업으로 이직한 경험이 있다. 사기업에서는 내부 직원끼리의 은근한 경쟁과 과도한 상사의 업무지시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공공기관으로 왔다.
‘나에게 직업이란 무슨 의미일까?’
‘나에게 맞는 직업이란 게 있을까?’
이런 질문을 되뇐다. 이럴 때면 나에 대해 궁금해져, 이런저런 진단 검사들을 해보기도 한다. 나에 관한 공부를 더 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직업상이 너무 이상적일까? 36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모든 것이 어렵다.
일하라는 대로 일하고, 돈 주는 대로 받고 하는 게 나에겐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그냥 받아들이면 극복인 걸까?
나에게는 아직 이 글의 첫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할 능력은 없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의미 있는 답변을 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또 하루를 산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