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기억
누구에게나 마지막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에 여한이 없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이 다가옴을 느끼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잘 살아왔으니, 이제는 쉬고 싶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향하고 있어 두려울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난다고 생각하면 기쁘지만은 못할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면 기대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제주도 할머니가 암으로 몸이 많이 약해지셔서, 요양병원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제 곧 할머니에 생신. 저의 어머니는 할머니의 마지막 생신을 준비하고 있어요. 마지막일 것 같은 부모의 생신을 준비하는 딸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옆에서 지켜봤을 때, 담담해 보이지만 그 마음을 가늠할 수 없기에,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어머니는 할머니 생신 선물을 위해 콩콩이와 아내, 그리고 제가 있는 가족사진과 손 편지를 부탁하셨어요. 할머니에게 손 편지를 써본 적이 없어, 어떤 내용을 써 내려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할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는 예뻐해 주시며 잘해주셨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연세가 드셔서 그런지 할머니를 대하는 게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거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결혼을 하고 콩콩이가 태어나, 콩콩이와 함께 할머니 댁에 갔을 때는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콩콩이 덕분에 할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지금 5살인 콩콩이가, 2살 때는 할머니 댁에서 온종일 울다가 나왔어요, 그래도 4살 이후부터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웃음꽃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저도 어느 정도 효도한 거겠죠?
콩콩이는 하루하루 부쩍부쩍 자라고 있는데, 할머니는 하루하루 몸이 약해지시고 있습니다. 콩콩이의 시간은 흐르며 점점 새로운 세상으로 뻗어 나가는데, 할머니의 시간은 쌓이고 쌓여 추억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이란 그런 것일까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다가 어느 한 곳에 멈춰 서서 지나온 소중한 시간을 돌아보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 아닐까요?
할머니의 마지막이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할머니 당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봤을 때, 행복했던 순간만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그 행복했던 기억에 저와의 한 장면도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