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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Mar 19. 2019

쑥, 달래...오고 가는 봄나물과 함께하는 시간

3월 넷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식탁 

 미세먼지가 재난과도 같더니, 조금 수그러든 모양이다. 꽃 생각이 나니 나들이 음식이 생각도 절로 난다.

 유부초밥을 빚어보았다. 레몬소금을 만들어두었더니 유부초밥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시판 유부는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조미소스도 함께 붙어있다. 유부초밥을 졸이는 소스는 직접 만들기에 이런 소스는 필요없으며, 첨가물에는 질색을 하기에 간혹 유부를 사거든 무첨가에 조미소스가 붙어있지 않은 유부를 산다. 마크로비오틱 스타일 유부초밥을 만들때에는 우선 넉넉한 양의 물에 유부를 데쳐서 기름을 뺀다. 기름이라 하면 GMO, 발암 물질 등으로 늘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녀석이지만, 가장 주의해야 할 기름은 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산화된 기름이라 생각하는 편.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아무리 좋은 기름을 사용해도 적절한 보관이 되지 않으면 식품의 안전성은 물론 맛도 아쉽다. 유부는 한번 튀겨진 뒤 유통되기에 유통과정중에 산화되기 쉽다. 때문에 한번 데쳐내 전처리를 해주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이런 전처리를 거친 뒤에는 간장, 다시마, 생강 만으로 심플하게, 약한 불에 은근하게 졸여주기만 하면 된다. 애매하게 남아있던 연근과 미나리는 가니쉬로 사용한다. 예쁘게 빚어내야 해 손재주가 필요한 음식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따금 기분을 내고 싶을 때는 손을 움직여 본다. 할머니가 집에만 계시길래 예쁘게 빚은것들을 골라 가져다 드렸다. 온 가족의 주방을 책임지던 할머니가 기력이 떨어지며 젊은 사람들처럼 즉석식품으로 식사를 대충 때우곤 하신다. 손녀는 물론 딸이 한 음식도 못미더워 하시는 할머니지만 예쁘게 봄 기분을 낸 유부초밥을 내미니 기뻐하신다. 같은 음식이라도 모양새가 다르면 음식을 받는 이의 마음도 달라진다.  

 3월. 달래를 빼놓을 수 없다.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이라는 노래 가사가 유명해서 인지 다들 3월이면 기다리기도 했다는 듯 달래를 사지만, 정작 달래가 주인공이 되는 일은 드물다. 내 또래들은 제대로 달래의 생김새를 들여다본 적은 있는지 모르겠다. 달래가 식탁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드물어도 이 계절 달래는 이곳 저곳에서 그 존재감을 발휘해준다. 콩나물밥을 지어 달래장을 곁들이면 이것만으로도 고봉밥 한 그릇을 해치운다. 간장게장 부럽지 않은 밥도둑이다. 똑같은 맛이어도 달래의 생김새가 꽃게 같았으면 이런 취급을 받았을까. 요즘은 식재료도 비주얼시대이다. 소비자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우수즈음 새로 장을 담고, 슬슬 날이 풀리기 시작하니, 된장 같은 기초 조미료에도 변화를 준다. 콩나물밥을 짓고 남은 콩나물은 된장이 아닌, 막장을 풀어넣고 쑥과 함께 국이 되었다. 같은 장이어도 재료,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음과 양이 이리도 다르다. 지난주 만들어둔 금귤된장 역시 나물을 할때 요긴하게 쓰인다. 봄동을 데쳐 금귤된장에 버무려 무쳐내었다. 금귤의 상큼함이 더해지니 된장에 버무려도 무겁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음과 양의 성질이 달라 이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이 즐겁다.

 종종 만드는 잡채도 봄옷을 입었다. 방풍나물을 올려 잡채를 만들어 보았다. 복잡하게 여러도구를 꺼낼 필요없이, 냄비하나로 완성되는 잡채. 누가 잡채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했던가.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곤 하는 방풍나물도 양파와 우엉의 달큰한 향과 어울려 좋은 킥이 되어준다.

 쑥, 방풍나물, 달래...경칩부터 슬슬 향이 강한 봄나물들이 맛있어 지기 시작한다. 겨울철, 신체활동도 적어지고 몸이 응축되며 체내에는 노폐물이 쌓인다. 이런 몸에 자연은 또다시 적절하게 필요한 것들을 보내준다. 봄철, 강한 향과 쑥쑥 자라나는 음의 성질을 가진 봄나물을 바른 조리를 통해 섭취하면 겨우내 쌓인 노폐물과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계절의 에너지를 맞이할 수있다. 아쉽게도 이런 자라나는 새싹, 봄나물들은 맛있게 먹을수 있는 기간이 한정적이다. 쑥만 하더라도 조금 이르면 향이 덜하고 조금 늦으면 빳빳하다. 이 계절을 놓치기 전에 바르게 먹어주는 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 아이들을 보내기 무섭게 새로운 봄나물들이 보인다. 오늘 오후에는 두릅을 사러가야겠다. 봄. 기다린 가치가 있구나.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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